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_모두의 증언
(밝아지면, 할머니 집 마당에 할머니와 꼬비, 꼬끼, 독수리, 멍구가 모여 있다.
꼬비가 한쪽에 서서 증언을 이어간다.)
꼬비
이제 이 사건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우리는 다친 독수리를 데리고 멍구네 집으로 갔어요.
독수리
마음씨 좋은 주인 할머니는 집안에 있는 약초로 제 다리를 잘 치료해 주셨죠.
꼬끼
할머니 집에 있는 동안, 우리는 금세 친해졌습니다.
할머니
온 집안이 개털, 새털, 투성이네. 그래도 식구들이 많아 좋네.
독수리
할머니, 고마워요. 근데 할머니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요...
멍구
(쇠로 만든 뚜껑을 만지고 핥고 논다.)
할머니
멍구야, 할미 요강 뚜껑 못 봤나?
멍구
요강? (핥다 말고 인상을 쓴다.)
꼬끼
(할머니 목소리로) 멍구야, 요강 뚜껑이 짭짤 혀?
멍구
와, 할마이 목소리네. 니 텔레비에 나가면 대박이다, 대박!
#노래 25. 살아온 날들 서로 달라도(굿거리)
모두
살아온 날들 서로 달라도
살아온 흔적 아픔 닮았죠
작은 풀들이 작은 벌레와 이야길 하듯이,
작은 나무가 작은 바람과 춤을 추듯이
작은 별에 숨겨진 꿈을 나눠요
멍구
내가 쪼만할 즉에 주인이 날 길바닥에 버렸어. 병이 들어 버리삔 거 같은데, 우리 할마이가 불쌍하다고 내를 길러주었지. 한동안은 할마이 이불속에서 살았다. 그래 난 우리 할마이가 죽기 전에 행복하면 좋겠다. 근데 할마이가 마이 아파서, 내 맘도 아파.
할머니
에고, 죽기 전에 우리 언니 얼굴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어...
모두
작은 별에 숨겨진 꿈을 나눠요
독수리
눈도 다치고 다리도 다치고...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어서 내 친구가 있는 저 세상으로 가야지...
꼬끼
(하늘을 보며 아쉬워하는 꼬비를 보고) 꼬비가 많이 외로워 보여. 근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난 정말 바보야..
꼬비
아, 저 하늘을 꼭 한번 날고 싶었는데...
모두
작은 별에 숨겨진 작지 않은 소중한 꿈
작은 별에 숨겨진 소중한 꿈을 나눠요
소중한 꿈을 나눠요
멍구
할마이는 오래전 전쟁 때문에, 쌍둥이 언니와 헤어졌다. 언니는 저 철조망 너머 북쪽 땅에 살고 계신가 봐. 아직도 살아계신다면야... 할머닐 모시고 갔다 오면 증말 좋겠는데.
꼬끼
(할머니 목소리를 흉내 내서 노래를 부른다.) 언니 손잡고 나물 캐러 간 뒷산 산마루~
멍구
어? 우리 할마이 십팔번인데...
할머니
어릴 땐 언니랑 같이 불렀는데. 니가 불러주니 좋구나.
(꼬끼가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고, 같은 호흡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 26. 언니 손잡고(굿거리)
꼬끼/할머니
언니 손잡고 나물 캐러간 뒷산 산마루
엄마 아빠 부르다 목이 메어서
모두
울고 말았지 해는 저물어 저물어 가고
언니 손잡고 함께 울었지
언니 손잡고
#노래 27. 보고 싶은 얼굴(중모리로 이어서)
할머니
마지막 남은 기억조차 가져가는
무심한 세월이 야속하다
한번 헤어졌던 짧은 이별이
이토록 길 줄은 이다지도 아플 줄 몰랐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기억마저 저물어간다
아-아, 보고 싶은 얼굴
아-아, 보고 싶은 얼굴
독수리
아, 이제 생각났어. 저 높은 하늘 위에서 봤어. 철망 너머에 살고 계신 할머니와 똑같은 할머니. 그 할머니도 이 노래를 불렀어!
멍구
정말이니? 그럼, 그분이 맞다. 쌍둥이 할마이거든.
꼬끼
어떻게 두 분이 만날 수 있을까?
꼬비
날 수만 있다면, 가서 할머니 소식이라도 전해주고 싶어.
독수리
(북소리) 우리가 날아가서 할머니 소식을 전하고 오자.
꼬끼
우리가 날아요?
할머니
니들 뭐 하려고?
꼬비
우리가 어떻게 날아요? 꼬끼와 전 날지 못하고 독수리는 다리를 다쳐서...
독수리
너희가 내 다리가 되어줘.
꼬끼
네?
꼬비
그럼, 독수리가 우리 날개가 되고요?
독수리
그래!
꼬끼
에이, 그게 가능해요?
멍구
야, 우리가 이케 한 집에 모여 사는 건, 뭐 가능한기래? 할마이가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는데, 이판사판 못할 게 뭐 있나? 한번 해보자!
할머니
아니, 이게 믄 짓 이래?
멍구
우리는 비행 훈련을 하려고 절벽 위에 활주로를 맨들고, 할마이에게 독수리와 닭을 묶어 달라 했어요.
할머니
살다 살다 내가 별 짓을 다해.
꼬비
독수리 다리 한쪽은 나에게.
꼬끼
다른 다리 한쪽은 나에게 묶었죠.
독수리
닭들이 달리면 나는 힘차게 날갯짓을 했습니다.
멍구
야야야, 준비됐나. 저 동해바다가 보이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거다. 닭 두 마리와 독수리, 합쳐서.. 닭수리, 멋지다! 닭수리 비행 훈련 시작!
#노래 28. 닭수리 훈련(자진모리)
모두
달려간다 달려간다 닭다리가 달려간다
날아간다 날아간다 독수리 날개 날아간다
절벽을 차고 올라 두 날개로 바람을 가르며
동해바다 하늘 위로 날아가는 꿈을 꾸며
한 발 걷다 콕, 두 발 걷다 콕,
잘도 넘어진다 잘도 고꾸라진다
뒤뚱뒤뚱 잘도 자빠진다
멍구
야 정말 못 봐주겠다 야. 이래 백 년 지나면 날 수가 있을라나. 야, 힘내라! 힘!
모두
달려간다 달려간다 발맞춰서 달려간다
날아간다 날아간다 발맞추어 날아간다
오늘도 연습 내일도 연습
해가 떠도 연습 달이 떠도 연습
자빠지고 뛰고 뛰다가 자빠지고
엎어지고 뛰고 뛰다가 엎어지고
코 깨지고 다리 멍들고 날개죽지 알 배기고
발바닥에 군살 붙고 에고 나 죽는다
일어나서 뛰고 뛰다가 자빠지고
엎어지고 뛰고 뛰다가 엎어지고
등 까지고 가슴 멍들고 털 빠지고
목 디스크 혓바닥에 물집 나고
에고 나 죽는다
닭수리는 정말 힘들구나
할머니
멍구야, 재네들, 고만하라고 해라. 저러다 지들이 나보다 먼저 죽겠어!
멍구
할마이, 왜 나왔어요? 밤바람이 추운데 어여 들어가요.
할머니
괜찮아. 괜찮아. 나도 바람 쐬야지. 울 언니도, 지금쯤 바람 쐬고 있을 기다.
꼬끼
할머니, 제가 날아가서 할머니 언니께 꼭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언니랑 불렀던 노래도 들려드리고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할머니
정말, 그래줄 수 있겠나?
꼬비
네, 우리가 나는 법을 배워서 꼭 그렇게 할게요.
독수리
그래, 지금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모아서 한번 해보는 거야.
멍구
(울먹이며) 감동이야! 할마니를 위해 닭과 독수리가 함께 하늘을 날다! 진짜로 무한 도전이네! 할마이, 그러니까 건강하세요.
할머니
그래, 그래야지. 야, 오늘 바람이 참 좋다. 여기가 천국 같아.
꼬비
(뭔가 발견한 듯) 맞아, 천국...
멍구
자, 우리의 비행을 위하여 다시 지옥 훈련 시작!
#노래 29. 더불어 함께(굿거리)
모두
더불어 함께 달리는 거야
우리 꿈을 위하여
더불어 함께 나는 거야
우리의 꿈을 위하여
꼬비
그날 밤, 지옥훈련은 밤새도록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저 세상에 가셨습니다.
전환.
*노래 28번(닭수리 훈련)은 매 공연 때 보아도 짠하다. 서로의 부족함을 서로의 몸으로 채우고, 자기만의 꿈이 아닌, 누군가의 꿈을 위해서 함께 도전하는 닭수리 비행. 또 다른 천국의 모습을 보여주듯, 닭수리 비행 훈련은 아름답다. 비행 성공 여부를 떠나 그들은 어쩌면 이미 천국을 경험하고 있다.
*첫 브런치 연재이다 보니,
연재하는 가운데 순서에 오류가 생겼네요. 중간에 누락한 5장 이야기를, 맨 뒤에 추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