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_꼬끼의 증언 A
(밝아지면 무대 중앙에 꼬끼가 엉거주춤 서있다.)
꼬끼
그러니까 남원에 있는 양계장 얘기를 해야 우리가 어떻게 강원도 고성까지 가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가 있거든요. (사이) 네? 우리가 할머니를 겁주고 도망갔다고요? 아니 왜 도망을 가요? 정말 도망치고 싶었을 땐, 남자로서 비겁했던 그 때죠. 꼬비가 잡혀간 뒤로 모든 게 다 우울했습니다.
#노래 8. 일시정지(중모리)
꼬끼
모이를 씹나 모래를 씹나
속도 맘도 꺼끌꺼끌
너를 볼 수 없는 나는
물을 먹어도 소화불량
병든 닭처럼 멍 때리다
못난 가슴 울먹울먹
너를 볼 수 없는 세상
아~ 모든 것이 일시정지
꼬할아버지(이하 꼬할)
이 놈이 그새 삐쩍 말랐구나.
꼬끼
꼬할아버지, 꼬비가 불쌍해요.
꼬할
모난 세상은 꿈꾸는 자를 두려워한단다.
꼬끼
전 비겁해요.
꼬할
비겁한 건, 나처럼 꿈을 잃은 늙은이들이야.
꼬끼
사실... 저도 꿈이 있거든요.
꼬할
누구나 꿈을 꾼단다. 두려워서 말하지 못할 뿐이지.
꼬끼
(조심스럽게) 제 꿈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꼬할
지금? 그러다 사냥개가 오면?
꼬끼
그럼. 꼬비가 있는 곳으로 가겠죠. 그래도 좋아요.
꼬할
(사이) 그래, 그럼 말해 봐라.
꼬끼
대신 웃으시면 안 돼요. 제 꿈은 좀 엉뚱하거든요.
#노래 9. 성대모사가(자진모리)
꼬끼
닭이 운다 닭이 울어 꼬끼오!
수탉 암탉 싸움닭 토종닭 여러 닭들이 운다
새벽닭은 기운차게 꼬끼오!
병아리는 앙증맞게 삐약 삐약!
졸린 송아지는 (졸면서) 음메 음메~
춤추는 힙합 오리 (춤동작을 섞어서) 꽤~액! 꽥꽥! 꽤~액! 오~예!
심장 약한 까마귀는 소심하게, 까악 까악!
소쩍새 친구 뻐꾸기는 열두 시만 되면, 뻐꾹뻐꾹 뻐뻐꾹 뻐꾹!
사람 사는 세상에도 개인기 없이는 안 되는데,
개인기는 뭐니 뭐니 해도 성대모사가 최고!
(유명 인사의 성대모사를 한다.)
꼬할
(기가 차서) 이놈이 하다 하다 사람 목소리까지 흉내를 내는구나. 허허허!
꼬끼
내 꿈은 성대모사, 최고의 소리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구나!
꼬끼
꿈이 좀 엉뚱하죠?
꼬할
생각보다 많~이 엉뚱하구나. 하지만 즐거운 꿈인 걸.
꼬끼
할아버지. 닭도 하늘을 날 수가 있어요?
꼬할
간절하게 원하는 닭이 있다면 언젠가는 하늘을 날겠지.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하늘을 날았다.
꼬끼
정말요? 근데 지금은 왜 못 날아요?
꼬할
말을 하려면 좀 긴데...
(천천히 움직이며)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지.
#노래 10. 닭조상 내력가(자진모리)
꼬할
닭 조상 내력을 들어라
닭들의 내력을 들어봐라
닭은 양 날개 퍼덕이며 저 하늘을 훨훨
기러기 독수리 친구 허고
새들의 나라 이종 격투기 치킨원 챔피언 되었으니, 아뵤!
쌈 잘하는 매도 닭들 앞에선 오금이 절절
그 후에 인간들에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니
그 권법 지금까지 전해
닭싸움이라고 전하더라!
헌데 인간이 닭을 길들이기 시작한 후
날지 않고 싸우지 않고
야성을 잃어도 살아갈 수 있었으니
그 뒤에 우리 닭들은
나는 꿈을 모두 잃고
닭장 속에 갇혀 지내니,
이 아니 슬플쏘냐 꼬꼬닥!
꼬할
(무리를 해서 기침을 하며) 에고... 에고...
꼬끼
괜찮으세요?
꼬할
이 노래는 부를 때마다 힘들어 죽겠구나.
꼬끼
할아버지, 새들의 천국에 가면 정말 꿈이 이루어지나요?
꼬할
새들의 천국?
꼬끼
꼬비가 그랬어요.
꼬할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천국은 전설이나 환상보다도 꿈꾸는 자들의 가슴에 더 가까이 있을 거야. 그곳에 꼭 가기를 바란다.
꼬끼
할아버지도 우리랑 함께 가요.
꼬할
이 늙은 할아비도 껴주는 거냐? 고맙다, 고마워! 허허허!
꼬끼
그래서 저는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새들의 천국에 가서 하늘을 나는 닭이 되겠다. 하늘을 날며 성대모사를 하는 최고의 소리꾼이 되겠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네요. 양계장에 갑자기 무서운 일이 생겨났습니다.
계속.
*
닭조상 내력가 노개 가사는 원작을 쓴 최용석 님의 숨결이 가득한 노래다. 웅장한 서사와 해학과 교훈이 담긴 판소리 사설이다. 인간 성대 모사까지 하는 꼬끼의 캐릭터는 극 후반에 또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미 교훈이 가득 담긴 이야기이기에, 무조건 재밌게 만들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