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_꼬끼의 증언 B
(꼬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꼬비와 함께 새들의 천국에 가서 하늘을 나는 닭이 되겠다고 결심한 꼬끼.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의 공포가 양계장으로 밀려온다.)
#노래 11. 살처분(엇모리)
모두
아~ 살처분(반복) 아~ 생매장(반복)
몰려온다 몰려온다 에이아이 조류독감
지방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몰려온다
흰 옷 입은 방역대원 곳곳마다 위생검역
양계장에 닭들이 생매장을 당한다
다가온다 다가온다 에이아이 조류독감
전국으로 확산되어 이곳까지 다가온다
너도 나도 감기 조심
먹이 조심 황사 조심
한 마리만 전염돼도
모두 모두 살처분!
한 마리만 전염돼도
모두 모두 살처분!
사냥개
모두 입 닥쳐! 감기에 걸렸어도, 기침소리 내지 말고. 병든 닭맹키 졸지도 말고! 약한 모습 보이면 우리 모두 살처분, 생매장이야. 한 마리만 걸려도 다 죽어! (울먹이며) 어쩌면 나까지 죽이려고 할 거야... 이게 무슨 개죽음이야!
꼬끼
양계장에서 제일 겁에 질린 놈은 사냥개였죠. 무서워서 끙끙대는 소리가 밤새도록 양계장을 시끄럽게 했어요. 하지만 다음 날, 흰옷을 입은 방역대원들이 양계장으로 몰려왔습니다.
대원
한 마리도 놓치면 안 된다. 모두 살처분해!
#노래 12. 큰일 났다 큰일 났어(자진모리)
모두
큰일 났다 큰일 났어
흰옷 입은 저승사자 양계장에 몰려온다
도망쳐라 도망쳐
작은 틈만 보이면 머리 밀고 다리 뻗어
양계장엔 방역대원, 문밖에는 사냥개.
도망갈 틈이 보이지 않아!
도망쳐라 도망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흰 옷 입은 저승사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붙잡히면 죽음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방역대원 같이 뛴다
꼬끼
그때 꼬비가 있던 닭장이 넘어지며 꼬비가 나왔구나
나도 방역대원 다리 사이를 가로질러 양계장 밖으로 나왔구나
(대사로 소리치며) 꼬비, 도망쳐! 잡히면 안 돼!
꼬비
꼬끼! 산 밑으로 도망치자!
꼬끼
그때여 사냥개가 우리를 보고 으르렁대면서 달려온다
(사냥개 목소리로) 다른 놈들은 몰라도 내가 너희를 놓치진 않을 거다!
퍼덕퍼덕 후루루루루루루 빨리 가자
(사냥개 목소리로) 으렁 게 섰거라, 거기 서!
바로 그때!
#노래 13. 어떤 닭 한 마리(진양조로 이어서)
꼬끼
어떤 닭 한 마리!
두 눈을 부릅뜨고 뾰족한 부리를 치켜들고,
두 날개를 퍼덕이며 달려온다
사냥개 목덜미를 노려보며 달려든다
푸더덕 덕덕덕 꼬꼬댁 으렁 꼬끼요!
사냥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그 옆에서 쓰러져 죽어가는 닭은
꼬할아버지로구나!
꼬할
(마지막으로 외치며) 어서 가! 어서! (쓰러진다.)
꼬끼
꼬할아버지 덕분에 사냥개를 피해서 양계장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산 밑으로 도망치면서 자꾸만 생각나는 꼬할아버지 때문에 몇 번이고 눈물을 훔치고 또 훔쳤습니다.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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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12에서 13으로 이어지는 소리는, 특별히 좋아하는 대목이다.
판소리 특유의 묵직한 이야기가 소리꾼의 연기와 춤과 소리가 어우러져서 강렬한 장면을 연출한다.
꼬할아버지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용기는 늘 볼 때마다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