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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호 Nov 21. 2021

시험 없는 학교교육에 대한 불안감

  일주일 지나면 수능시험일이다. 12년 동안 학교교육의 주된 목적인 교과학습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 평가받는 날이다. 평가는 본래 비인간적이기 때문에 모든 평가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계획과 실천이 있는 사회조직이나 교육과정과 수업이 존재하는 학교교육에서 평가는 사라질 수 없다. 평가를 통해서 개인과 사회는 자신의 수준을 알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여 보완할 수 있다. 공정한 평가는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불공정으로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불만을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학별고사를 거쳐 1993년부터 시작된 수능시험도 현재까지 3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다른 모든 나라에서 초등학교 시기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시험과 평가가 사라진 세계 유일의 국가인 것 같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폐지와 축소 문제     

  2008년부터 전국의 초․중․고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되었다. 학교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학업성취 수준 파악 및 추이 분석을 통한 기초학력 향상 자원 근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추진되었다. 그렇지만 일제고사를 서열화 도구로만 여기는 진보교육계의 평가 반대 요구에 따라 평가방법에 변화가 생겼다. 2013년에 초등학생 6학년 대상의 국가수준 평가가 완전히 폐지되었고, 그 이후 정책적 논의 과정도 없이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중간고사와 학기말 고사가 사라졌다. 시험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초등학생들은 ‘긍정적으로 두 세줄로’ 표시된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공식적으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초등학교에서 사라졌다(?). 2017년에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대상의 전국 평가가 전체 학생 대상에서 표집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학력에 대한 학교단위 또는 지역단위 교육행정기관의 책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 

   중학교 3학년 대상으로 3% 정도의 학생들을 표집하여 매년 실시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학력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 2018학년도에 수업은 물론 기초적인 의사소통능력 조차 갖추지 못한 평균 20점 이하의 학생 비율이 국어 4.4%, 수학 11.1%로 이전에 비해 두배로 증가하여 충격을 주었다. 올해 6월에 발표된 2020학년도 결과에서도 국어 6.4%, 수학 13.4%로 대폭 증가했다. 이렇게 학력수준이 낮아지고 있어도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안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의 학력은 1위 또는 2위로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급격하게 추락했다. 2018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국어 9위, 수학과 과학은 7위로 우리나라는 학력 선두그룹에서 탈락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하위 수준(1단계) 학생들의 비율이 국어독해 15.1%, 수학 15.0%이며 하락 정도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안 보니 사설 학력평가 의존

  전국 초등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가 사라지고, 코로나 유행 이후 학력 격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설 학력평가 시험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고 한다. 아이의 학업 수준을 확인하고자 하는 수요는 큰데 학교에서 시험을 치지 않으니 아이의 학력수준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겠다고 홍보하는 사교육기관의 ‘학교 밖 시험’에 불안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많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에는 “초등학교 때 ‘잘한다’는 성적표만 믿고 있다 중2 첫 중간고사 성적을 받아 들고 애랑 같이 펑펑 울었다”는 경험담이 수시로 올라온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교육에서 학업 성취도 점검을 하지 않는 데 따른 가장 큰 피해는 사설 시험조차 치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이 입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에 여권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는 초등학교 시험 정상화와 함께 중학교 3학년 시기에 기본학습 역량평가를 시행하여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고교 시기에 보충해 주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니 기대해봐야겠다.


** 전남매일 전매광장에 2021.11.11(목) 개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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