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일잘러에게 일이란?

by 워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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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하반기에 95%를 마케팅 직무로 지원했고, 면접까지 갔던 세 군데 중 두 군데가 마케팅 직무였다. 불합격한 이후 뭐가 부족했을까, 뭘 더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정해진 시간 안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함을 깨달았다. 받았던 피드백 중 하나가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부족하다'였는데. 그를 채우려면 현업에 들어가든지, 정말 열심히 공부하든지 둘 중에 하나라고 하셨다.



나는 후자를 택하며 상반기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그런데 면접을 복기해보니 정말 뭔가 내가 마케팅이라는 직무에 대해 엄청난 열정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면접관이 납득할만큼 마케터로 일할 확신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이제까지 해왔던 활동들과 나의 성향으로 미루어 판단하건대 이 직무는 아니고, 저 직무도 아니고. 그렇게 남은 직무가 그 티오도 어마무시하게 적다는 마케팅이었다. 다시 돌아보니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뭐가 부족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도대체 마케팅 마케팅 하는데 찐으로 마케팅 업계에서 일해 본 사람들 얘기는 별로 못 들은 것 같아서, 회사 다닌 지도 오래 된 마당에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읽고 인사이트를 정리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럼 아직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는 마케팅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또 나도, 상대방도 납득할만한 내가 마케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추천 도서를 여기 저기서 긁어와 나름의 기준으로 엄선한 목록을 만들었다. 그 중 첫 번째 책.



엄밀히 말하면 마케팅은 아니고 광고와 디자인계에서 탑을 찍은 분들의 대담인데, 광고와 디자인 모두 마케터로 일할 때 뗄 수 없는 부분이기에 거시적 관점에서 업계를 한 번 두루 훑고자 이 책을 '2022 마케팅 책' 첫 책으로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 든 생각은, 개념에 대한 정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열정이 무엇인지, 진정성이 무엇인지, 직업을 대하는 태도와 삶을 살아가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어쩌면 당연한 것들인데도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을 많이 못 봤다는 핑계로 어느새 나도 적당히 나쁜 것들에 타협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또, 각 업계에서 장인으로 불리는 어른들이 부끄럽지 않은 삶의 자세를 갖고 계시다는 것에 위로과 희망을 얻었다.



한 분야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지만 동시에 다방면으로 학식이 풍부하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광고와 디자인이라는 업계에 대해 정확하고도 통찰력 있는 식견을 엿보는 즐거움이 있었던 동시에, 다양한 분야로부터의 인용 또한 책을 끝까지 흥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기억에 남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본업에 관련한 것으로는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광고와 디자인 모두 창작이지만 상업성을 띠고 있다. 순수 예술이라기보다는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가까운 것이다. '구상과 창조 사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림자를 걷어내라'는 T.S. 엘리엇의 말이 마케팅에도 적용된다고 보았다. 구상은 일부이며 그 이후 아이디어를 끝까지 실행해나가는 단호함과 무모함, 의지가 중요하다는 박웅현 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몇 가지 구상은 있지만 그걸 실재적 결과물로 만들어내기까지 뚫어내야 하는 역경들이 떠올랐다. 그게 막연하게 힘들었는데, 구상에서 창조로 가기까지 당연히 마주하게 되는 그림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의외였지만 사실 기대했던 대답을 읽었다. 직업동기에서는 '생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그저 월급 받으려고 회사에 가는 것이 아니라 월급 받으려고 가는 건 맞지만 그 선배와 일하는 게 진짜 재미있어, 하면서 회사에 가는 사람은 퍼포먼스가 다르다는 것에 어떤 명확함을 느꼈다. 후자에 속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상황이라면 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생업이 중요하니, 이를 잘하려면 일에 사명감이 생기고, 좋은 발상이 나오고, 또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메세지를 만들어낸다는 이 일련의 과정이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발전적인 영향을 주는 이상적 업무 프로세스로 보였다.



박웅현, 오영식 님 모두 회사의 관리자 급으로 계시다 보니 시니어들이 해야 할 일, 회사가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인상깊었던 것은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욱 집중하여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만들어 주는 것에 가장 큰 방점을 두고 계셨다. 이런 고민을 하는 어른이 많은 회사에 다닌다면 어떨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잠시 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배운 여러 가지 인사이트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삶을 대하는 태도, 일을 대하는 태도였다. 매일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미래 준비임을 잊지 말고, 생업으로 일을 대하지만 진정성 있게 임할 것. 또 마케터로서는, 오영식 님의 젊을 적 소망 중 일부를 빌려와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프로젝트가 세 개 정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최초의 목표가 생기기도 했다.



다음 책의 힌트는! 배민 마케터가 쓴 책.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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