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의 꿈 날다 09

4장_독수리와 멍구의 증언 B

by 수형

[4장_독수리와 멍구의 증언] B


(새들의 천국을 찾아 비무장지대로 갔던 꼬비와 꼬끼는 독수리와 멍구의 사냥감이 된다. 어렵게 찾아간 그곳이 새들의 천국이 아님을 깨닫고 꼬비와 꼬끼는 실망한다. 한편, 독수리와 멍구는 사냥감을 사이에 두고 경쟁을 하다가)



독수리

이 봐. 닭이 두 마리니까 서로 한 마리씩 차지하자. 싸우면 둘 다 손해야!


멍구

좋아! 그럼 난, 저 암탉.


독수리

상관없어. 난 어차피 허기진 배만 채우면 돼.


꼬비

(결심한 듯) 좋아요. 맘대로 하세요. 꿈을 이룰 수 없다면 죽는 게 낫죠.


꼬끼

난 무서워.


꼬비

괜찮아. 어차피 우리는.. 조류독감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잖아. (기침한다)


독수리/멍구

(놀라서) 뭐? 조류독감?


꼬비

병 들어서 죽으나 먹이가 되어서 죽으나 마찬가지야. 안 그래? (아픈 척, 깊은 기침을 한다)


꼬끼

(눈치를 채고 일부러 기침하며) 알았어. 마음에 준비를 할게.


독수리

야, 너희들 정말 조류독감이야? 거짓말이지?


꼬비

우리 양계장 닭들은 전부 살처분당했어요. 우리만 겨우 도망쳐 나왔어요.


멍구

우태하나.. 요즘 조류독감에 걸린 새 잡아먹고, 죽은 것들 마이 봤는데.


독수리

야, 너까지 왜 그래?


멍구

(진지하게) 나는요, 고민했어요!



#노래 21. 사느냐 죽느냐(중중모리)


멍구

아,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쟈들을 맛있게 먹고

조류 독감으로 비참하게 죽을 것인가,


아니면


의연하게 굶주림과 맞서 싸우다가

개답게, 죽을 것인가


아,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독수리

너 연극하니?


멍구

에이, 난 포기했다. 우리 할마이 고기 먹을 복 없네.


독수리

나도 포기할래. 꿈을 찾아 먼 땅에서 왔다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맘껏 해라.


꼬비

고맙습니다.


꼬끼

정말, 고맙습니다.


(북소리와 정지 동작)


독수리

그때 그러고 헤어졌어야 하는 건데.


멍구

그라면 아홉 시 뉴스에도 나올 일이 없었지요. 그 거이 우리의 운명이 드래요.


(정지 동작을 풀고)


꼬끼

꼬비, 우리 가자.


꼬비

꼬끼, 잠깐만.


(북소리와 정지 동작)


독수리

그 잠깐만이, 잠깐이 아니라 영원이 될 줄 저는 몰랐습니다.


멍구

똑똑한 저도 몰랐드래요.


(정지 동작을 풀고)


꼬비

독수리님, 어떻게 해야 날 수 있어요?


독수리

뭐라고?


꼬끼

꼬비! 어서 가자.


꼬비

잠깐만.


멍구

(웃으며) 닭아! 니 날고 싶니?


꼬비

저 높은 하늘은 어떻게 해야 날 수 있어요?


독수리

말해도 소용없어.


꼬비

왜요? 알려주세요! 네?


멍구

고 놈, 웃기는 닭이네!


독수리

닭은 수 천년동안 땅을 딛고 살아왔어. 그 몸집에 그 날개로 도저히 날 수 없어. 어서 가!


꼬비

(포기하지 않고) 그럼 나는 방법, 하나만이라도 가르쳐주세요!


멍구

간절하다, 간절해! 히히..


독수리

왜 날고 싶은 건데?


꼬비

그게 꿈이니까요. 수 천년동안 꾸었던 닭들의 꿈이요. 우린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해요. 단 한 번만이라도 새처럼, 저 하늘을 날고 싶어요! (무릎 꿇고) 제발 가르쳐주세요!


꼬끼

꼬비...


멍구

죽을 놈 살려주니까, 날게 해달라고 지랄이네. 야, 그걸 독수리가 갈켜주겠어?


독수리

좋아, 가르쳐줄게!


멍구

거 봐라. 갈켜준데잖아! (놀라며) 잉?


꼬비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멍구

(독수리에게) 야, 니 진담이니?


독수리

응. 뭐, 할 일도 없고...


멍구

야, 이러다 닭 쫓던 개.. 저 구름 쳐다보게 생겼다.


독수리

한동안 잊고 살아왔던 꿈.. 하늘을 날고 싶다는 저 닭의 무모한 열정이 제 마음을 흔들어놓았습니다. 비행 훈련 준비!


모두

준비!



#노래 22. 비행훈련(자진모리)


독수리

날개죽지 근육이 발달해야 한다

자기 몸을 띄울 수 있을 만큼,

날마다 팔 굽혔다 펴기 백 번!


꼬비/꼬끼

팔 굽혔다 펴기 백 번!


독수리

날기 시작하면 바람 속에 숨겨진

길을 찾아야 한다

그 바람의 길을 따라

하늘로 산으로 나는 거다


꼬비/꼬끼

바람의 길을 따라간다!


독수리

빨리 날고 싶다면 날갯짓 힘차게 열두 번

착지할 때는 천천히 날갯짓하고,

다리를 쭉 뻗어 안전하게 착륙


꼬비/꼬끼

착륙은 안전하게!


독수리

너희 닭들처럼 몸집이 크면

다리 근육을 이용해라

최대한 빨리 달려서 날개에 힘을 보탠다


꼬비/꼬끼

빨리 달려서 날개에 힘을 보탠다!


독수리

시범을 보여줄게. 잘 보고 따라 해라


멍구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잠깐만! 잠깐만!


독수리

달릴 때는 빠르고 힘차게!


꼬비/꼬끼

빠르고 힘차게!


멍구

잠깐만! 독수리... 거기... 거기는...


독수리

자, 달린다. 둘셋! 달려!



멍구

(생각이 나서) 지뢰밭이야!


(지뢰가 터지고 폭발음이 들린다. 폭발음 효과 또는 악기로 표현.)


꼬비/꼬끼

(놀라서) 독수리! 독수리!



#노래 23. 지뢰 조각(진양조)


멍구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쇳조각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지뢰 조각에 한쪽 눈을 잃고

지뢰 조각에 친구를 잃은 독수리


지뢰 조각에 두 다리를 잃었네

두 다리를 잃었구나



꼬끼

(절망하며) 안 돼. 안 돼.


꼬비

모든 게 다 끝났어...



#노래 24. 새들이 천국 어디 있나(굿거리)


꼬비

새들의 천국 어디 있나

꿈을 잃은 새들 갈 길을 잃었네


꼬끼

새들의 천국 어디 있나

꿈을 잃은 새들 눈물만 흘리네


(구음과 노래가 어우러지며)


모두

새들의 천국 어디 있나

꿈을 잃은 새들 갈 길을 잃었네


새들의 천국 어디 있나

꿈을 잃은 새들 눈물만 흘리네


새들의 천국 어디 있나

꿈을 잃은 새들 갈 길을 잃었네


새들의 천국 어디 있나

꿈을 잃은 새들 눈물만 흘리네



멍구

다행이도요. 독수리는 다리를 잃었지만, 목숨만은 붙어있었어요. 그래 쟈들과 함께 독수리를 데리고 우리 할마이가 있는 집으로 데리고 갔어요. 우리 할마이가 그 유명한 새다리 골절 전문 수의사 흥보의 후손이거든요.



전환.




*

이 극에 나오는 노래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노래 22번(비행훈련) 노래를 특별히 애정한다. 그 이전에 경쟁 관계에 있는 네 인물이 비행훈련이란 목적 하에 하나의 놀이를 하듯,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보기 좋았다. 노래 24번(새들의 천국 어디 있나)은 판소리극 다운 노래로 판소리 특유의 구음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멋진 곡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것 같은 절망 속에서 멍구의 마지막 대사는 판소리 특유의 엉뚱한 발상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