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23장 “희언자연(希言自然)”
서울 강남 서래마을에는 “타쿠미곤”이라는 숙성스시 전문점이 있다. 장인을 뜻하는 ‘타쿠미’와 권오준 세프의 성을 합쳐 “타쿠미곤”이다. 여기서 나오는 스시는 최소 6개월에서 2년까지 숙성한 최고급 오마카세 요리이다. 얼마나 맛있으면 자신의 SNS에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오늘 나는 ‘타쿠미곤’으로 달려가겠다”고 포스팅한 사람도 있었다. 나도 아내와 가봤는데 먹고는 횡성으로 귀가하는 내내 행복했었다. 권오준 세프는 횡성 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및 ‘파워 팀빌딩’ 과정 등도 이수했다. 그런데 권 세프의 핸드폰 프로필에는 늘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글자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알다시피 “무위자연”은 노자 『도덕경』의 핵심사상으로 『도덕경』에 총 5번(17, 23, 25, 51, 64장) 등장한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무위도식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은 이미 했다. “무위자연”은 ‘무위를 행하면 스스로 그렇게 되다’는 뜻이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렇게 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인 자연(自然, Nature)이다. 이러한 명사형 자연은 『도덕경』에서는 “천지(天地)”라고 표현하고, 『도덕경』에 나오는 모든 “자연(自스스로 자然그러할 연)”은 ‘스스로 그렇게 되다(It is so of itself)’는 뜻이다.
무위자연과 비슷한 개념이 『도덕경』 23장에 나오는데 “희언자연(希言自然)”이다. “무위자연” - ‘함이 없으면 스스로 그러하다.’ “희언자연” - ‘말이 없으면 스스로 그러하다.’ 똑같은 구조다. 함이 있다는 유위(有爲)는 뭔가 억지로 작위적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적인 상태가 아닌 것이다. (인위적) 함이 없는 무위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적인 상태다. 그래서 “무위자연”이다. 그렇다면 “희언자연”도 똑같은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희언(希드물 희言말씀 언)”은 말이 드문 상태로 소언(少言) 무언(無言)과 비슷하다. 희언의 반대되는 개념은 ‘다언(多言)’이다. 다언 즉 말이 많은 것은 작위적으로 유위(有爲)다. 결코 스스로 그러할 수 없다. 반면에, “희언” 즉 말이 없는 것은 “무위(無爲)”로써 스스로 그러하니 자연적이다. 그래서 희언자연이다.
리더가 다언이면 실언의 가능성도 높지 않을까? “리더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침묵이 금이다(Silence is gold)”라는 금언뿐만 아니라 이전에 나왔던 “다언삭궁(多言數窮)”도 모두 “희언자연(希言自然)”과 맥락이 닿아있는 것이 아닐까? 한편, “희언자연”을 ‘자연은 말이 없다’라고 번역한 책도 많다. 잘못된 해석 같지만, 그것도 의미가 생성되고 문장도 괜찮아 보여 나도 가끔 그대로 인용해 쓰기도 한다.
“무위자연과 희언자연의 경지에 올라선 리더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평평해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21세기 노자 산책』은『도덕경』 81장 속 보물 같은 구절들을 오늘의 언어와 감성으로 풀어낸 고전 산책 에세이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쉼표가 되고,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는 물 흐르듯 나아가는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전문 CEO에게는 "무위경영(無爲經營)"의 깊은 통찰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https://bookk.co.kr/bookStore/67f3391b2767c05b26aca581
구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