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오피니언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 11월경 시작된 코로나 3차 대유행은 채 사그라들지도 못한 채 그대로 4차 대유행으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작년 4월, 국내 1차 대유행이 시작될 무렵 칼럼 한 편을 작성했다. 대구에서 시작된 1차 코로나 대유행 당시 의료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도 한의사, 치과의사를 코로나 관련 업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행태, 그리고 그것을 종용하기 위해 배후에서 압박을 넣는 의사협회의 만행을 지적하고 규탄하는 글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메시지를 전하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마음이 참으로 답답하다.
평창군 공보중건의(이하 공보의) 대표로 재직중이던 2020년 2월 19일, 대구지역으로 차출할 공보의를 선정해달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자원한 한의과 공보의 2명을 선정하여 명단을 제출했다. 불과 몇시간 뒤 ‘의과’ 공보의만 차출 대상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명단이 반려되었다. 코로나 검사에 필수적인 ‘검체 채취’를 하는 것이 한의사의 직역을 벗어나기 때문에 의사-한의사간의 직역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거절의 명분이었다. 이후 3월에 신규 의과 공보의 700명이 기초군사훈련을 생략하고 투입되면서 인력난이 해소되었고 자연스럽게 한의과, 치과공보의도 코로나 업무에 함께하게 해달라는 주장은 명분을 잃게 되면서 일단락 되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21년 4월 1일, 평창군내 확진자 확산세가 거세짐에 따라 관내 선별진료소 근무에 한의과, 치과 공보의도 동원될 예정이라는 공지가 내려왔다. 1년 사이에 경기도를 비롯한 몇 몇 지역에서는 직역 구분 없이 코로나 관련 업무에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인력난이 덜했던 강원도는 여전히 한의과, 치과를 코로나 업무에서 배제시켰는데, 최근 관내 확진자 수가 큰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인력이 부족하게 되었고, 그 부분을 한의과, 치과 인력으로 메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며칠 후, 해당 공지를 전면 취소하고 현행대로 한의과, 치과를 배제하겠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1 년 전에는 표면적인 명분이라도 있었다. 인류가 처음 겪는 질병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도적 준비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었고, 백번 양보하면 납득할 수도 있던 작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경기도 전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이미 한의과, 치과 공보의들이 선별진료소, 역학조사관 등 코로나 관련 업무에 이미 적극 동원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우려했던 직역간 갈등은 없었다. 경기도에서는 없었던 직역간 갈등이 강원도에서만 유독 심해질 리도 만무하다.
평창 의료원과 군청에서는 모든 공보의를 코로나 업무에 동원하고 싶다는 입장이고, 강원도청의 허가가 없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강원도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강원도청에 문의를 했지만, 형식적인 답변 뿐 뚜렷한 입장을 들을 순 없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래로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지속적으로 코로나 대응 관련 업무를 의사가 독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감염병 관리의 가장 전문가인 의사들이 대응을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거이다. 방역 전략을 세우고 코로나 대응 인력을 지위하는 역할은 감염병에 대해 전문가인 의사들이 담당해야 한다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감염병 대응의 많은 부분은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단순 노동이다. 하루 수백에서 천명에 이르는 인원의 검체를 채취하는 일, 혹은 역학조사 매뉴얼에 따라 접촉자들을 찾아 다니며 동선을 묻는 일 따위는 특별히 그 분야를 세부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의료인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하고 있는 일이다. 실제로 간호사, 공무원, 일반 자원봉사자들 모두 코로나 업무에 동원된다. 유독 한의사, 치과의사들의 참여는 국민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의료인으로서 의사협회의 이 같은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의료인의 자세이다. 1년이 넘는 기간 이어지는 코로나 때문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자고 주장해도 모자를 마당에 자원하여 업무를 돕겠다고 나선 동료 의료인들을 배척하는 태도는 의료인의로서의 기본 윤리를 저버리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와 강원도로 대표되는 여러 정부기관 및 지자체 기관들 역시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공보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명령 복종의 의무가 있다. 경기도처럼 행정명령 한 마디면 의협이 뭐라고 하든 강제로 업무에 동원되어야 한다. 이 지난한 싸움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들이 눈치보기와 책임회피로만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난한 싸움이 1년을 넘게 이어져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는 직역도 성별도 계층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응하는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그 사이에 더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서민, 노약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정부기관과 의료인 집단들이 하루 빨리 이 불필요한 자존심 싸움을 끝내고 코로나 앞에 협력하여 하루라도 빨리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