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는 휴직기간이었다.
날쌍날쌍한 평범한 어느 화요일의 바람 끝에 스치는 평온함이 얼마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지.
햇살 사이로 스며드는 목요일 오후의 온기조차도 일요일 온기와 다르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빠르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동작마저도 한폭의 그림같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날씨가 당당하게 화창하게 나올때면 돗자리 하나 챙겨 샌드위치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공원을 간다.
동네 아무나 친구든, 동생이든, 언니든 섭외해서요. 돗자리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흙 냄새조차도 향기롭다.
예쁜 식기를 사서 손님을 초대하고, 이게 맛있다, 저게 더 맛있네 하하호호.
백화점 세일 기간인데 우리 다같이 갈까?
우르르 뭐하나 저렴한 거 하나 사고 좋다고 손에 한두개 쇼핑백을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멀어지는 차를 향해 손을 바삐 흔들면서 배웅도 한다.
금요일이면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서울로 나간다.
오전 내내 쉬었기 때문에 충전 가득한 상태로 가장 최상의 컨디션으로 금요일 저녁을 맞으러 간다.
컨디션이 좋으니 뭘해도 여유가 있다.
출근 중이었으면 가장 피곤한 날이 금요일 저녁이라 남편 회사 앞으로 나갈 생각은 엄두도 안 났을테다.
아이들이 어질러 놓고 간 거실과 식탁, 화장실을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며 맞이하는 여느 아침,
싹 정리하고 쇼파에 널부러져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며 아침방송을 봐도 그저 좋다.
하다못해 평일 낮에 아무때나 은행을 가도 좋다.
이 시간에 누구 눈치 안 보고 은행을 갈 수 있다니.
그 느낌은 방학때와는 너무 다르다.
직장을 안 다니니 가장 좋았던 건, 자유와 여유, 사계절이다.
전업의 가장 큰 장점은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날, 출근 길 문득 에어컨을 켜다가 창밖 너머 사람들이 반팔로 길을 걷는 것을 보고 아, 여름이 왔네.
어느날, 퇴근 길 문득 히터를 틀다가 창밖 너머 사람들이 움추리며 옷 깃을 세우는 것을 보고 아, 겨울이 오나보다.
그런 사계절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빈둥빈둥 거리며 지내길 좋아하고, 구속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저는 직장생활이 맞지 않다.
어디서건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선생님들의 높은 도덕성을 따라가지 못해 늘 반성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도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렇기에 퇴직 후 삶을 늘 그린다.
그냥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