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촐한 시골 마을 방림에 비가 내린다. 원래도 그렇지만 비까지 내리니 더욱 고즈넉하고 운치있는 느낌이다. 평상시엔 잘 보이지 않던 방림의 길거리, 빗방울 맺힌 솔잎들, 산 중턱마다 걸린 구름들이 괜히 비 때문에 한 번 더 눈에 띤다.
날씨가 맑을 것이라 생각하고 떠난 여행에 비가 잔뜩 오는 바람에 계획했던 걸 아무것도 못하고 카페에 앉아 창 밖을 보며 수다나 떨다 돌아온 여행들이 생각난다. 투덜 투덜 비가 오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했다며 불평했더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비가 오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책 또는 노트북, 재즈 음악이 있는 곳이면 된다. 책상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노트북에 글을 쓰거나, 아니면 커피를 마시거나 비 내리는 창 밖 풍경에 한 눈을 팔거나. 글을 쓰다가 막히면 잠시 눈을 감고 빗소리와 어우러지는 재즈음악에 잠시 한 귀를 팔아도 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비가 안 와도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날씨가 좋으면 왠지 밖을 나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비는 위로가 된다. 조금 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은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에 '괜찮아, 어차피 비가 오니까 할 것도 없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게 요즘 같은 때는 참 위로가 된다. 이 공부를 좀 더 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이런 활동을 하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시간을 좀 더 잘 활용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고민들이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묶여버린 요즘 같은 때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