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날들>,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기수의 귀향을 그린 감동의 드라마 & 아시아 그리고 여성을 다룬 다큐

by 황규석

<길 위의 날들>


1996.5.12 집, 텔레비전


지난 8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방영되어 내 나이 12살 때 흑백텔레비전으로 바라본 KBS 문학관/ 제1회 프로그램 <삼포 가는 길>을 보고 나서 나는 그동안 감동과 재미를 느낀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그런 진한 여운을 느낀 작품을 보아서 좋았다.


영화든 드라마든 좋은 작품이란 보고 나서 마음속에 묘한 어떤 여운이 남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 당시 80년대 초반에는 텔레비전에서 자주 방영하던 반공드라마 인기를 차지했을 때였다. 일요일은 최불암의 '수사반장'과 더불어 나시찬의 '전우'가 재미가 있었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이번에 새롭게 개편하여 방영한 '新TV 문학관'의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은 16년 전 'TV 문학관'의 김홍종 프로듀서가 다시 맡았다고 한다. 이번에 이번 잡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때는 내가 연출이 누구인지 몰랐고 그냥 주현, 서인석, 차화연, 장항선 등의 선이 굵은 연기와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바라본 기억밖에는 나지 않는다.


이번 작품 <길 위의 날들>은 한 40대 장기수가 귀향 통지서를 가지고 강원도 산골로 가는 여정과 노모와 아버지의 열굴을 기억 못 하는 아들과의 짧은 만남을 영화필름으로 촬영해서 보여주었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영화용 필름으로 촬영했을 때의 그 질감과 생동감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게 아름답고 근사하다.


화면은 시종 장기수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몇십 년 만의 고향행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의 시선으로 지켜본다. 그런데 그 카메라의 긴 호흡이 고행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져서 보는 이로 하여금 숨 막히게 그 상황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서민들의 모습과 화려하지 않지만 많은 조연을 통해서 연기력을 익힌 배우들은 많은 대사 없이 표정과 숨소리로 화면을 장악하는 연기를 해낸다. 드라마 시간에 비해 아주 적은 대사. 이것만으로도 16미리 필름을 사용한 영화적 기법과 함께 참신한 드라마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폭력과 섹스를 통해 우리가 알게 모르게 퍼져있는 할리우드적인 냄새가 전혀 풍기지 않지만 얼마나 한국적인 감성을 통해 우리만의 드라마로 탄생했는지 너무 좋았다. 짧은 머리에 수감번호가 이름인 장기수역을 한 배우 김영기의 연기력에 고향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역할을 한 정애란 님의 그 연기....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극본 김옥영. 서갑숙, 남영진, 장미자 출연



<아시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5월 22일, 목원대 문화소극장, 비디오


2, 3년 전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생각보다는 좀.... 누군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의 저널리즘과 영화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은 차이가 있으니 함께 비교하려면 그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전날밤에 내가 MBC이 'PD 수첩'을 통해서 그 내용에 아무래도 약간은 현혹이 되어 이 비디오를 보면서 묘한 거부감과 편견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서는 제주도의 호스트바의 실태를 다뤘다. 제주도의 많은 단란주점들이 밤 2시 이후엔 2부 영업이라고 하여 일반 손님들을 퇴장시킨단다.


그리고 아파트나 호텔에 단체로 투숙하고 있는 남자 영계들이 출근을 시작한다. 이윽고 한두 명씩 여자 고객들이 들어온다. 대개게 호스티스와 돈 많은 일본인 현지처다. 이어서 여자들이 남자를 고른다.


여자 손님: "야, 이쁘게 찍어! 이거 왜 그래. 내 돈 내고 내가 노느데 씨팔 왜 그래? 허가 맞았어?"

호 스 트: "쉽게 돈도 벌고 즐기고 꼭 나쁜 것도 아니잖아요?" 남자처럼 여자도 즐길 권리가..."


태국의 외국 관광객: "우리는 서로의 계약에 따라 최선을 다합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의 시도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과 기획의도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취재하고 어떤 방식으로 취재할 것인가 등등. 이 작품에서는 태국과 제주도에서의 기생관광을 다루었는데 피해자(맞는 표현일까?)인 여성의 입장을 여성이 물어보았는데 가해자인(적절한 표현일까?) 남자의 물음도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튼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보는데 밖에서 대학교 축제라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누군가 자신을 찍어(!) 주길 바라는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여성들은 좀 각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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