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_트럭 운전사의 증언
(밝아지면, 무대 중앙에 서있는 트럭 운전기사가 보인다.)
운전사
긍께 나는 트럭 운전산랑께요, 아까 아홉 시 뉴스에 나왔는디 뭐시냐... 그 미확인 비행물체, 그니까 닭 맹키로 생겼다는 그 비행물체요, 제가 그 닭을 얼마 전에 봤어요. 진짜랑께요. 그래서 여까지 왔어라. 닭이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린디요. 처음으로 본 것이 전라북도 남원 근처 야산이었어요. 운전을 하면서 마침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는디.
#노래 14. 와부렀네 와부렀어1(자진모리)
운전사
와부렀네 와부렀어
운전 중에 아주 가끔 만나는 난감한 신호
둘러보니 변소 없고 상가도 안 보이고
아랫배만 자꾸자꾸 아파오네
두 다리는 비비 꼬고 눈동자는 풀어졌고
짜릿한 신호 와부렀네 와부렀어
에라 나도 모르것다
가까운 야산에다 차 세우고 허벌나게 달려가다 말고 서서
(대사로) 으메, 휴지를 안 가져왔어야.
또다시 달려간다 트럭에서 휴지 들고
인적 없는 산속으로 달려간다
두 손으로 엉뎅이를 틀어막고
엉거주춤 엉거주춤 달려간다
고수
그만 가랑께. 싸것써!
운전사
에라 나도 모르것다
뽕나무 밑에 주저앉아 혁대 풀고 자끄를 내리~는디
(사이, 놀라며) 고~장났다 고장 났어 자끄가 고장 났어
다리 꼬고 다리 떨며 자끄를 고치는디
잉! 밀~고 나온다
시간 없다 시간 없어
그냥, 벗고 앉았는디!
앉자마자 휴! 앉자마자 휴!
살았구나 살았구나 하늘이 날 도왔어.
세상은 아름다워!
산은 푸르고 하늘은 맑기도 하다
(힘주며)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여!
운전사
(몰입해서 이야기하다가 민망해서) 사실 내가 야그를 요렇게 꼼꼼하게 말할 필요는 없는디오. 흥분을 하다 보니 너무 디테일하게 꼼꼼해서 냄새나고 어쩔거나. 냄새 많이 나요? (반응) 상상력 좋아!
어쨌든 무사히 큰일을 마치고 다시 트럭을 몰았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이 한 참을 가다 보니 으디서 닭소리가 나요. “꼬끼오! 꼬꼬꼬!” 그래서 운전을 하다가 뒤를 확 돌아봤는디요. 음마 깜짝이야! 거기 닭 두 마리 떡 버티고 있지 않겄어요? 순간 놀랐지요. 근데 더 놀란 것이 뭔지 알아요? 그중에 한 놈이 나한테 말을 걸었당께요.
“아저씨, 이 차 으디로 가요?” 순간 온몸에 닭살이 쫙~ “야, 이놈들아. 나가 시방 새들의 천국에 간다. 니들이 말하면 알아?” 하고 말했더니, 지들이 뭘 안다고 좋아라 뛰고 안고 염병을 떱띠다. 희한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트럭 뒤에 닭 두 마리가 있다고 해서 뭐 손해 볼 것도 없고, 잘만 하면 공짜로 닭다리를 뜯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속 드라이브를 해부렀습니다.
#노래 15. 동해바다 드라이브(세마치)
운전사
하루 일해 하루 먹고사는 고단한 인생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달려보자 드라이브
낡은 트럭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
내 마누라 잔소리 같아도 속력을 내자 드라이브
살다 보면 쥐구멍에 볕 들 날 있고
언젠간 고도리 삼팔 광땡 잡을 날도 오겠지
운전사
드라이브 동해바다 옆에 끼고, 앗싸!
후라이드 닭강정에 콜라 한 잔, 좋다!
꼬비꼬끼(동시에)
드라이브 동해바다 옆에 끼고 꼬끼오!
드라이브 우리들의 꿈을 싣고 꼬끼오!
운전사
다가온다 다가온다 다가와 화진포 새들의 천국!
드라이브 우리들의 꿈을 싣고. 좋다!
꼬비꼬끼(동시에)
다가온다 다가온다 다가와 꿈에 본 새들의 천국!
드라이브 우리들의 꿈을 싣고 꼬끼오!
운전사
요라고 재미지게 노래를 부르는 동안 트럭은 영덕을 지나고, 울진을 지나고, 삼척, 강릉, 속초를 지나 동해 최북단 고성군 화진포란 곳에 딱 도착을 했습니다. 여기 올 때마다 느끼는 건디요, 산과 호수가 무지하게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놈에 휴전선이 뭔지, 조금만 더 올라가면 그 이름도 아름다운 금강산인디, 아쉬워부러라. 근디 닭들도 뭣을 안다고 풍경을 바라보고 있길래, 때는 요때다 싶어서 고놈들을 잡으려고 살살 다가갔지요.
#노래 16. 와부렀네 와부렀네2(자진모리)
운전사
와부렀네 와부렀어
살다 보면 한 번쯤 찾아오는 황홀한 찬스!
닭튀김에 맥주 한잔, 생각만 해도 환장하겄네
그때여 몸을 날려 냅다 덮쳤더니
한 마리는 도망치고
한 마리는 너무 놀라 닭똥 싸며 파닥파닥
그때 내 눈깔에 닭똥 튄다
(따가운 눈을 비비며 대사로) 워매, 눈 따가워 야.
한 마리는 손등 물고
한 마리는 예쁜 내 엉댕일 쪼아 문다
앗 따궈! 앗 따궈! 앞도 안 보이고, 미치겄네. 저리 가. 저리 가!
계속해서 콕콕콕 콕콕콕 콕콕콕 쪼아 문다!
야, 이놈아, 고만 혀! 내 엉덩이 빵구나! 고만 쪼아!
(동살풀이로 이어서)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닭 잡은 손 풀어지고 두 눈깔은 씨큰 씨큰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엉덩이는 따끔따끔 자빠지고 엎어지고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닭튀김에 콜라 한 잔 나가 혼자 쌩쑈했네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따끔따끔 씨큰 씨큰 민망해서 어쩔거나
어쩔거나 어쩔거나
운전사
“야, 이 섞을 놈들아. 어디멩기로 도망 가? 가려거든 달걀이라도 몇 개 까주고 가!” 하고 소리를 쳤더니, “아저씨, 고마워요!” 하고 닭이 또 말을 합디다. 또 화들짝 놀랐부러지라우. 분명해요. 아홉 시 뉴스에 나왔던 그놈들이 분명해요. 그 놈들이라면 하늘이 아니라 저 우주 끝터머리라도 날아갈 놈들이랑께요.
운전사
(마무리하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온몸에서 닭똥 내가 요동친다. 뭐메~ 더러라...
전환.
*
3장에서 4장으로 넘어가는 막간에
운전기사가 웅얼웅얼 너스레를 떨면서 직접 무대 전환을 한다.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이런 역할 자주 하면 장가 못 가 어떨 거나.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연기하고 소리하고 소품까지 내가 날라?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고수 역할을 했던 소리꾼이 트럭 운전사 역할도 같이 하면 캐릭터 구성이 좋다. 3장은 이 연극 전체에서 관객과 즐겁게 호흥하는 역할을 한다. 대체로 남자 소리꾼이 이 역할을 하지만, 종종 여자 소리꾼이 거뜬하게 역할을 소화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