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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Nov 12. 2020

첫 번째 도시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다.

올라! 바르셀로나!



공항에 들어설 때매번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과 낯선 곳으로 떠나는 두려움이 같이 공존하며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운이 좋아서 유럽을 다녀올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 가게 될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가보지도, 잘 알지도 못했다. 처음 스페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2014년 TV 예능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을 보고 나서였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알람브라 궁전과 세비야 플라멩코 등 아랍과 유럽이 컬래버레이션을 이룬 것 같은 이 색다른 나라의 매력에 흠뻑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방송 후 그때까지 없었던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이 생길 정도였으니 그 프로가 얼마나 스페인 여행에 대한 로망을 자극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항공편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묶어 다녀오는 여행 상품이 많이 생기면서 한 번쯤 다녀오고 싶었지만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딸과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2월에 여행을 간다는 딸에게 스페인이 따뜻해서 여행하기 좋다고 부추긴 것도 사실 나였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어느새 떠나야 하는 날은 다가왔다.


출처  pixabay. com




2020년 2월 17일 오랜만에 가는 여행에 한껏 들떠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이전에 유럽을 여러 번 갔었지만 외항사가 아닌 직항을 타고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서 공항 철도를 이용해 다시 인천공항으로 갔었던 이전 여행과 달리 내항기를 타고 갈 예정이라 여러모로 편하고 좋을 것 같았다. 김해공항에서 오전 10시 25분 출발, 1시간 후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두 시간 정도 공항에서 머물고 오후 1시 30분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고 가는 일정이었다. 내항기가 아니었다면 이른 새벽이나 전날에 서울로 올라가야 했을 터이다.

라운지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우고 출발 시간에 맞춰 게이트로 갔다. 비행기에 올라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는데 웬일인지 30분이 넘도록 비행기는 움직이지 않았고 갑자기 모든 승객을 내리게 하였다. 비행기의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코로나 초기라 뭔가 대처가 미흡했던 것 같았다. 얼마 안 되어 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출발할 기미가 없었다. 


오후 1시 반 비행기인데... 

혹시 다음 비행기를  놓치게 될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12시가 넘어 김해공항을 떠났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시가 넘었다. 도착 게이트와 탑승 게이트는 엄청나게 멀어서 딸과 나는 잠시 숨 돌릴 여유도 없이 뛰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이 넓기는 또 왜 그리도 넓은지...

익숙지 않은 마스크 때문에 숨은 또 왜 그리 가쁜지... 정신없이 달려 겨우 출발 전 도착했지만 우리 캐리어가 무사히 실렸는지 또 불안했다. 승무원에게 사정을 말하니 알아보고는 잘 실렸다고 해주었다. 그제야 안심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바르셀로나로 떠날 수 있었다.




도착!

노을빛이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715.

비행기가 13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바르셀로나 공항 활주로에 바퀴를 내렸다. 입국 심사는 간단했지만 캐리어가 늦게 나와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입국장을 벗어 나왔다. 이제 우리를 시내까지 데려다 줄 공항버스를 타러  시간이.

버스 탑승장은 한 층 아래에 있었는데 표지판을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티켓은 자동판매기나 기사에게 살 수 있었다. 편도 5.9 유로, 왕복은 10.2 유로이고 15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3일 뒤 그라나다로 갈 때 다시 이용할 거라서 왕복 티켓을 2장 구매했다.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카탈루냐 광장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렸다. 긴 비행에 피곤한데도 오랜만에 온 여행이라 그런지 창밖으로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보며 둘 다 마냥 신이 났다. 

사실 밤이라 보이는 것도 별로 없었지만... 

어두운 거리에 네온이 비치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H10 Metropolitan

우리 호텔은 H10 계열 중 평점이 좋았던 메트로폴리탄이다.

카탈루냐 광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버스에서 내려서 찾아가기 쉬웠다.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꾸며진 입구와 로비의 모습이 현대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체크인하는 동안 웰컴 드링크를 제공해 주었고 직원들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다. 객실도 깔끔하고 쾌적하게 꾸며져 있었고 욕실이나 어메니티 등 정말 나무랄 데가 없이 좋은 호텔이었다. 생수가 기본으로 2병 제공이 되고 캡슐 커피와 웰컴 초콜릿도 있었다. 유럽에서 4성급 호텔은 처음인데 관리가 잘되어 있고 서비스도 훌륭해서 바르셀로나에서 지내는 3일 동안 너무 만족스러운 숙소였다.




객실로 올라와 짐을 풀고 나니 벌써 밤 9시가 넘었다.

하지만 여행의 첫날을 그냥 보내긴 아쉬워 저녁도 먹을 겸 시내로 나갔다. 바르셀로나의 2월 밤은 그리 춥지 않았다. 우리는 이국적인 거리의 풍취를 맘껏 느끼며 길을 걸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늦은 시간에도 거리의 카페나 펍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우리 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타파스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이 있어 가보았더니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가게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려서 먹기에는 우리가 너무 피곤했기에 호텔 쪽으로 걸어가며 다른 곳을 찾아보았다.


Chalito

호텔 앞에서 괜찮아 보이는 펍을 발견하고 얼른 들어갔다. 내부 좌석도 있지만 우리는 입구 쪽 공간에 놓인 야외에 앉았다. 이전 가게처럼 붐비지는 않았지만 제법 손님이 많이 있었고 가게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피자와 카프레제 샐러드,  에스트렐라 생맥주 두 잔을 같이  주문했다. 마트에서 스페인 맥주인 에스트렐라를 사서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그다지 맛있었던 기억이 없어서 별 기대 없이 마셨다. 그런데 한 모금 마신 순간 깜짝 놀랐다.

우와! 맥주의 맛이... 정말 맛있었다!

긴 여정에 지치고 배가 고파서 그런지, 생맥주라 특별한 건지 암튼 맛있는 맥주와 안주에 금세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그제야 여유를 가진 우리는 펍의 리뷰와 평점을 찾아보았다.


"어... 여기 루이스 수아레스 가게라는데?"

"정말? 근데 수아레스가 누구야?"

"몰라! 유명한 사람인가 본데..."

알고 보니 바르셀로나 축구팀의 유명한 선수였다.

축알못인 우리 때문에 수아레스의 의문의 1패 ㅋㅋㅋ

어쨌든 수아레스의 펍 덕분에 바르셀로나의 첫 번째 식사는 성공적이다. 수아레스 파이팅! 우리의 여행도 파이팅!


검색해 보니 지금은 수아레스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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