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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14. 2021

거기에 그대로 있었는데

우린 소중한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로 감싼다. 

소중한 스마트폰을 보호하기 위해 케이스를 씌우듯이.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너무 소중해서 

자존심이라는 케이스로 꽁꽁 씌워 놓았었나 보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네가 부족해. 

고마워해줘, 미안해해줘, 사랑해줘, 나를 부족해해줘.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하면 될 것들을

뭐가 그리 겁이 난다고 


별로 안 고마운 척, 별로 안 미안한 척, 별로 안 사랑하는 척

별로 안 고마워해주길 바라는 척, 별로 안 미안해도 되는 양, 별로 안 사랑해도, 별로 상관 없다는 척. 

하려다 못 하고는 


실망하고, 서운하고, 불안해하고.


이상하게도 다치기 싫어 내세웠던 자존심 때문에 더 상처입고, 상처입히고.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자존심이란 껍데기를 뜯어버리니

내 소중한 마음들, 네 애꿎은 마음들이

거기에 그대로 있었는데.


애지중지 죽고 못 살던 처음 모습 그대로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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