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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호 Nov 19. 2017

공부에 대한 생각 바꾸기

성장 마인드셋과 사전 활용 학습 방법을 중심으로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험이기에 천재지변으로 인해 포항이라는 특정 지역의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안 된다고 여겨 대통령까지 나서서 결정한 것입니다. 수능시험은 수년 동안 학생이라는 직업인으로서 공부라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한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국민 모두가 공부, 시험, 성실, 노력을 인정하고 있기에 수능시험 연기로 인한 무척 큰 혼란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평상시에 우리는 공부, 시험이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공부와 시험 때문에 청소년들을 고생시키는 교육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부가 직업인 학생들에게 조차 공부하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고, 더욱이 시험의 필요성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해주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공부에 대해, 그리고 시험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갖도록 하는 강의를 위해 준비한 글입니다.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매월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학교장 훈화 시간에 일부분씩 몇 번의 기회에 전달할 수 있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는 특강 형식으로 몇 개의 관련 주제들을 한 번에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서 글이 좀 긴 편입니다. 최근 고등학생 1-2학년 대상으로 강의했었는데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중학교 1-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두 번째 특강을 했습니다. 두 번째 특강 내용을 그대로 올려 보겠습니다. 혹시 독자들 중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공부에 대하여 그리고 시험에 대하여 말씀을 하실 기회가 있어 참고해 주신다면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1. 서론 : 희망을 키우는 중학생 시기    

  사람들에게 희망은 삶의 동력이다. 조그만 희망이라도 그 목표를 성취한 기쁨은 크고, 그 희망을 좀 더 키웠을 때의 기쁨은 훨씬 더 커진다. 희망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서 시작된다. 희망과 가능성에 가장 어울리는 대상은 청소년이다. 청소년은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희망의 세대라는 사회적 기대 속에서 스스로 희망과 가능성을 키워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듯이 새로운 학교에 진학할 때나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새로움에서 비롯된 설렘이나 희망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약화되기도 하고, 새로운 갈등이 생겨날 수 있듯이 학교에 대한 기대, 심지어 공부 자체에 대한 희망도 마찬가지로 약화될 수 있고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근본적으로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로 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공부라는 점을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듯 공부를 직업으로 가진 모든 학생들도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본능이다. 그러나, 하루의 일과가 공부이며 공부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공부에 지겨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잘하고 싶은 생각에 비해 실제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리고 공부를 해도 생각보다 성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줄 뿐이다.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만 있다면 공부란 어떤 오락보다도 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은 모든 학생들이 근본적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일부의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있을지라도 그들이 학습하는 방법을 깨우치기만 한다면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격려와 인정을 해주고자 한다. 현재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공부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습방법에 대하여 잘 알게 된다면 점차 성적이 오르게 될 것이고, 나아가 평생 공부를 즐기는 발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본 글은 지식교육과 인성함양에서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용정중 학생들에게 공부와 학습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한번 더 생각해 보면서 희망을 키우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지식과 인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학교 과정에서 고등학교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3학년 학생들, 초등학교 단계와 중학교 단계의 학습방법 차이를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1학년 학생들, 그리고 무엇인가 발견한 것 같지만 공부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애매한 관점을 가지고 있을 2학년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성장하는 학생, 그리고 기본적인 학습방법을 알고 꾸준히 노력하는 학생이 되기 위하여 고려하면 좋겠다는 사항들을 정리해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마음가짐 <이를 영어로 Mindset(마인드셋)이라고 함>과 학습방법에 대하여, 그리고 국어사전의 활용 필요성에 대하여 필자의 교육 경험을 중심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2. 공부에 대한 생각, 어떻게 바꿔 볼까    


 가. 공부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직업란을 써야 한다면 무엇이라고 써야 하는가. 학생의 직업은 그대로 ‘학생’이다. 학생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공부이다. 학생이면서 공부라는 직업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른으로서 직장에서 성실하게 맡은 업무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면, 왜 공부를 하는가.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한 사람들의 답변은 다양하다. 다음과 같이 부정적인 입장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학교를 생각하면 심한 경쟁, 시험 스트레스 등이 먼저 떠오른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공부를 못하면 무시당하니까”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나중에 잘 살기 위해서”     

   반면, 다음과 같이 공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공부하기가 좀 어렵더라도 그것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좋은 결과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심을 갖기보다는 함께 공부할 수 있고, 또 과도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으니까”    “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하니까”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까”    

   10여 년 전에 화순고에서 근무할 때의 경험이다. 그 학생은 졸업 때 읍단위 중학교에서 1-2등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는 명문대 의과대학 진학이 목표였다.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지역 내 명문고 대신 근무했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특출하게 우수한 학생이기에 관심을 갖고 그 학생의 성적과 학교생활을 관찰한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학습 면에서는 고액과외로 선행학습을 함으로써 1학년 당시에는 잘 하지만 2-3학년에 올라가면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공부나 가정 배경 면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우월한 편이어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무시하기도 했고, 수업이나 생활 면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 학생과 면담을 통해 학습 면에서는 사전(국어, 영어)을 활용하여 암기보다는 개념 이해에 중점을 두면서 공부하도록 했다. 개념을 제대로 모르는 학습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을 통해 확인하는 습관을 갖도록 했고, 수학은 눈으로 대강 풀이하거나 논리적 비약을 하여 쉬운 문제를 실수하지 않도록 했다.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학생조회 시간의 학교장 훈화를 통해 지도하고자 했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자신에 대한 지적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한 것이다. 훈화 내용은 공부하는 목적이 남보다는 높은 지위를 얻어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공부란 남을 돕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점, 그래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 나아가 도와주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훈화의 효과만은 아니겠지만 얼마 후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고, 학교 홈페이지에 수학 기초개념을 설명해 주는 동아리 회장을 맡아 봉사하기도 했다. 아픈 사람을 돕기 위해 공부하고, 요양원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여 자신이 원하던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남을 돕기 위해 특정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 경험을 쌓으면서 관련 독서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뽑기 위한 방법이라고도 여겨진다.

   사람들은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기를 바란다. 잘 알지 못하면, 그리고 능력이 없으면 남을 도울 수 없다. 모르면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 여러분도 남보다 더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또는 남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남을 돕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여길 때 학교 공부를 보다 책임있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인 남을 돕기 위해서 지금은 선생님으로부터, 그리고 교과서와 참고서를 통해 먼저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자.    


 나. 시험은 보통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을 싫어한다. 그러나 시험은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피할 수 없는 성장의 과정이다. 시험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시험을 싫어하지 않고, 성실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많다.

   2008년 화순고 근무 후에 도교육청에서 근무할 때의 경험이다. 매년 10월쯤이면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에서는 서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입학설명회를 권역별로 개최했다. 전남 중부권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대 진학설명회를 개최하기 위해 나주공고 체육관으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시험 준비에 힘들어하는 수험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줄까 생각하다가 시험에 대한 생각 바꾸기의 필요성이 떠올랐다. 

   시험 때문에 힘들어하겠지만, 시험이 없으면 부모의 사회적 지위 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불리한 여건에 있는 지방 학생들이 명문대를 들어갈 수 있을까 하면서 시험에 대하여 불가피성, 나아가 필요성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했다. 사실 시험제도가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는 시험이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과거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은 양반 자녀에게만 주어졌다. 사회적 신분상승은 출생 때부터 결정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험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빈부의 차이에 따라 사회적 상승이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험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지만 신분 차별이나 경제력의 차이를 극복시켜 주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사회적 선발제도이다. 가정의 경제적 배경이 불리한 소도시 및 농어촌 지역 학생들이 당당하게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잘 사는 가정 학생들과 공정하게 인생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 농어촌 특별전형과 같은 대입 입시 제도이다. 그리고 성실과 능력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내신을 중시하는 대학 시험제도인 것이다.

   또한, 시험은 고입이나 대입 그리고 취업에 관련된 선발제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생활에서 정기적인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그리고 수업 중에 이뤄지는 쪽지시험 등도 교육적 의미를 갖고 있다. 시험은 중요한 사항을 확인하여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며,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다. 

   학부모와 선생님들은 물론 우리 학생들도 시험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시험제도의 도입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성실하게 공부하여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시험은 용정중학생 여러분들과 같이 성실하게 공부하고, 노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존중하며 정의롭게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시험제도를 이용해 보자.    

 다. 현재 공부 잘하는 것보다 앞으로 더 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학부모나 학생들은 성적에 점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흔하다. 초등학교 성적표는 모든 학생들이 잘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중학교부터는 점수가 나오고, 등급이 있으며, 석차까지 알 수 있다.

   고등학교 때는 많이 달라진다. 우선 배우는 과목수가 많아지고, 학습내용도 중학교까지의 배운 내용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학교 시기에는 성취평가제로서 절대평가 체제이기에 선생님들은 평균 성적을 70점 정도로 맞추기 위해 출제 범위를 좁게 하고, 시험문제에 대해 상당한 힌트를 주기도 하며, 특히 공부 안 하는 분위기의 학교나 학급에서는 일부 시험문제를 그대로 알려 주기도 한다. 성실하게 공부하지 않아도 선생님께서 제시해 준 문제를 중심으로 요령껏 공부하면 어느 정도의 성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기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교과 평균성적이 70점에 훨씬 못 미치는 40점이나 50점이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쉬운 문제를 출제하여 1등급 해당 학생이 다수 나오면 한 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낮아지기 때문에 불만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요령껏 쉽게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시험 부담이 매우 커진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기는 요령 없이 묵묵히 공부한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이다. 용정중학생 여러분은 쉽게 요령껏 공부하는지 차근차근 정직하게 공부하는지 생각해 보자.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성적 때문에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 학생들은 대부분 초·중학교 때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영리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학생들이다.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하여 부정행위 유혹을 받기도 하고, 시험 때만 되면 몸이 아파 시험을 망치거나 아예 결시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타난 실제 사례가 있다. 지난 12월에 실시하였던 기말고사에서 목상고 1학년 한 학생이 일부 시험을 결시했다. 그 학생은 중학교 졸업 내신성적이 매우 높아 학급배정 시 거의 선두 학생이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그 학생은 몸이 약간 아프기도 했지만 성적이 점차 하락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자신있는 과목(수학, 영어)만 응시하고 다른 과목은 결시하게 되었다. 다행히 현재 이 학생은 건강도 다시 찾았고, 2학년에 올라와서 점차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를 동시에 면담하면서 이전에 성적이 좋았던 것보다 앞으로 잘할 수 있는 학습방법에 더 관심을 갖도록 제안했다. 공부란 시험에 나올 것만 대강 그리고 빨리 암기하여 성적순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느리고 다소 힘들더라도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면서 즐기는 것이라는 점도 이야기해주었다. 그 학생이 밝은 모습을 보인 것에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한 상담의 효과도 약간은 있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학생들의 공부하는 방법을 관찰해 보면 앞으로 공부를 점점 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점점 더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거의 파악할 수 있다. 뒤에 논의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사전(국어, 영어)을 활용하여 공부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선생님의 수업에 열중하도록 하는 것, 기본적인 한자를 학습하는 것 등은 앞으로 공부를 잘하게 하는 중요한 방법들이다.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는 재능의 차이가 아니라 공부하는 기술의 차이라고 한다. 학습하는 방법을 알면 학생들은 공부를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느끼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고, 공부를 하는 매 순간마다 성취감으로 가득 차는 경험을 하게 되며, 이것이 습관화되면 학습시간도 대폭 줄어들고 같은 시간에 많은 양을 공부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더 이상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되고, 공부는 지겨운 의무가 아니라 하나의 당당한 특권이 될 것이며, 학업성취에 따르는 만족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의 태도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라. 여러분의 마인드셋은 어느 쪽일까요.

   1970년대 초, 미국 예일대 석사 과정 학생이었던 캐롤 드웩(Carol S. Dweck)은 아이들이 실패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드웩은 “실패란 어떤 아이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이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기회로 여겨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드웩은 뉴욕시의 5학년 학생 400명을 모아 시험을 봤다. 그중 한 집단은 능력을 칭찬받았다.  "와, 정말 많이 맞혔구나. 점수가 아주 높아. 너 진짜 똑똑한 아이구나. 정말 잘하네." 반면, 다른 집단은 노력을 칭찬받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구나. 대단하네."라고.

  두 번째 시험을 볼 때 학생들은 첫 번째 보다 더 쉬운 문제지와 더 어려운 문제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때 능력을 칭찬받은 학생들은 대부분 더 쉬운 문제지를 선택한 반면에 노력을 칭찬받은 학생들은 90퍼센트가 더 어려운 문제지를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시험은 이전만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시험을 본 후 학생들은 이전보다 점수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고, 이어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앞서 능력을 칭찬받았던 학생들은 자신감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들은 문제지를 집에 가져가서 다시 풀어볼 마음이 없다고 대답했고, 그중 40퍼센트는 거짓말로 점수를 부풀리기까지 했다. 이 학생들은 실패를 수치스럽고 피해야 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노력을 칭찬받은 학생들은 문제가 더 어려워져서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능력을 칭찬받았던 학생들보다 점수가 더 좋았을 뿐만 아니라 집에 가져가서 남은 문제를 마저 풀어보고 싶다고 응답했다. 드웩의 연구 결과에서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고, 노력을 칭찬하면 격려를 받지만 능력만 칭찬하면 끈기가 약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드웩은 그 뒤로부터 수십 년 동안 이 이분법적 성격에 대한 연구를 했다. 드웩은 재능을 타고난 자질이라 믿는 사람을 ‘고착 마인드셋 fixed mindset’를 가진 사람으로, 도전을 즐기고 배움에 힘쓰며,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배울 기회를 찾는 사람을 ‘성장형 마인드셋 growth mindset’를 지닌 사람으로 단순하게 구분했다. 마인드셋 이론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2006년 발간된 마인드셋 이론을 다룬 드웩의 저서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한국 번역서명 :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은 80만 부 이상 팔렸고, 그 후 성장형 마인드셋 개념은 교육, 스포츠 트레이닝, 조직관리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참고 : 2017년 개정판이 나왔으며 한국 번역서명은 마인드셋)

  현재 스텐포드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드웩은 사람이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고 한다. 먼저, 고착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이 세상 사람들의 재능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즉, 천재는 날 때부터 천재이며, 바보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바보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질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예를 들어, 성공이나 합격은 자신이 천재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런 고착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실수 역시 자신의 무능함의 증거로 여기고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가 실수를 한 분야의 일이나 그 실수를 목격한 사람들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실수 몇 번 했다고 자신은 그 분야에 재능이 없다고 단정 짓고 노력하기를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우울감에 빠진다. 실제로 드웩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착 마인드셋을 가진 청소년들의 우울증 점수가 다른 청소년들에 비해 더 높았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모든 일의 성패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천재와 바보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중요한 구분도 아니라고 여긴다.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 재능에 불을 붙이는 것은 노력이기 때문에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다. 이들에겐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를 스스로 비교하는 것이, 지금 현재 누가 더 잘하느냐를 비교하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 이런 마음가짐에서는 지금 저지른 실수는 속 쓰리긴 하지만 앞으로 고쳐나가면 되는 일이다. 당연히 실수를 할수록 더 열심히 노력을 하고, 결과적으로 역경을 극복해낸 사람이 된다. 또한 이들은 몇 번의 실수로 자신을 단정 짓지 않듯이 지금 보여주는 능력을 가지고 남들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유튜브에서 캐롤 드웩Carol Dweck의 마인드셋을 검색하여 ‘Not Yet(아직)’을 꼭 보기 바란다.).

   그런데, 노력하면 된다는 성장 마인드만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이 세상의 일이다. 계획이 필요하고 실천이 따라야 한다. 배우는 단계의 학생들이 모두 계획을 잘 세우고, 실천을 잘할 수 있을까. 물론 용정중학교는 꿈과 계획 그리고 실천의 과정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모범적인 학교이며, 학생 여러분들도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캐롤 드웩 교수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성장 마인드를 가진 학생도 제대로 공부가 안되거나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고착 마인드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그때의 대책은 선생님과 함께 자신의 학습 방법을 검토해 보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선생님의 전문적인 학습지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여러분들이 노력해도 성적이 생각한 만큼 오르지 않거나 자신의 마인드 세트에 대해 고민이 될 때 다음에 나오는 학습용어에 대한 논의, 그리고 사전활용 방법에 대해서 관련되는 사항이 있는지 검토해 보기 바란다.    


3. 학습용어 이해 실태 분석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며 반응과 행동을 이끌어내서 학습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학생들은 언어적 반응을 통해 개념을 습득하고 인지를 발달시키게 된다. 따라서 교사, 교과서, 학생 간의 의사소통과 언어 이해 정도가 교실수업의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과 관련 주요 개념이 아닌 기본적인 어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수업을 하기 어렵고 학업성취도도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즉,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쉬운 어휘들의 경우 학생들이 당연히 알 것으로 전제하고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그 뜻을 물어 당황하기도 하고 심지어 수업이 이미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 문제가 가끔 보도되면서 우리의 언어생활, 특히 학교수업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 일간신문에 보도되었던 ‘말이 안 되는 우리 국어실력’ 등의 기사 제목들은 이러한 걱정스러운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반에서 10등 안에 드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문외한(門外漢 : 어떤 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을 ‘무뇌한’이라고 쓰기에 ‘대체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나 썼니?’라고 했더니, ‘무뇌아처럼 뇌가 없는 사람이란 거 아니에요’라고 되묻더란 이야기도 그중 하나이다.

  교과 관련 어휘의 이해 수준에 관한 연구에서도 학생들의 낮은 어휘력 문제가 학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연구는 고등학교 1학년 국사교과서에 사용된 용어에 대한 이해 실태 분석에서 대부분의 학생들(96%)이 용어의 이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다른 연구자는 교과서를 펼쳐 든 학생이 등장하는 어휘의 상당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기도 전에 학습의욕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을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하였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과학(지구과학) 용어들이 대부분 한자나 영어로 기술되어 있어 학생들이 학습용어의 개념은 물론 용어 자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과학 학습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도 있다. 예로 들면,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이다’라는 문장을 제시했을 때 [상온]을 [평상시 온도(常溫)]로 해석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34.8%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높은 온도(上溫)]라고 답한 사례다.

  교과 관련 학업성취도 향상과 어휘력에 관한 연구에서 학생들은 교과의 주요 개념이나 원리를 배우지만 교과서의 학습내용을 구성하는 텍스트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여 교과학습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중등학교 교과 담당교사들은 모든 학생들이 일반적인 어휘력과 독해수준을 확보하면서 자신이 담당하는 전공교과를 배운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주간조선(2404호, 2016.04.25. http://me2.do/GIcnuS2U)은 커버스토리로 ‘빈어증(貧語症)’을 다뤘다. 부제는 <어휘력 부족이 사고력 부족으로, 고교 교실서도 “관행이 무슨 뜻이에요?”>로 되어 있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해당 글의 전반부 일부를 그대로 싣는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40대 여교사 전 모 씨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힘들다. 영어가 아니라 국어가 문제다. ‘offset’의 뜻을 ‘상쇄하다’로 해석해줬더니, 학생 대부분이 ‘상쇄’의 뜻을 몰랐기 때문이다. 전씨는 ‘상쇄하다’의 뜻을 한참 동안 설명해야 했다. 같은 학교 국어교사도 비슷한 상황. 영어교사가 수업 진행의 애로점을 털어놓자 국어교사는 “‘주옥같은 글’에서 ‘주옥’의 뜻을 대부분 몰라서 한참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사자성어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어휘를 몰라 난감할 때가 많다”며 “영어시간에 국어 단어의 뜻을 설명하느라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라고 했다.
 일반고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 성북구의 A고등학교 영어교사의 말이다. “고3 영어 지문에는 깊이 있는 내용이 꽤 나온다. 생각하면서 영어 읽기를 해야 하는데, 생각하며 읽기는커녕 단어에 해당하는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지문을 해석해줬는데도 이해를 못 하는 거다. ‘기인한다’ ‘본질적’ ‘관행’ ‘임의의’를 모르는 학생도 상당수다. 아이들이 거침없이 ‘그게 뭔 소리예요?’라고 물으면 숨이 턱 막힌다. 이런 기본적인 어휘를 모르니 수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힘들다.”
 서울 마포구 B고등학교의 과학교사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과학책에는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단어 설명에 애를 먹는다. 물질의 상태변화 하나만 해도 ‘승화’ ‘기화’ ‘액화’ ‘용해’ ‘용융’ ‘융해’등 한자어를 기본으로 하는 단어 투성이다.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느라 학생들이 책을 잘 읽지 않은 데다 영어와 수학 공부에만 매달려 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다 보니 전 과목에 걸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빈어증(貧語症)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빈어증이란 어휘력이 부족해서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증세를 말한다. 어휘력이 부족해 교과서의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초·중·고생이 많아진다는 지적이 교실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김승호 전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어휘력 간의 관계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김 교육장의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 내용이 어렵다는 학생들이 많다. 시험에서도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문맥을 이해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상당수다. 기본적인 어휘를 몰라 문맥이 이해되지 않는 거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헐, 대박, 존x’ 같은 몇 개의 어휘를 유독 많이 사용한다. 웬만한 부사와 형용사를 이 세 개의 단어로 표현해버린다. 긍정과 부정의 뜻을 두루 품고 있다 보니 통용하기도 쉽다. 맛있어도 ‘대박’, 좋아도 ‘대박’, 큰 실수를 저질러도 ‘대박’, 사고가 나도 ‘대박’, 이런 식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어휘력 빈곤 실태가 두드러진다. SBS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헐’과‘대박’이 수시로 튀어나온다. 불과 10여분 사이에 ‘대박’이 열 번 넘게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큰 물고기를 발견해도 ‘대박’, 물고기를 성공적으로 잡아도 ‘대박’, 물고기를 노릇노릇 잘 익혀도 ‘대박’, 그 물고기가 맛있어도 ‘대박’이다. 심지어 “대박”을 외치는 출연자에게 옆의 출연자가 “대박이지?”라고 묻는다.
 기성세대들은 하나같이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목동에 사는 학부모 오 모씨는 최근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어휘 수준에 충격받았다. ‘육성하다’의 뜻을 몰랐기 때문. 오씨 아이의 성적은 교육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목동의 초등학교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오 모씨는 “‘육아’는 알면서 ‘육성’은 모르더라. ‘기를 육(育)’ 한자를 알면 되는데, 한자를 배우지 않으니 기본적인 어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운 영어 단어는 줄줄 외우면서 쉬운 국어 단어를 모르는 것은 심각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략)    


4. 교수-학습과정의 어휘력 증진 방안    


 가. 교과서 측면의 문제점 파악하기

  모든 교과의 교실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주로 언어를 통해 상호작용한다. 국어과는 언어사용 능력을 신장에 기본 목표를 두고, 국어에 관한 기본적 지식을 가지게 하며, 문학의 이해와 감상능력을 길러 주는 교과이다. 이렇게 볼 때 국어 수업을 통해 국어사용 능력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면 수학이나 사회, 과학, 심지어 외국어 수업도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언어사용 능력은 크게 나누어 음성언어(말) 사용능력과 문자언어(글) 사용능력으로 구분된다. 음성언어 사용능력은 듣기와 말하기 능력이며, 문자언어 사용능력은 읽기와 쓰기 능력이다. 읽기 능력은 달리 표현하면 모든 과목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독서능력이다.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단계가 있지만,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어휘에 대한 이해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어휘력을 지니고 있는 학생은 그만큼 읽기 학습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어휘 능력을 지닐 수 있도록 어휘 학습 방법을 지도하는 것은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어휘 학습을 위해서는 폭넓게 독서하는 것과 독서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단어의 문맥적 의미가 사전적 의미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문맥에 맞게 해석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여기서 국어사전 활용이 효과적이다. 사전 활용은 어휘학습, 읽기 능력, 언어능력, 국어 능력, 모든 교과학습 능력으로 확대 연계될 수 있다. 사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지적 측면의 교육이 어렵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교육과정 상 사전 찾는 법을 익히고 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활동은 초등학교 3학년 또는 4학년 수준에서 배우게 된다. 현재의 교육과정에서는 4학년 6월에 9시간 동안 ‘국어사전과 함께’라는 단원에서 초․중․고 12년을 통틀어 유일하게 배운다. 사전에는 낱말의 어원, 발음, 그 단어와 관련된 숙어, 속담, 반의어, 유의어 등 무수한 지식이 담겨 있어 스스로 어휘 학습을 할 수 있는 좋은 자료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독서활동에서 기본적인 어휘의 의미나 개념의 이해보다는 맥락을 통한 이해, 사고력과 창의력 배양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사전을 활용한 어휘학습은 암기위주 교육의 전형으로 비치기도 한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어휘에 관한 지도는 초등학교에서 국어과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지만 중학교 이후에는 이에 관한 체계적인 지도 영역이 없다. 초등학교에서 낱말(단어)에 대한 학습을 기반으로 단어의 짜임, 품사의 개념과 특성, 어휘의 유형과 의미 관계에 대하여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중학교 국어과에서는 초등학교와 달리 언어의 본질, 음운, 담화, 국어의 역사 등에 대해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초등학교에 비해 어휘 교육에 대한 직접적인 학습 내용은 적을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나 수업 중에 자신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학습용어들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해하리라는 전제 하에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어휘보다 자신의 전공과목에 관련된 용어에만 관심을 두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학습용어의 상당한 부분을 학생들의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왜냐하면 교사들은 다년간의 사회경험과 전공분야의 공부를 통해서 의식수준이나 언어수준이 학생들에 비하여 아주 높은 수준이지만 이와 같은 사실을 수업 중에 무의식적으로 망각하기 쉽다. 

  또한 중·고등학교 시절 상위 수준의 성적을 가졌고 따라서 학습용어의 이해에 곤란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들이 학교에서 배우던 기억을 되살려 상식적인 어휘를 모르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 쉽다. 

  더욱이 교과서에서 사용되고 있는 학습용어들 가운데는 그 형성과정부터 학생들의 실제생활과 관련이 적은 전문용어이거나 외래어, 한자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 국어사전을 활용한 학습용어 습득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은 필자가 화순고 근무 당시 1학년이었던 학생으로서 서울대 불어교육과(연세대 영문과 동시 합격)에 진학한 학생이 3학년 때 자기소개서 초안 검토를 요청하면서 메일로 보내온 내용이다.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국어사전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실제 사례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중략>

1학년 때부터 선생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사전을 통한 공부.. 저는 2학년 2학기가 돼서야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사전을 강조하셨는지 알았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성적이 정말 많이 올라서 모의고사가 국사 제외하고 모든 과목이 1등급을 받은 적도 있어요 지금은 사전 보는 것이 습관이 돼서 모르는 것을 바로 찾아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됐어요(^^)  <후략>    


 나. 학생 측면의 개선 방안

  학력 부진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학생 자신과 부모가 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은 선수학습 미비, 학습의욕 저하, 가정의 관심과 교육열 미흡으로 직결된다.

  여기서 가정의 학습지원 능력 부족의 문제는 학생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교사가 이를 인정하고 지원해 주는 방법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특히 부모가 충분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하여 학생이 비난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학습부진학생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기본학력 부족이나 학습의욕 저하가 학생들만의 책임이라고 말하기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항상 무엇인가 배운다고 생각하며, 다른 학생들과 제대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만 배우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의 교육지원 능력이 약한 경우 교사가 학습수준을 체크하고 보완해 주지 않으면 선수학습 미비는 당연한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학생들이 근본적으로 공부하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공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학생은 공부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 모든 사람들이 직업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듯이 모든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하루의 일과가 공부이며 공부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공부에 지겨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잘하고 싶은 생각에 비해 실제로 공부 잘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공부를 해도 생각보다 성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어려워하고 또한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들이기에 공부를 하면서 알아가는 재미는 그들에게 어떤 오락보다도 더 즐거운 일이다.

  우리 국어의 특수한 구조에서 학습용어 이해 곤란의 원인을 한자습득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국어는 70% 이상이 한자어이므로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의 30%만 배울 뿐이다. 더욱이 대학 수준의 학술용어는 95% 이상이 한자어이므로 한자를 배우지 않으면 5%의 언어능력으로 학문을 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한자어가 90%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는 바, 한자학습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하여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는 ‘항성(恒星: 항상 항, 별 성)’, 행성(行星: 다닐 행, 별 성) 등과 같이 한자가 병기되어 일찍부터 국어의 개념 이해와 한자어 이해에 관심을 둘 예정이다.(교육부 보도자료. 2016.12.30. 필요한 경우,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이렇게. 개념 이해 돕는 효과 기대).

https://www.moe.go.kr/boardCnts/view.do?boardID=294&boardSeq=70108&lev=0&searchType=S&statusYN=C&page=1&s=moe&m=0503&opType=N

  실례로, 고등학생 대상으로 공부방법 학원을 운영하는 「스터디 코드 3.0」(웅진윙스)의 저자(조남호)는 서울대생 3,121명을 인터뷰한 결과 서울대 합격 학생들은 학습용어 이해와 한자학습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조선일보 2014-04-05). 우수한 학생들일지라도 한자와 학습용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애들은 끊임없이 '왜, 왜, 왜'라고 물어요. 미적분 문제를 풀잖아요? 그러면 '미적분(微積分)'이 한자로 무슨 뜻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해요. 수학에서 용어란 곧 개념이기 때문에 용어를 이해하면 당연히 기본 개념이 이해가 되죠. 그런데 다른 학생들은 그냥 무조건 그래프만 외워요. 차이는 거기에 있었어요."    


5. 마치면서    

  본 글에서는 학습에 대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시했다. 우리 용정중 학생들 모두가 성장 마인드셋을 소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마인드셋과 함께 학습방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효과적인 학습방법의 하나인 개념 이해, 어휘력 배양을 강조하였다. 이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기의 학력향상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주된 요인이 어휘력 부족이라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말 어휘력이 부족하면 국어는 물론 수학이나 사회·과학, 심지어 영어 공부까지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어휘력 배양을 위해 국어사전 활용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다. 아울러, 대부분의 교과학습 용어가 한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 한자에 대한 관심도 높여야 된다는 점도 제안하였다.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았지만 영어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어사전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추가하고 싶다. 어휘력 배양을 통한 개념 이해 수준을 높여 공부하는 재미, 학력향상의 기쁨을 만끽하는 용정중의 희망을 키우는 중학교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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