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규석 Dec 19. 2024

다시 처음으로,
시네마테크란 무엇인가?

응답하라! <영화세상 시네마테크 컬트>

  시네마테크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관객집단 영화세상으로 시작한 대전의 영상문화운동 단체 시네마테크 컬트의 활동을 되짚어보면서 우리는 다시 그 용어의 정의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시작과 의미를 정확히 알아보는 일은 어쩌면 이 시네마테크라는 영상문화도서관의 가치를 확인하는 기초가 됩니다. 시네마테크(Cinematheque)는 1938년 프랑스의 앙리 랑글르와라는 한 시네필 개인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창설한 '시네마테크프랑세즈'가 시작이었습니다. 이곳은 영화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영화박물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 관한 모든 것(필름, 기자재, 각종 서적)들을 수집하고 전시합니다. 그리고 수집한 영화들을 상영하고 훼손된 필름은 복원을 하는 임무가 바로 기본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침체를 겪고 무너져가던 프랑스 영화계를 일으킨 1960년 대 초 정점을 이룬 누벨바그(새로운 파도) 운동에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영향력이 크게 스며들었습니다.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보고 배운 사람들이 영화현장에 뛰어들어 기본의 영화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시네마테크의 존재와 활동은 영상문화의 발전은 물론 시민운동에까지 미치게 되면서 그 파급력과 영향력은 아주 대단한 것입니다. 이곳은 사설기관으로 시작되었지만 80년대부터 국가의 보조를 받고 관객의 입장료나 개인 및 단체의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영상문화운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후에  미국과 캐나다, 일본, 영국 전 세계로 확장이 되었습니다.


캐나다의 '퍼시픽 시네마테크'는 철저한 회원제를 바탕으로 하며, 영화 상영 이후에는 토론회가 열리며 자체 영화제를 개최합니다. 미국은 '필름, TV 기록 보관소'라는 이름으로 UCLA 대학 부속연구소로 영화 및 방송 매체의 보존, 상영,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막대한 양의 영상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영화상영과 이벤트로 영화애호가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문화사업 지원정책의 하나로 극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씨네클럽'이라는 16미리 전용관이 있습니다. 각 동네마다 한 곳 정도는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습니다. 대게는 젊은 자원봉사자나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국영화의 역사에서 시네마테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1980년대 초 중반의 프랑스 문화원과 독일 문화원 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6미리 필름과 비디오를 통해서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프랑스 고전영화와 예술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곳이 시네마테크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대안적인 독립영화에 대한 물결이 일어나 민족영화연구소, 서울 영화집단, 서울대 랼랴셩, 이화여대 누에 등 대 영화서클이 자생적으로 생겨났습니다. 80년대 후반에 16미리 필름 상영관은 없어지고 90년대 시네필들이 만든 시네마테크가 정확히 또 엄밀하게 말하자면 비디오로 상영을 하니 비디오테크가 생겨났습니다. 90년대 당시 활동하던 시네마테크는 영화공간 1895, 영화사랑, 영화연구소 OFIA, 문화학교 서울, 부산 시네마테크 1/24, 광주 굿펠러스, 광주 영화로 세상 보기, 천안 영화공방, 대구 제7예술, 대전 시네마테크 컬트, 전주 온고을 영화터 등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비디오를 액정 프로젝터로 커다란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대내, 대외 영화제를 개최하고 회원제로 운영하며 스터디 팀을 만들거나 회지를 발행하기도 하는 등 시네필들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였습니다.


   시네마테크는 관객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영화나 잊혀지거나 버려진 영화를 발굴하거나 발견하여 소개합니다. 극장 상영이 지난 일반적인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좀 낯설고 버려진 영화들도 발굴하여 소개하는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바로 영화라는 영상문화의 백화점이자 영화도서관 역할을 합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고 영화에 대한 열린 시선이 항상 존재하고 환영받는 곳입니다. 그리고 영상문화를 향유하며 또 서로 대하고 또 읽어내며 소통하는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다양한 작품들을 수집하고 보관하고 전시 상영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들의 생활을 즐겁고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을 하면서 나아가 다양한 예술 창작의 의지로 발전하는 곳입니다.  1990년대가 사설 시네마테크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위와 같은 검열의 시대에 그런 당대의 영상문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관객들과 교류하면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