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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Mar 10. 2018

구의원출마프로젝트, 뜻은 좋은데 무소속으로 되겠어요?

500만 원 그리고 펀딩 

* 구의원출마프로젝트(이하, 구프)에 참여한 후 '왜 무소속'이냐는 질문을 여러번 받았다. 대답은 간단했다. '정당 효능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또한 반문했다. '왜?, 왜 출마하려면 정당에 가입해야 하는가?' 그리곤 구프의 취지를 설명(하단 + 참고)했다. 돌이켜보면 내 삶을 반추하며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다행히 지난 구프 회의(3/4) 때 안양에서 오신 한 선생님의 출마와 당선에 관한 의견을 들으며 다시 고민하는 계기를 얻었다. 아래 글은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 




2016년 촛불집회에서 참여했고 2017년 여자를 둘러싼 관습에 의문을 던지는 겨털살롱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전자와 후자의 규모 및 주제는 매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생각 일부분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 특정 행동에 나설 때의 효능감과 성취감을 얻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 과정에서 정당의 존재감,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전자의 경우 국회의 탄핵 가결 위험 상황을 지켜보며 정당이 대의기구의 역할을 못한다는 생각을, 후자에선 내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실체있는 조직이라고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고 관심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다. 정당 내 페미니즘 소모임에 참여하고 싶던 적이 있었다. 우연히 그 모임을 알게됐는데, 힘들게 페미니즘을 가치를 지켜낸다는 것에 감동받았고, 응원하고 싶었으며 그 사람들과 함께하며 페미니즘을 내 삶으로 살아내는데 도움받고 싶었다. 가입하려면 정당원이어야 한데서 입당서를 냈지만 2달 만에 다시 나갔다. 


안착하지 못했던 이유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1.내가 참여할 수 있는 주기적 활동은 페미니즘 독서모임이었는데 장소가 금천에서 너무 멀었다... 
2.구성원 대다수가 술을 잘 먹고, 술 모임으로 끈끈해지는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난 술을 잘 못한다. 잘 못하니 좋아하지도 않게 됐다. ㅜ 
3.좋아하는 운동 모임도 있어서 한 번 참석했는데 이후에 모이지가 않았다.
4.운영진 교체 기간에 들어가게 됐는데 뭔가를 해야할 것 같은 부담감에 불편했다. 
마지막으로 정당이 좋아서 가입한 게 아니라서 안그래도 애정이 적은데 정당에 맘 붙일 요소가 없었다. (정당 조직에서 신입 당원 환영행사 연락을 하나 받았는데 역시 금천에서 넘 멀었다...) 


정치로 내 문제를 해결할 순 있으나, 정당도 그러리라는 믿음은 없다. 내 삶의 반경에서 내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삶의 방향을 걷기에 정당은 너무 멀었다. 겨털살롱 외에도 여러 공익적 활동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정당이 내 고민과 괴로움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고, 하지도 않았다. 내 삶에서 정당은 실체있는 조직이 아니었다. 아마 대부분에게 비슷하지 않을까.  

2013년 중앙선관위 기준 당비 납부 당원 수는 전체 유권자의 1.4%*다. 물론 같은 조사에서 정당 가입자 수는 12.6%다. 독일이나 핀란드보다 높은 비율이다. 당비를 내지 않고 이름 기록만 남은 허수 당원일 가능성이 크다. 2014년 기준, 열명 중 한 명이 정당원**이었다. 그러나 방송 진행자가 언급한 대로 실제 일상에서 정당 활동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http://h21.hani.co.kr/arti/PRINT/38901.html 
** 
http://www.huffingtonpost.kr/polireport/story_b_10474208.html

삶과 정치는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정당 밖에서도 나는 충분히 정치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정당 밖에서 삶과 정치를 연결해 살아온 사람으로서 선거에 도움(중앙당 지원금, 조직 등) 받기 위해 정당에 들어가는 건 내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프 제안을 들은 작년 여름, 아무런 반감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다른 팀원들도 비슷하리라 예상한다. 

정당의 매력적이지 못한 점(내 또래 사람들이 당에서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나서지 못하는 시스템, 공천 받기 위해 그 지역 시의원과 국회의원 시다바리 역할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현실, 대대로 정치인 가족만 한 자리 할 것 같다는 선입견, 고루한 꼰대 모임이라는 이미지 등등),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모습도 정당 후보로 나서지 않는 두번째 이유다.  

구프 팀원이자, 무소속 구의원 후보로서 선거운동은 창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돈과 선거지원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 사용가능한 자원은 500만 원, 꽁꽁 숨겨둔 첫 회사 퇴직금이다. 이 돈을 예비후보 기간 중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또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본선거 기간에 사용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펀딩에 참여하는 것. 구의원은 다른 선출직과 달리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더구나 구의원 청년 후보는 장년 후보보다 시간적으로 자산이나 인맥을 쌓아 돈을 빌릴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어렵다. 선거 자금을 모을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유일한 방식이 펀딩이다. 

당선될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 선거에 출마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선이나 15% 득표에 실패하면 선거비용(본후보 등록 후인, 공식선거기간동안 사용한 비용)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 그래서 펀딩에 참여하는 것은 부담이었다. 만약 낙선한다면 개인적으로 펀딩에 참여한 지지자분들한테 돈을 갚아야하고, 나는 개인 파산을 신청해야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펀딩을 선거 운동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리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예산을 짜고 선거 방식을 고민해도 (일단 난 그리 창의적인 인간도 아니고) 돈이 없어서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일단 펀딩에 참여할 것이다. 

전제는 의심없이 기존 선거 방식을 따라하진 않는다는 것. 당선된 후 선거 비용을 돌려받는 그 돈은 세금이다. 겨털살롱은 내 돈으로 진행했으니 맘 아파도 필요하면 그냥 썼지만, 선거 비용은 다르다. 당선 후 세금으로 보장받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예산을 짜서 지출해야 한다. 

펀딩과 더불어 회계처리자와 사무장도 구하려고 한다. 사실 1인 캠프로 선거를 치루려고 했고, 구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해야한다. 그럼에도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합리적 의심 속에서 이용하려 결심했다. 이 결심은 사실 정당 소속 후보였다면 할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정당 밖에서 구의원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 프로젝트의 시작에 정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안자는 생활 정치를 공천받는 후보보다 그 생활을 살아가는 평범한 지역 주민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 형태의 출마를 제안했고.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했으니 왔을 것이다. (제안자의 선언문 보러가기 -> https://www.democracy4all2018.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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