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_꼬비의 증언 B
(꼬끼가 장난스럽게 사냥꾼 흉내를 내고 나서, 겁을 먹은 꼬비에게)
꼬끼
(사냥개 목소리 흉내) 왈왈! 어떤 놈이 꿈 얘길 해, 죽고 싶어?
꼬비
(놀랬다가 아닌 것을 알고) 야, 꼬끼! 놀랬잖아.
꼬끼
똑같지? 꽉꽉 물어버릴 거야~
꼬비
너나 물리지 마! (사이) 야, 꼬끼!
꼬끼
왜?
꼬비
나랑 새들의 천국에 갈래?
꼬끼
새들의 천국? 그런 데가 있어?
#노래 4. 새들의 천국(굿거리)
꼬비
시끄러운 사람들 없고 새들만 사는 나라
닭들의 꿈 이루어지는 새들의 천국 가고파라
꼬끼
닭들의 꿈? 그게 뭐야?
꼬비
언제부터 우리 닭들은 계란 공장 기계가 되었을까
제 몸 하나 못 드는 날개
파란 하늘 그리운데
언제부터 우리 닭들은 닭 공장에 팔려갔을까
그게 원래 우리들 인생일까
꿈을 접은 날개가 처량하다
하지만 나는 새야 하늘을 나는 새
천둥오리 기러기 까치 솔개 크낙새처럼
우리도 함께 날자 두 날개로 훨훨
닭들이 날아간다 춤을 춘다 훨훨
시끄러운 사람들 없고 새들만 사는 나라
닭들의 꿈 이루어지는 새들의 천국 가고파라
꼬끼
(손뼉 치면서 추임새를 하듯) 잘한다! 예쁘다!
꼬비
이렇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니까, 속이 다 시원했죠.
헌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개가 듣는다고, 그때 사냥개가 나타났어요.
#노래 5. 말했지?(엇모리)
사냥개
말했지? 여기선 꿈꾸면 안 된다고!
모두
꿈이란 건 우리를 속이는 생각이야
사냥개
말했지? 꿈꾸면 현실을 잊는다고!
모두
꿈을 꾸면 세상과 점점 멀어질 뿐
사냥개
꿈은 독보다 위험한 거
모두
꿈은 총보다 무서운 거
관리자를 매우 피곤하게 해!
꿈은 안 돼!
#노래 6. 영계백숙(자진모리로 이어서)
사냥개
그래! 안 되지 절대 안 돼
꿈꾸는 놈들은 집단생활에서 매우 위험한 놈들이지
꼬비, 독방에 들어가 있어!
다음번 닭차에다
젤 먼저 보낼 테니
가서 따끈따끈한 닭죽,
구수한 치킨 바비큐,
매콤한 찜닭,
니 맘대로 해
꼬끼
안 돼요. 꼬비는 아직 어린 닭이에요.
사냥개
그럼, 영계백숙!
꼬끼
꼬비! 꼬비!
꼬비
저는 사냥개에게 붙잡혀서 다른 닭장으로 끌려갔어요.
사냥개는 계속해서 욕을 했고, 다른 닭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수군수군거렸지만,
그때 간절하게 외치는 꼬끼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습니다.
#노래 7. 미안해(가곡성 우조)
꼬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난 용기 없는 닭이야
내게도 숨겨둔 꿈이 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전환.
*
언제부터 우리 닭들은 계란 공장 기계가 되었을까
언제부터 우리 닭들은 닭 공장에 팔려갔을까
그게 원래 우리들 인생일까
꿈을 접은 날개가 처량하다
현실에 대한 바른 인식과 당당한 저항에서
삶의 올바른 지향과 꿈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꼬비 역할을 하는 소리꾼이 사냥개 역할까지 함께 한다.
그런 연출이 어색하지 않는 것은 판소리 극이기에 가능하고
판소리로 만드는 창극의 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