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이 Feb 03. 2019

보성 율포 해수욕장, 솔밭 솔캠의 낭만

상상을 실행으로

무상무념 솔캠의 樂


율포 해수욕장의 솔밭

보성 지인 집에 갔다가 여러 사정으로 솔캠할 수밖에 없었다.

나 태어나 처음 해보는 솔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나 홀로 솔캠이라~

상상만 해도 미소가 절로다ㅎㅎ


 7월 7일부터 9일까지 2박 3일간

보성 율포 솔밭 해수욕장에서 나 홀로 캠핑을 즐겼다.


혼자 식사를 준비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바닷가를 거닐고 혼자 해수욕을 하고


혼자 둘레길(보성 다향길)을 걷고 혼자 식당에 가고

해먹에서 혼자 잠을 자고 책을 읽고 멍을 때리고


캠핑카에서 혼자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무상무념의 솔캠을 제대로 즐겼다.




바다 향기 물씬 나는 보성 다향길 2코스


이튿날 보성 다향길을 나섰다.

배낭에 물 담고 캔맥 하나 달랑 담고~


율포 백사장과 솔밭을 거니니 부러울 게 없다.

어제 캠핑카 카페에서 만난 '콤비 달린다' 님이 한 공간에 있다 해서 찾았다.



'콤비 달린다' 님의 캠핑카

멀리 계시지 않았다.

펜이는 솔밭 입구라면 '콤비'는 끝부분에 계셨다.


하얗에 노란 아랫띠를 두른 콤비, 부러움의 대상이다.

마침 두 내외분이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계셔서 다향길 다녀온 후 차 한잔하자고 한 후 길을 재촉했다.


카페 온라인에서 인사 나누고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만나긴 처음이다.

물론 블로그 이웃을 만난 적은 있지만 말이다.



율포해수욕장과 조형물

어젯밤 갖가지 빛으로 펜이를 유혹했던 조형물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히 말없이 수평선만 바라고 있었다.

솔밭 옆 율포 오포캠핑장에서 즐기는 텐트족과 카라반의 여유로운 모습에 발걸음도 가볍다.


그런데 오토캠핑장을 스케치하려는데 휴대폰이 이상하다.

다향길을 거닐며 바다 향기 물씬 풍기는 모습을 찍으려 했는데...

율포 오토캠핑장

아쉽게도 출발하자마자 휴대폰이 사망(?)하는 바람에ㅜㅜ

읖따...


요리조리 자판을 눌러 보고 ON/OFF 스위치를 눌러봐도 아무 반응이 없다.

오토캠핑장 찍은 사진 그대로 화면 정지다.


다향길을 걸으며 잊어 불만하면 한 번씩 주머니에서 꺼내 인공호흡(?) 해보지만 역시 살 기미가 없다.

폐부 깊숙이 갯내음을 맡으며 갯벌과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지만 마음은 딴 곳에 있다.


휴대폰은 쥔장의 마음을 아랑곳도 없이 감감무소식이다.

어케어케해서 코스 중간 지점에 다다르자 갑자기 제정신에 돌아온 휴대폰에 뽀뽀까지 해줬다ㅎㅎ


다향길 탐방 안내도와 다향길 2코스 이정표

다향길은 총 4코스까지 있는데 2코스를 걸었다.

율포에서 시작해 천포까지 약 8km 2시간 코스다.


오전 10시에 출발해 오후 1시까지 느릿느릿 3시간 걸렸다.

걷는 동안 개벌에서 움직이는 생명체를 보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생명이 용솟음치는 갯벌
다향길에서 펜이와 한판 전쟁을 벌인 게


푸르른 들녘을 수놓은 벼는 최근 장마로 생기를 되찾은 듯 꼿꼿하다.

꾸불꾸불 해안선 따라 이어지는 다향길은 간간이 나타나는 쉼터가 유일한 휴식처다.


그늘이 없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8km를 걸으며 다소 지루함이 있지만 갯내음이 주는 바다향은 육지 촌놈에게 엄마품 같아 편안하다.


아직 꽃  피지 않은 코스모스와 다향길

봄에 다향길 가장자리에 뿌려놓은 코스모스의 식생 상태를 살피러 온 공무원을 만날 수 있었다.

주말에도 수 킬로미터를 직접 발로 뛰면서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에 펜이의 지난날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4.7km 지점부터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온 휴대폰 덕분에 바다 향기를 그대로 담을 수 있어 감사했다.

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율포로 돌아와 출발점 부근을 다시 찍을 수 있었다.

 

삐딱선 다향길(나 잘래ㅎ), 최근 내린 비로 모가 활기차다



하루 종일 멍 때리기


간밤에 오락가락하던 비도 멈췄다.

아침에 둥근 해가 구름 사이로 빼꼼히 솟아올랐다.


오늘은 뭘 할까?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세월아 네월아 보내는 거야~



책도 읽고 멍도 때리고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차를 그늘 삼아 책을 읽었다.

최근에 큰 딸내미가 보내준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이다.


남자인 펜이가 바라본 주인공인 여자의 일생이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마눌님이 생각났다.


무상무념으로 놀다 보니 끼니때도 잘도 돌아온다.

점심 간단히 먹고 솔밭에 해먹을 설치했다.


해먹에서 하는 일이라곤 참 대책이 없다.

책을 읽다 잠이 오면 잠을 자고


솔잎으로 가려진 하늘을 실눈 뜨고 쳐다보고 있는데

옆 해먹에서 노래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분명 초등학교 여자 아이들인데 "사나이로 태어나서! ♪♬~" 군가를 부른다.

참 세상이ㅎㅎ

장마철이지만 주말을 맞아 사람들이 모여들고
해수욕도 즐기고

나 태어나 첫 경험한 2박 3일의 솔캠

무상무념이라 넘 좋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삶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만 해결하면 끝이 되는 시간

낮잠을 자고 책을 읽고 멍 때리고 해수욕을 하고, 이게 진정한 자유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졸지에 쏠캠 됐씨유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