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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Apr 21. 2019

보고 싶은 아들

오늘 아들이 보고 싶어 영락공원에 왔어
오는 길 봄꽃들은 벌써 져가고 있더구나

납골당 계단을 오르며 불현듯 생각났어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유골함을 안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빠 모습이...

어렸을 적 아들을 품에 안고 아들의 두 눈을 뚫어지라 쳐다보곤 했어
그러면 아들은 쌍꺼풀진 커다란 눈으로 껌벅껌벅으로 답했지

그런 아들을 보러왔는데 그 어디에도 아들은 없구나
납골당에 붙여놓은 차디찬 사진과 친구들이 써놓은 포스잇 편지만이 적막감을 집어삼키고 있구나

사랑하는 가족이 남해 여행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더욱 슬퍼 보였어
그 사진이 우리 가족 5명이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이야...

아들은 그 사진을 찍고 두 달여 만에 이 세상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무쟈게 보고 싶은 아들아
아들 영정 사진을 보고 있자니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어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내 사랑하는 아들 건우야...

서울 큰 누나가 다녀갔어
3주간의 유럽 여행을 앞두고 말이야

무탈하도록 동생인 아들이 저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주길 바라
엄마나 둘째 누나도 말이야

아들 없는 시간이 벌써 1년 4개월이 돼가는구나
아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천형을 받은 아빠는 잘살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니?

정말 미안하구나
처음 아들 없는 세상에는 살 수 없을 것 같더니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상처가 아물어가는지 아빠도 속물이 돼가는 것 같아 죄스럽다

밥을 꾸역꾸역 처넣고 티비를 보면서 웃고 울고 거리를 활보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참 이기적이지?

이렇게 아빠가 무시로 변하고 있다는 게 너무 밉다
아들이 떠난 후로 맘과 함께 줄곧 여행을 다니곤 해

아들의 취와 흔적들이 있는 집에서 잠시나마 떠나고파서지
여행 중에 부산 송정해수욕장엘 갔어

우연히 간 곳인데 아들이 1년 8개월 전에 간 곳이란 것을 알게 됐어
아들이 걸었을 모래 자국 흔적에 내 신발을 포개 봤어

뭔가 동질감을 느끼고팠는데...
아들은 어느 식당에서 무슨 음식을 먹었을까...

친구들과 어느 숙박업소에서 피곤한 심신을 달랬을까...
편의점에서 무엇을 샀을까...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서핑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오버랩하는 아들 모습에 하염없이 울었어

여행 중에 아들이 한 번쯤 생각해달고 떼쓴 것 같아
참 힘든 시간이었는데 아들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여러 날의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했어

요즘 꿈에 아들이 뜸하더라
사랑하는 아들 정말 미치도록 보고 싶다

오늘 밤 꿈에서 꼭 보자
만나서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예전처럼 영화도 함께 보고

자전거 타고 영산강변도 달려보고
목욕탕에도 같이 가자

할 수 있지?
보고 싶다 내 사랑하는 아들 건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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