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내묻내답
원작 사설의 제목은 ‘닭들의 꿈’입니다. 그대로 공연 제목으로 쓰기에는 다소 평이하게 느껴졌고, 명사로 끝나는 구성이 답답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꿈’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비행’에 도전하는 이야기이기에, ‘날다’라는 동사를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줄여서 ‘닭꿈’이라 불렀습니다. 이 제목 역시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평범한 존재들의 비범한 비행 도전기라는 점에서, 다른 제목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출연하는 다섯 명의 배우 모두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만, 굳이 한 명을 중심으로 꼽자면 꼬비입니다. 이야기의 ‘꿈’은 꼬비의 꿈에서 시작되니까요. 꼬비는 건강한 지향점을 가진 인물로, 비행에 대한 꿈을 품고 모험을 시작합니다. 꼬끼는 착한 마음을 지녔지만 겁이 많은 닭입니다. 그러나 친구 꼬비를 돕기 위해 용기를 냅니다. 독수리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존재로, 닭들에게 비행을 가르쳐주지만, 오히려 닭들의 꿈이 그의 잠자던 열정을 다시 일깨웁니다. 멍구는 사랑스러운 개입니다. 매우 현실적인 성격이지만, 할머니를 향한 순정은 깊고, 닭들의 비행을 누구보다 지지하는 든든한 응원자입니다. 꼬할아버지는 닭들의 슬픈 역사를 전해주는 동시에, 닭꿈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어른입니다. 할머니는 남북 분단의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로, 닭수리 비행의 또 다른 동기가 되는 존재입니다. 마지막으로 트럭 운전사는 극 전체에서 ‘브리지’ 역할을 하며, 장면과 장면 사이에 극적 쉼과 유쾌한 재미를 더해줍니다.
작가로서 이 부분이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원작에 나오는 이 설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바꿀 것인가.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결국 원작의 구상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판소리 특유의 과장과 허세를 떠올리며, ‘이런 설정도 가능하겠구나’ 싶었고, 오히려 엉뚱하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더 큰 상징성을 지닌다고 느꼈습니다. 다행히 관객들도 무리 없이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닭수리 비행’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내 몸으로 채우고, 또 누군가의 도움으로 내 강점이 드러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작은 존재들의 거대한 연대가 아닐까요?
나는 소리 하는 배우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관객이 첫 장면, 프롤로그만 봐도 ‘아, 이 공연 보러 오길 진짜 잘했다. 너무 재밌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자.” 그래서일까요. 리허설 중 가장 많이 연습하는 장면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입니다. 에필로그는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자 가장 극적인 순간입니다. 수천 번을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배우들이 수고했다고 ‘자비의 마음’으로 치는 박수와, 진심으로 감동해서 나오는 ‘응원의 박수’는 소리 자체가 다릅니다.
1장에서는 사냥개 노래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꼬비가 사냥개로 변신하는 연기적 재미도 있지만, 이 장면이 재미있어야 이후의 극 전개에 힘이 붙기 때문입니다.
2장에서는 꼬할아버지의 독창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쌈 잘하는 매도 닭들 앞에선 오금이 절절 / 그 후에 인간들에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니 /
그 권법 지금까지 전해 / 닭싸움이라고 전하더라!”
평소 친구들과 했던 ‘닭싸움’ 놀이를 닭의 조상 이야기로 연결한 아이디어는, 작가로서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2장 마지막, 닭장을 탈출하는 장면 역시 꼬할아버지의 극적인 희생과 맞물려 특히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3장은 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잠시 쉬어가며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소리꾼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함께, 관객들이 부담 없이 손뼉 치며 웃고 즐기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4장과 5장의 비행 훈련 장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응원하고, 훈련하는 모습은 공연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사실 대부분의 노래와 장면이 다 좋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준 함현상, 김연수, 유수곤 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닭들의 꿈, 날다'의 대본이 언젠가 책으로 출간되기를 바랍니다. 많이 팔리는 책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욕심을 조금 더 내보자면, 언젠가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닭들의 꿈, 날다'의 한 장면이 실리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판소리와 창극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즐기고,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이 이야기가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진짜 '작가의 꿈'이네요. 허면 그 꿈도 훨훨 날아보기를, 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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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이 작품을 함께 만들었던 창작자 동료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각자 있는 곳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멋진 창작을 이어가길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이 작품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때때로 무모하지만 도전해 봄직한 닭꿈의 열정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