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선한이웃교회

이 교회를 통해 하나님이 행하실 일을 기대하며...

by 강석효

이 오면 들판의 흙 사이에서 작은 기적들이 조용히 일어납니다.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땅이 조금 풀리더니 어느 날 손톱만 한 새싹 하나가 고개를 내밉니다. 참 연약해 보이는 생명입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발에 밟히면 금방 부러질 것 같지만, 결국 그 작은 생명은 단단한 흙을 뚫고 올라옵니다. 생명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습니다. 아무리 눌러도 결국은 살아나고야 맙니다.

복음도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제자들조차 두려움에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십자가에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성령의 역사 속에서 복음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세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복음의 중심에는 언제나 교회가 있었습니다.


사도행전을 읽다 보면 믿는 사람들이 마음을 같이하여 모였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자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사랑이 있었고, 서로를 돌보는 따뜻한 손길이 있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병든 사람들이 몰려왔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교회는 그렇게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복음의 자리였습니다.

우리 선한이웃교회도 어느덧 서른세 해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길다면 긴 세월이고, 돌아보면 참 빠르게 지나간 시간입니다. 그 시간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섬김이 있었습니다. 이름 없이 주방에서 봉사하던 손길도 있었고, 조용히 예배 자리를 지키며 기도하던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축복하던 목소리도 있었고,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품어 주던 따뜻한 눈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믿음이 모여 오늘의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교회는 거창한 것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아주 평범한 믿음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자라납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예배하며, 작은 사랑을 나누는 그 조용한 순간들이 교회를 세워 갑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의 뒤에는 늘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교회설립주일이 되면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는가를 말하기보다, 하나님이 얼마나 우리 교회를 붙들어 오셨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교회가 걸어갈 길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화려한 길이 아니라 복음의 길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상처 입은 마음을 품고,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걸어가는 길입니다. 교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조직이 되기보다, 누군가에게 가장 따뜻한 공동체가 되면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봄날의 새싹처럼 복음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지금도 교회를 통해 그 복음을 세상으로 흘려보내고 계십니다.

서른세 해를 지나며 우리 교회가 다시 복음을 붙들고, 서로를 사랑하며,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로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서 가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이 교회를 통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실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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