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왕정문을 쏙 빼어 닮았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찾아낸 중경삼림의 왕정문

by 황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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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 전국노래자랑 충남 아산시편에서 나는 그녀를 보았다. 왕. 정. 문! <중경삼림> 이후 내 마음속의 여자. 나는 그녀를 흠모하고 사랑하지만 결코 그녀는 나의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영화 속의 그녀를.


텔레비전에 자막에 나온 이름은 박연주인가... 이름은 사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그린 칼라의 동그랗고 작은 타원형의 선글라스를 끼고 탱크톱 배꼽티를 묶어 입고 나왔으면 단조롭지만 시원한 무늬가 새겨진 하늘 거리는 탄타롱을 입고 나왔을 때...


난 일단 그녀의 옷차림과 외모에서 오는 여성이라는 이미지의 가장 생물학적인 것에 관심을 두었고 나이 든 사회자 송해 아저씨와 천진난만하게 어울리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내가 바라던 왕정문과 거의 일치함을 느꼈다.


역시 그랬다. 그녀는 정말 나의 이상형이었다. 결코 가질 수 없는... 동화되고 싶으나 가능성은 1%도 허락되지 않는 그런 황홀한 그림자. 기쁘게 느껴진 것은 그녀의 얼굴과 헤어스타일. 목까지만 뻗은 짧은 머리가 자연스럽게 정동이 되어 있어서 왕정문과 닮았다는 첫 번째 충분조건이 되었다. 두 번째로 내가 가장 왕정문에게서 받았던 가장 강렬했던 나의 원기를 녹아 만들게 했던 그것. 그 심플하고도 심연 한 눈빛이 거의 일치했다.


그리고 적당히 가늘게 째진 입술 또한 나의 첫 키스를 부끄럽게 만들 만큼 달콤하게 빛나고 있어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녀가 우연히 왕정문과 닮은 모습으로 등장했다는 점이 나로선 아님 밤중의 인절미 혹은 치킨처럼 고소하고 달콤하고 바삭하게 다가온 것이었다. 그녀가 오히려 영화 속의 만들어진 캐릭터 왕정문 보다 더 현실의 왕정문 같은 한국의 왕정문으로 내가 섬길만했다. 나에게 다가온, 28세의 나이에 다가온 첫사랑과 같은 신선한 그리움에 날 혼란스럽게 한 것이다.


그녀의 배꼽 위로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숙였을 때 탐스론 그녀의 젖가슴이 살짝 보일 듯 말 듯 했는데 어찌나 이쁘고 탐스럽던지... 아마 촬영기자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서 나처럼 단 1초의 화면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정말이지 그녀는 왕. 정. 문.이었다. 영화 속의 왕정문이 아닌 스크린 밖으로 나온 왕정문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녀의 나이는 24살. 딱이네 딱이야! 직업은 아산의 무슨 대학교 앞의 0.K 포장마차의 주인이라고 자막에 나왔다. 이 얼마나 극적이고 우연을 빙자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녀는 또 당당하게 그 환한 싱그런 미소를 지으면 예쁜 입술로 "닭똥집을 볶아서...."라는 등의 얘기를 했다. 그때의 천진한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생각해 봐라. 좀 배웠고 머릿속에 들었다는 여지들의 내숭과 오바이트 나오는 체면치례의 상투적인 언어에 비해서 얼마나 생동감 있고 맛있는 언어인가! 진짜 나 그녀에게 뻑 간 것 같아요...


그녀에 대한 나의 갑작스러운 연모와 짝사람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해야 직성이 풀릴 듯싶다. 기실 제눈에 안경이라고 하지만 어느 게 제 눈이고 어느 게 안경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나는 당당히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과 그 반대인 위선에 대한 역겨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어진다.


그리하여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런 일상적인 어휘가 더 솔직하게 느껴졌으면 그녀에 대한 속절없는 연모의 정을 이렇게 서툰 글로 대신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기가 막히게 잘 불러젖혔다. 끝내 내 예상대로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주위의 모든 참가자들 또한 그 수상결과에 전혀 이의가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의 노래실력과 분위기에 반한 다른 편집기자는 아예 앙코르송이 다 끝날 때까지 녹화방송을 틀어주는 특혜를 주었다.


그녀가 장사를 하는 포장마차에 가고 싶다. 거기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차가운 소주를,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시고 싶다. 그리고 그녀에게 미소를 띠리라. 왕정문에게는 말을 걸진 않겠다. 그녀에게 술을 한잔 따라달라고도 하지 않겠다. 단지 언제난 그 자리에서 나의 왕정문으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슴에 묻어두고 싶다.


그리고 기분 좋게 그녀를 한참 바라보고 그냥 말없이 두고 집으로 걸어가련다.


-월간 "영화세상" 제32호 (199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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