스잔나

1985년 고1학년 대전 신도극장 관람. (1966년 홍콩 작품)

by 황규석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흔든 작품


학교에서 3일간 기말고사를 봤다. 비가 오락가락한다. 신도극장에 '스잔나'라는 영화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그러니까 벌써 오래전에 시골 금산의 외갓집에 방학 때에 놀러 갔었다. 그때 외사촌형한테서 아주 깊은 밤에 사랑방 마루에 누워서 별을 보며 누워서 그 영화에 관해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때 감동을 받은 감동을 되새기며 직접 확인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예전 영화라 극장 상영이 끝나기 전에 한번 가보자고 생각이 났다. 돈을 얻어서 버스를 타고 시내의 극장에 갔다. 들어가니까 막 상영 중이었다.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너무 슬프다. 아...


<스잔나> 뒷면, 어렵게 구한 손바닥만 한 전단은 코팅해서 모셔두었다


<Story>


홍콩의 어느 소학교 종업식. 2등을 한 스잔나(영화에선 쇼훼라고 한 것 같음)는 아주 골이 났다.(아주 이쁘고 깜찍하게 생겼다) 상장을 한 손으로 받고 씩씩거리며 내려오는 모습이 우스웠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스쿨버스로 돌아갔다. 조금 후에 그녀의 어머니가 차를 몰고 와 그녀를 태운다. 그녀와 왜 그렇게 성이 났는가를 물어보고는 우스워 말한다.


"다음 학기가 있잖니. 참, 오늘 아저씨 만날 가자!" "정말? 아이 좋아라" 모녀가 도착한 곳은 아담한 연못과 잔디가 깔린 곳. 그런데 거기서 본 아저씨의 딸이 자신을 제치고 학교에서 1등을 한 아이다. 스잔나는 그 아이를 보고 "흥!" 하고 말하지만 이내 연못에 가서 앉아 같이 논다. 둘이 다정하게 노는 것을 바라보면서 스잔나의 엄마와 아저씨라는 사람은 결합을, 재결합을 결심한다.


결혼식 잔치 때 스잔나가 언니의 주스를 빼앗아 먹는다. 세발자전거에서 두 발 자전거를 타고 노는 자매. 어느새 1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성숙한 여학생이 된다. 언니도 같은 학교에 다닌다. 같은 학년 같은 반에 다니는 언니가 한 멋진 남학생과 다정히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본 스잔나는 샘이 난다. 스잔나는 결국 언니에게서 그 남자를 떼어놓고 서로가 좋아하는 사이가 된다.


처음에는 그 남학생도 언니 때문에 차마 가까이 지낼 수도 없었으나 수학 문제를 핑계로 극장에 갔다 오고 저녁때 키스를 스잔나에게 받은 이후로는 변했다. 염전하고 내성적인 언니보다 스잔나에 이끌려 매일 같이 산에 가서 데이트를 즐기곤 하얐다. 하루는 약속시간이 되어도 나가지 못했다. 전날에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기 때문이다. 전화가 그에게서 오고 나서 그녀는 그냥 나간다. 길을 건너는데 다시 전부터 아파왔던 머리가 더욱 심하게 아파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마침 의사에게 발견되어 진찰을 받게 된다. 다음날 병원에 들른 스잔나는 의사의 말을 몰래 엿듣게 된다.


"내가 뇌암이라고? 손과 다리가 마비되고 눈이 멀어 6개월 밖에 못 산다니... 아, 아...~" 그녀는 혼자 산에 갔다. "하느님, 왜 저에게... 흐흐흑" 집에 돌아온 그녀는 달력의 날자를 계산하고 10월에 X표시를 한다. 수업 중 먼 데를 바라보고 딴생각을 하염없이 하다가 선생님의 꾸중도 듣는다. '그래, 시간이 너무 없어, 짧아..'라고 결심한 그녀는 매일 산에 가서 기도를 한다. "하느님 저에게는 3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어머니께서 아들을 낳는 것이고 또 하나는 누나와 남자친구의 사이가 다시 좋아져 다시 결합하는 것입니다. 또 마지막 하나는 저에게 가을 연극공연 때까지 힘을 주어 불쌍한 고아들을 돕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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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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