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마케터가 말하는 마케터의 일

by 워털루


네이버, 배달의 민족 등 10년 간 IT 기업의 마케터로 일해왔던 장인성 마케터가 쓴 책.


저번에 읽었던 '일하는 사람의 생각'은 광고나 디자인 등 좀 더 넓은 느낌의 마케팅의 관점에서 대가의 생각을 훑어봤다면, 이번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마케팅 전문가의 실무적 경험과 인사이트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을 통해 배웠던 것들을 세 가지로 분류해본다. Skill, Knowledge, Attitude.



첫째, 현업에서 사용되는 마케팅 스킬들을 배울 수 있었다. 뻔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었다. 예를 들어, '팔지 말고 사게 하라!' 챕터에서는 판매 계획을 세울 때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게 뭔지 진정으로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야 우리 제품이 정말 좋고, (때로는 좋지 않아도) 장점을 부각해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보면 때로는 복잡하게, 때로는 단순한 이유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는다.



또한, 고객 분류에서도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이제까지는 타겟 고객을 분류할 때 나이, 성별, 지역, 더 나아가 경제 상황, 결혼 유무 등을 고려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인성 마케터님은 이렇게 묻는다.




당장 당신의 제품을 보고


열광해서 바로 구매할


단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와, 머리가 띵 울리는 느낌이었다. 그 한 사람에게도 판매하지 못한다면, 열 사람에게도 판매할 수 없다는 말도 너무나 와 닿았다. 한 사람에게 통한 긍정적 가치는 여러 사람에게도 통하기 마련이라고. 한 제품을 판매한다고 가정한 후 딱 한 사람에게만 판매한다고 생각하고 예상 고객을 생각해보니 거시적 관점에서 분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깊은 콘텍스트를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치 대학원 수업에서 교수님이 논제를 하나 던져주고 여러 명이서 토론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최고...!



둘째, 광고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스피커 예시였다. 앨범을 만들 때 가장 좋은 스튜디오에서 최고급 악기를 써서 최고의 프로듀서가 녹음을 하더라도, 테스트는 싸구려 스피커로 한다는 것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싸구려 스피커로 들었을 때도 좋은 음악이어야 정말 잘 만든 음악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음악은 싸구려 스피커로 출력될 거고, 길거리에서 흘러 나올 거고, 카페에서 들릴 듯 말듯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나도 광고 참 싫어한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왜 그 많은 사람들이 결제하겠는가. 그를 뚫고 꽂히는 메세지, 그 한 줌 잡히는 영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 좋은 것, 만족스러운 것을 고집하는 태도의 위험성도 일깨워주었던 대목이었다.


또 나이키플러스 캠페인, 나이키 러닝세션 같은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고객을 더 나은 사람처럼 만들어주는 마케팅이 자발적 충성고객을 만드는 좋은 방법임을 알 수 있었다.


셋째, 태도에서의 배움 키워드는 몰입, 언어, 도전이었다. 내가 맡은 브랜드에 몰입해보지 않은 사람이 누군가를 푹 몰입하게 만드는 건 모태솔로가 쓰는 연애편지 같은 것이라는 대목에서 큰 찔림을 느꼈다...하하... 이제까지 기업에 지원하면서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게 브랜드에 로열티를 갖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제까지 살면서 가전제품, 과자, 백화점, 홈쇼핑 등 여러 분야에 몰입의 정도로 애정을 쏟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지원서는 써야 하니, 그때그때 나는 00기업에 아주 큰 애정을 갖고 있다고 세뇌를 시켜가면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 모든 분야의 모든 제품을 다 알 수도 없고, 좋아할 수도 없으니 이건 일자리를 얻기 위한 노력이라고 치자.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정말 브랜드에 몰입해 본 경험이 있는가 자문한다면, 없었다. 이제까지 무언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었다. 학생 신분을 오래 유지하다보니 근검절약이 몸에 배였고 가성비 떨어지는 것은 쳐다보지 않았다. 장인성 님은 말한다. 최저가만 사본 사람은 취향이 생기기 어려우며, 경험에 돈을 아끼지 말자고. 이런 내가 잠시 안타깝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돈으로 살 수 있는 유형의 것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몰입하는 대상은 얼마든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영화, 심지어는 좋아하는 음식, 그것을 먹는 방법까지도. 조그만 것이라도 마음 쓰이는 게 있다면 한 발짝 더 나아가보고 연구해보고 몰입하면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캐치해내고 싶다.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대목도 마음에 남았다. 언어와 사고의 상관관계는 이전부터 유의하고 있었던 점이다. 하지만 정신없는 마케팅 현업 한복판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이 긍정적인 말, 적극적인 언어 습관에 대해 강조하시는 점은 뭐랄까, 희망을 주었다. 시니어가 그저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부터 철학을 갖고 계신 점이 좋았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 저자인 박웅현, 오영식 님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도전.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면 일단 팔아봐라.' 그러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고쳐보고 또 다른 방법을 도입해보고, 효과가 좋다면 짧고 빠르게 드라이브를 걸기.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되는 방법을 찾고, 성공의 경험을 쌓아 이로 인해 본능적 두려움을 이길 것. '안 되는 아이디어로 한 번 끝까지 가보는 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라는 문장도 쫄보인 나에게 긴장을 약간 풀어 주었다. 이 챕터를 읽고 아빠의 액자공장에서 좋은 디자인의 액자를 골라 인스타그램 판매를 시작했다. 아직은 아무런 반응도 없지만 가만히 앉아서 비관적으로 있지 말고 일단 팔아보고, 일단 행동해보려고 한다.



얇은 책 한 권을 읽었는데, 3일짜리 워크샵을 다녀온 기분이다. 장인성 마케터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