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의 꿈 날다 04

1장_꼬비의 증언 B

by 수형

[1장_꼬비의 증언] B


(꼬끼가 장난스럽게 사냥꾼 흉내를 내고 나서, 겁을 먹은 꼬비에게)



꼬끼

(사냥개 목소리 흉내) 왈왈! 어떤 놈이 꿈 얘길 해, 죽고 싶어?


꼬비

(놀랬다가 아닌 것을 알고) 야, 꼬끼! 놀랬잖아.


꼬끼

똑같지? 꽉꽉 물어버릴 거야~


꼬비

너나 물리지 마! (사이) 야, 꼬끼!


꼬끼

왜?


꼬비

나랑 새들의 천국에 갈래?


꼬끼

새들의 천국? 그런 데가 있어?



#노래 4. 새들의 천국(굿거리)


꼬비

시끄러운 사람들 없고 새들만 사는 나라

닭들의 꿈 이루어지는 새들의 천국 가고파라


꼬끼

닭들의 꿈? 그게 뭐야?


꼬비

언제부터 우리 닭들은 계란 공장 기계가 되었을까

제 몸 하나 못 드는 날개

파란 하늘 그리운데


언제부터 우리 닭들은 닭 공장에 팔려갔을까

그게 원래 우리들 인생일까

꿈을 접은 날개가 처량하다


하지만 나는 새야 하늘을 나는 새

천둥오리 기러기 까치 솔개 크낙새처럼

우리도 함께 날자 두 날개로 훨훨

닭들이 날아간다 춤을 춘다 훨훨


시끄러운 사람들 없고 새들만 사는 나라

닭들의 꿈 이루어지는 새들의 천국 가고파라



꼬끼

(손뼉 치면서 추임새를 하듯) 잘한다! 예쁘다!


꼬비

이렇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니까, 속이 다 시원했죠.

헌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개가 듣는다고, 그때 사냥개가 나타났어요.



#노래 5. 말했지?(엇모리)


사냥개

말했지? 여기선 꿈꾸면 안 된다고!

모두

꿈이란 건 우리를 속이는 생각이야


사냥개

말했지? 꿈꾸면 현실을 잊는다고!

모두

꿈을 꾸면 세상과 점점 멀어질 뿐


사냥개

꿈은 독보다 위험한 거

모두

꿈은 총보다 무서운 거

관리자를 매우 피곤하게 해!

꿈은 안 돼!


#노래 6. 영계백숙(자진모리로 이어서)


사냥개

그래! 안 되지 절대 안 돼

꿈꾸는 놈들은 집단생활에서 매우 위험한 놈들이지


꼬비, 독방에 들어가 있어!


다음번 닭차에다

젤 먼저 보낼 테니


가서 따끈따끈한 닭죽,

구수한 치킨 바비큐,

매콤한 찜닭,

니 맘대로 해


꼬끼

안 돼요. 꼬비는 아직 어린 닭이에요.


사냥개

그럼, 영계백숙!


꼬끼

꼬비! 꼬비!



꼬비

저는 사냥개에게 붙잡혀서 다른 닭장으로 끌려갔어요.

사냥개는 계속해서 욕을 했고, 다른 닭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수군수군거렸지만,

그때 간절하게 외치는 꼬끼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습니다.



#노래 7. 미안해(가곡성 우조)


꼬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난 용기 없는 닭이야

내게도 숨겨둔 꿈이 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전환.




*

언제부터 우리 닭들은 계란 공장 기계가 되었을까

언제부터 우리 닭들은 닭 공장에 팔려갔을까

그게 원래 우리들 인생일까

꿈을 접은 날개가 처량하다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과 당당한 저항에서

삶의 올바른 지향과 꿈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꼬비 역할을 하는 소리꾼이 사냥개 역할까지 함께 한다.

그런 연출이 어색하지 않는 것은 판소리 극이기에 가능하고

판소리로 만드는 창극의 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