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이야기
한아. 아주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났어.
너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라 몇 모금의 술이 들어가기 전까지 조금 어색할 정도였어.
그래도 아주 오래전처럼 금방 박수를 치며 웃고 떠들었지.
평소의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인데 어제는 스트레스 잔뜩 받고 노래방에 가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던 추운 겨울 어느 날처럼 목이 걸걸해질 때까지 얘기를 나눴어.
오래된 옛 추억이 주는 설렘 같은 게 있나 봐. 아니면 가슴을 몽골몽골하게 하는 힘이라도.
아주 오래전, 아직은 세상에 한 점 부끄럼이 없던 그 시절의 내가 자주 가던 술집이, 카페가 아직도 여전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굳건히 그 자리를 버티고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니?
조금은 달라졌어도 그때의 모습은 여전해.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그런 건가 봐. 어쩌면 때 묻은 추억을 미화시킨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든 결과이지 않을까도 싶어.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하는 데, 한참을 웃다가 불현듯 슬퍼지더라.
평소에는 박수치며 웃을 일도 잘 없던 내가, 너무 오랜만에 만나 대화가 끊기지 않게 이어나갈 이야깃거리만 생각했던 그 자리에서 박장대소를 했다는 사실에서 말이야.
자리가 파하고 버스를 타며 돌아오던 그 길에, 난 이제 추억만 먹고살아야 하는 나이가 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참 우숩지?
10년 뒤에는 오늘의 하루를 추억으로 안줏거리를 삼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여지없이 네 생각이 났어.
그곳에 서있는 너도 여전한 건지 궁금해져서.
여전했으면 좋겠다.
네가 그렇다면 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주 오래전 반짝반짝 빛나던 그 모습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