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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호 Nov 19. 2017

가장 많이 하는 후회

  누군가 삶에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고마운 사람이다. 그러한 의미의 말들 중에서 어렸을 땐 흔히 들을 수 있지만 성장해 감에 따라 점차 듣기가 어려워지는 말이 있다. 주변에 그 말을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점차 줄어 어느샌가 아무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말일까.

  그것은 공부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공부하라는 말이 좋은 것일지라도 아무에게나 해 줄 수 없다. 공부를 직업으로 하는 학생들에게는 괜찮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해서는 큰 실례가 되는 말이다. 어떤 학생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그의 성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 주기 어렵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 누구보다 부모님께서 공부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을 것이다. 나를 아껴주신 친지들도 가끔 공부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 주셨을 것이다. 나를 직접 지도해 주시던 선생님들도 부모님만큼이나 자주 그 말씀을 해 주셨을 것이다. 좋은 그 말을 해 주셨던 그분들은 분명 나의 삶에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임에 틀림없다. 

  이삼 년 전에 많은 신문들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가장 많이 하는 후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에 대하여 1위부터 5위까지 답하도록 한 조사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남자와 여자 모두 10대부터 40대까지는 ‘공부 좀 할 걸’이라며 공부하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하였다. 남자의 경우는 50대까지도 공부에 대한 후회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 후회하는 것은 남자의 경우 ‘돈 좀 모아들 걸’, 여자의 경우 ‘애들 교육에 신경 좀 쓸 걸’이라고 나왔다고 한다. 

  가장 후회하는 것에 대한 보도들은 공부 후회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기사 말미에 덧붙였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나이가 들수록 공부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은 것으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직업이 공부인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공부하라는 말이 맞는 것이고, 그래서 학생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강조한다. 특정한 업무를 직업으로 해야 하는 성인기에 들어서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라는 말은 자주 들을 수 있지만, 공부가 좋은 것이니 하고 싶을 때 일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권하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공부하라는 좋은 말을 들을 수 있는 시기는 늦어질수록 더 바람직할 것이다. 꿈과 희망을 키우는 시기이며, 지식과 인성 면에서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는 단계인 청소년 시기에 더 이상 그 말을 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이 공부하라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는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이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협력하면서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이 청소년기인데 경쟁해서 이겨야 하고, 가능하면 일등 하라고 하니 좋아할 이유가 있겠는가. 다음으로 공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기부터 국어사전 보기, 한자 외우기 등 기초적인 것들을 제대로 했더라면 지금처럼 수업이해가 어렵고 재미없지는 않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기초 또는 기본학력 부진이 누적되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경우가 많다. 즉, 공부의 목적과 공부 방법에 대한 문제점에서 공부하라는 말을 싫어하게 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외에 개인에 따라 다른 이유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학부모라면 자녀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들을 때가 좋은 것이라는 점을 설명해 주어 스스로 인정하도록 하자. 그리고 공부하는 목적과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이와 관련하여 공부란 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도와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점도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분야와 수준은 다르더라도 어떻든 알아야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라면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고, 공부하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제자들의 본심이라는 것을 먼저 인정하자. 그렇기에 ‘좀 더 잘해보자’, ‘기초부터 배워보자’, ‘포기하지는 말자’라는 말을 자주 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공부 방법 면에서 국어 어휘력과 주요 교과 기초학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공부를 하더라도 알아가는 재미도, 지속적인 발전도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국어사전 활용을 통한 자기주도 학습능력 확보를 꾸준히 전개하기를 바란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언젠가 사랑하는 자녀와 제자들은 공부하라는 말이 얼마나 고마운 말이었는지, 그리고 공부하라는 말을 해 주셨던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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