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_독수리와 멍구의 증언 A
(밝아지면, 무대 중앙에 독수리와 멍구가 서로 경쟁하듯 증언하려고 서있다.)
독수리
저는 외눈박이 독수리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새 한 마리로서 증언을 하고자 합니다.
멍구
잠깐, 내 증언도 빠질 수는 없어. 저는 강원도 고성군 할마이네 사는 진짜 개, 멍구예요. 몸이 약한 할머니를 위해 뭐이 먹을 게 없나, 찾고 있었어요.
독수리
저는 그때 화진포 상공 위를 날고 있었죠. 며칠째 굶주려서 무척 배가 고팠습니다.
멍구
분명해요. 누구보다 먼저 저 닭 두 마리를 봤어요. 순간, 저의 탁월한 동물적 감각으로다 저들은 주인 없는 닭, 가출한 닭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죠.
독수리
보시다시피 전 한쪽 눈을 다쳐서 사냥을 할 때, 아주 어려움을 겪죠. 그때 발견한 저 닭 두 마리는 신이 내려준 저녁밥이었습니다.
(꼬비와 꼬끼가 등장하고, 독수리와 멍구는 숨어서 지켜본다.)
꼬비
(들판을 바라보며) 꼬끼, 여기야! 여기가 새들의 천국이야!
꼬끼
와! 아름답다. 산과 들과 아름다운 호수... 정말 새들의 천국이 있었어.
꼬비
사람들은 없고, 저기 온갖... 잡새들이 보여?
#노래 17. 새들의 천국(굿거리)
꼬비/꼬끼
그토록 보고 싶었던 새들의 천국
우리들의 간절한 꿈 이뤄지는 곳
푸른 하늘에는 철새들 날아가고
맑은 호수가엔 먹고 싶은 지렁이들
두루미 기러기 노랑지빠귀
물까치 황조롱이 붉은 머리 오목눈이
촉새 꼬까참새 흰꼬리수리
고니 까마귀 그리고
잘 생기고 아름다운 닭 두 마리
새들의 천국 꿈은 이루어진다
독수리
(듣고 있다가 불편해서) 불안한 음정, 유치한 동작... 숨어서 노래를 듣고 있다가,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어서, 저는 제 날개를 쫙 펴서 사냥 자세로 돌입했죠.
멍구
순간, 젤로 좋은 찬스가 왔어요. 그래 사냥에 굶주린 늑대맹키로, 고독한 하이에나맹키로 저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면서 살금살금 다가갔죠.
#노래 18. 최고의 사냥꾼(엇모리)
독수리/멍구
자, 지금이야. 사냥을 시작하자
독수리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멍구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독수리
커다랗게 원을 돌며 나는 거야
멍구
목표물에서 눈을 떼지 말고 끝까지 바라보자
독수리/멍구
자, 지금이야. 공격을 하는 거야
독수리
빠른 속력으로 나는 거야
멍구
빠른 걸음으로 달리는 거래요
독수리/멍구
바람을 가르며 날아(달려)
몸을 낮춰서 날아(달려)
좀 더 빠르게 날아간다(달려간다)
자, 지금이야. 두 발을 뻗어
한 번에 잡는 거야 실패는 없다
나는야 최고의 사냥꾼
카운트 다운
넷! 셋! 둘! 하나!
꼬비
(독수리를 발견하고 숨으며) 독수리닷!
꼬끼
(멍구를 발견하고 숨으며 숨으며) 사냥개야!
(사냥을 하던 독수리와 멍구가 부딪친다.)
독수리
(넘어져서) 어떤 놈이 날 친 거야?
멍구
(넘어져서) 어떤 놈이 내 사냥을 방해했어?
독수리
사냥? 저 닭들은 내가 먼저 찜했어!
멍구
찜? 웃기지 마! 내가 먼저 찜했어.
꼬비
(독수리와 멍구를 바라보다가) 찜? 야, 우리 찜닭... 이야?
꼬끼
꼬비!
멍구
쟈들은 우리 할마이 약에 쓸 기야, 니 포기하라!
독수리
난 당장 내 배가 고파. 벌써 사흘째 굶었어. 절대 포기 못해!
꼬비
(꼬끼와 뒷걸음질하며) 의견이 분분하신 것 같은데 서로 얘기들 나누세요.
꼬끼
우리는 바빠서 먼저 가볼게요. (도망가려다가)
독수리
거기! 딱 고대로 서 있어! 먼저 움직이는 놈부터 가만두지 않겠어.
멍구
그전에 근질근질한 내 이빨 맛을 보겠지. 그러니까 거기 가만히 있어.
꼬비/꼬끼
(멈춰 서서) 네!
꼬끼
뭐야, 새들의 천국이라며?
꼬비
그러게. 뭐가 잘못 됐어.
독수리
뭐, 새들의 천국?
꼬끼
네, 그래서 저 먼 남쪽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독수리
새들이 많다고 해서 새들의 천국은 아니야. 여기도 다른 세상과 똑같아. 약한 놈은 죽고 강한 놈만 살아남지. 사람들은 여길 비무장지대라고 불러. 평화로워 보이긴 하지만...
멍구
조용할 뿐이지 평화란 없어. 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아직도 전쟁 중이니 끼니.
독수리
왜 내가 외눈박이가 됐는 줄 알아?
#노래 20. 비무장지대(중모리)
독수리
두 날개를 활짝 열고 하늘을 날아봐라
하늘엔 철새 날고 갈대숲을 끼고도는
강가에는 민물고기
사람 없는 비무장지대
이곳이 바로 천국이라
허나 이를 어쩔 거나
친구와 함께 내디딘 순간,
꽝!
내 눈 하나와 눈보다 귀한
내 친구를 잃었단다
새들의 천국은 없어
이곳은 지뢰의 천국
독수리
그 뒤로 난 사냥을 할 수가 없어. 빠른 새들이나 짐승을 잡아먹을 수도 없고, 그저 죽어서 섞은 고기나주워 먹을 뿐이야.
꼬끼
꼬비, 어떻게... 모든 게 끝났어.
꼬비
꼭 날고 싶었는데...
계속.
*
1~3장이 1인 판소리 형태의 극에 더 가깝다면, 4~5장은 연극적인 형태를 더 강화했다. 새들의 천국이란 개념과 비무장지대라는 역사적 현실을 맹랑한 이야기 구조에 담아 보았다. 노래 20번(비무장지대)은 판소리 한 대목 같고, 노래 19번(최고의 사냥꾼)은 뮤지컬 넘버 같다. 판소리극(창극) 안에는 이런 즐거운 요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