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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Jan 13. 2018

아모르정치!

[구프_금천] 곽승희의 고민(2)

아모르정치(amor Politics). 맞다, 패러디다. 가수 김연자의 중독성 있는 노래이자 서양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 아모르파티(amor fati)에서 따왔다. 아모르파티는 삶을 긍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뜻한다. 아모르정치도 비슷하다. 작년 12월 구의원출마프로젝트(이하 ‘구프’) 콘셉트 회의 때 제안했다.


‘구프'와 잘 어울렸다. 구프는 꽃길 아닌 길을 꽃길처럼 걸어가는 프로젝트다. 우리는 재미있고 즐겁게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우리 앞에 펼쳐진 제도와 각종 규칙들은 구식이다. 국회는 촛불혁명이 끌어올린 정치효능감과 관심도를 시스템으로 정착하는데 실패했다. 국회 개헌 특위와 정치개혁 특위는 핵심 안건 합의를 1도 하지 못한 채 2017년을 허송세월 했다. 기존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선거제도 역시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괜찮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시도하면 된다.

일단 아모르파티부터 보고 가실게요~

물론 ‘구프’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것이다. 4대 강 녹조라테처럼 고인 정치물에 신선한 청년 정치인을 대량 급수하는 결과를 낼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자체로 의미가 있다. 잘 뽑는 대신 잘 뽑혀 보자 외치며 정치 감수성을 일상에 심어보기, 우리 동네 적폐 청산 혹은 관행 건드려보기, 정치가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는지 실험해보기. 아모르정치!


의미뿐 아니라 재미와 자발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초기 회의 당시 우리 세 명은 참여자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하기. 이러저러한 점을 반영하여 제안자 김종현 씨가 프로젝트 설명문을 썼지만, 너무 궁서체 버전이라 프로젝트 이미지가 고루해질 것 같아 그다지 홍보하지 않았다.(미안해요 ㅋㅋ)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나 이제 카톡 단체방에 8명이 모여있고, 이 의미와 재미를 잘 기록하자는 취지로 스토리펀딩을 진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내일(1월 14일) 일요 3차 회의 때 마포구민 미미님이 기획안을 공유해주신다는데 무척 기대된다. 프로젝트에 관심을 나타내는 개인적인 연락도 받는다. 그중 한 분이 어제 만난 하승수 님이었다.

(이분이십니다)


승수님을 시민사회계의 고구마 줄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가 맡았던, 맡은 일을 보면 그래도 될 것 같다. 3권(사법입법행정)+재벌 감시(참여연대 상근자), 정보공개 운동(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밀양 송전탑 반대 및 탈핵 운동(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정치제도 개혁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비례 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 헉헉헉...


승수님과 이야기하면서 ‘구프’ 팀이 잘 해나가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다. 후진적인 선거 제도를 보유한 한국 사회에서 이 프로젝트가 단발성으로 사라지지 않고 제대로 의미를 남기기 위해서, 그는 재미있게 진행하되, 그 과정을 기록하라고 조언했다. 우리가 이미 가려고 마음먹은 방향이었다.


시야가 넓어지기도 했다. 기초의회 4인 선거구제 개편이 정말 중요한 이슈임을 절. 실. 히 깨달았다. 승수님이 서울시 기초의회 선거구 개편 자료를 보여주셨는데, 내 선거구인 금천(다)가 4인 선거구제 개편 동네에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금천 (다)와 (라)에서 각각 두 명을 뽑는데 (다), (라)를 합쳐서 4명을 뽑는 개편안 자료를 보고... 오!

자세한 설명은 아래 <공천 믿고 일 안하는 영·호남 기초의원…문제는 ‘2인 선거구제'> 기사에서

한국에서 구의원은 무소속이나 1&2호 아래 기호를 받은 정당 후보가 당선되기 매우 어려운 선거다. 여러 선거 중 가장 어렵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구의원을 각 선거 지역마다 두 명씩 뽑는 곳이 대부분인데, 저조한 기초의회 투표율 및 번호만 보고 뽑는 투표 행위 때문이다.


물론 유권자들이 우리 동네 적폐&관행 청산에 적극 나서 준다면 ‘구프’ 출마자도 당선될 수 있다. 그런데 구의원을 4명 뽑는 제도로 바뀌면 그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승수님 분석으론 7천 표를 얻으면 4등 당선이 될 수도 있다고.


4인 선거구제 문제를 좀 더 알아보자, 이미 이 문제도 10년 이상 논의됐음에 대충격. 기초의회가 해먹은 사람들만의 리그라는 선입견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 구의원을 2명씩 뽑는 제도 탓도 크다. (그 외 기초의회 의원들 줄 세우는 중앙정치인들도 문제지만...) 근데 그 제도가 10년 동안 하나도 안 바뀌었다니...


사실 지금 논의도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 이 개편안은 서울시의 기초의회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작년 11월 발표했는데, ‘안’ 임에도 불구하고 더민주&자유한국당에서 난리가 났다. 안 된다고. 떠드는 소리의 본질은 자기들 밥그릇 뺏길 수 없다는 맹렬한 울부짖음이다. 양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이 안을 받아들일까? 아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당선 가능성 낮다고 내 피선거권을 포기할 순 없지.


아모르파티,
아모르정치!

이밖에 승수님에게 여러 가지 현실적인 팁도 받았다. 천막 선거사무소를 설치할 때는 느지막이 해야 한다(철거 통지서 날아오는 기간을 염두해서 선거 끝물에 해야 한다고), 거리 현수막은 재미나게 만들 경우 가성비 좋은 홍보물이다, 한국의 기존 정당은 선거 조직 성격이 강하다, 과거 득표율이 높은 정당일수록 오히려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지 않고 전화로만 기존 표 단속 작전에 나선다, 신선한 젊은 후보자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등등.


기존 선거 방식을 모방하고 싶지 않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고민했다. 덕분에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도 얻었다. 내일 회의에서 공유해야지. 꽃길 아닌 가시밭길이라도 아모르정치!


*참고기사

*구프가 궁금한 분들을 위한 좌표 : 구의원출마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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