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저녁예배

애통함이 희망으로 바뀌는 시간

by 강석효

사순절이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걸어가신 고난의 길을 따라 마음을 낮추고 제 삶을 돌아보는 절기라고들 말한다. 말로는 짧지만, 막상 그 길을 제 발로 조금이라도 따라가 보려 하면 마음이 여간 무거워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인지 사순절 저녁예배는 늘 낮의 분주함이 다 가라앉은 뒤에야 비로소 제 빛을 낸다. 사람들은 저마다 하루치의 피곤과 말 못 할 사정을 품고 교회 문을 밀고 들어온다. 어떤 이는 몸이 아파서, 어떤 이는 자식 걱정 때문에, 어떤 이는 차마 남에게는 꺼내놓지 못할 속상함 때문에 나온다. 그런데도 그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그 간절함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저런 애통함이구나 싶어진다.


시편 기자가 하나님이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고 노래했는데, 사순절 저녁예배가 꼭 그렇다.

대단한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눈물 한 방울이 기도가 되고, 한숨 한 번이 찬송이 되는 시간이다.

믿음이 커서 오는 자리라기보다, 살다 보니 제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 하나님 앞에 무릎 꿇게 되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고, 아픔 없는 집은 없다. 다만 우리는 그 상처를 들고 각자 어두운 밤길을 걸어 교회로 모여드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애통함으로 시작한 예배가 꼭 희망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상한 마음을 꾸짖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깨진 틈으로 위로의 빛을 들여보내신다. 당장 문제가 다 풀리지 않아도, 혼자만 이 짐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이 생긴다. 울고 왔다가도 조금은 가벼운 얼굴로 돌아가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순절은 슬픔만 가르치는 절기가 아니라, 슬픔 한가운데서도 우리를 놓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을 배우는 절기다. 그러니 오늘도 저녁마다 모여 드리는 이 예배가, 상한 심령을 품은 이들에게 조용한 숨구멍이 되고, 아픈 마음 위에 덮이는 따뜻한 이불 같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 모두, 다시 살아갈 작은 힘 하나씩은 얻어 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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