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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Nov 18. 2020

펜 드로잉: 몬세라트

카탈루냐의 성지 몬세라트 수도원


몬세라트 (Montserrat)

 둥글고 울퉁불퉁한 기암괴석 봉우리가 6만여 개나 이어져 장대한 풍광을 이루고 있다. 몬세라트는 카탈루냐어로 '톱니 모양의 산'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보면 과연 그렇게 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세계가 아닌 어딘지 이계와 같은 풍경이 상당히 특이하다. 멀리서 볼 때도 대단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규모와 독특한 산의 특별한 모습에 압도당할 것만 같다. 바르셀로나의 건축가 가우디도 이 산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까사 밀라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몬세라트 수도원 (Santa Maria de Montserrat Abbey)

아서 왕의 성배 전설에 등장하는 베네딕트의 수도원이고 스페인의 3대 순례지 중 하나이다. 카탈루냐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찾아야 할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라고 한다. 세계 가톨릭의 4대 성지이며 특히 '라 모레네타'라고 하는 검은 성모상을 보기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한다. 성모상이 들고 있는 공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어서 성모상이 있는 예배당 앞은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성모상 말고도 이 수도원에서 유명한 것은 바로 에스콜라니아 소년 합창단이다.

수도원에서 올려다 본 몬세라트


에스콜라니아 소년 합창단 (Escolania)

13세기에 창단된 세계 최초의 소년 합창단 에스콜라니아.

빈 소년 합창단, 파리 나무 십자가 소년 합창단과 더불어 유럽 3대 합창단으로 꼽힌다. 평일 한시 미사에서 합창단의 성가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미리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천사의 목소리라니 잔뜩 기대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맑고 고운 미성의 목소리들이 화음을 이루며 영혼을 어루만지듯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과연 천사들의 합창 같았다.



사실 스페인어로 노래를 하는 데다 성가를 노래하는 거라서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종교를 떠나서 사람의 목소리가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받았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들어봐도 좋을 것 같다.




몬세라트에 대한 나의 솔직 후기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다음날 근교의 몬세라트에 갔다. 에스파냐 역에서 몬세라트행 R5 기차로 1시간 거리인 모니스트롤 데 몬세라트 역에서 산악열차로 갈아타고 20분을 더 가면 몬세라트 수도원에 도착할 수 있다.


 중턱에 지어진 수도원에서 올려다보는 산의 모습이 독특하기도 하다. 어떻게 이 높은 산에 수도원을 지을 수 있었을까? 신기하다는 생각에 펜을 들어 그려보면서 여행이 나에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다시 생각해 보았다.

처음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 때 굳이 몬세라트 일정을 넣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유럽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선배가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며 적극 추천해서 결국 가기로 결정했다.


산악 기차를 타고 올라가며 본 풍경들은 정말 멋지고 대단해 보이긴 했다. 광활한 풍경과 수도원의 모습이 아주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수도원이 보이는 산 위로 트레킹 하면서 올라간 곳에서는 엄청난 대자연의 위엄에 감동해 한참을 바라 보기도 했었다.

금강산

긴 비행 후 바로 다음날 기차 여행이 버거워서였을까, 아님 생각보다 추워서 힘들어한 딸이 안쓰러워서 일까? 우리나라의 금강산이 일만 이천봉이라는데 6만 봉이상이면 엄청나겠구나 기대를 너무 해서였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나쁘지는 않았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몬세라트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가톨릭 신도가 아니라면 굳이 갈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카탈루냐의 영산이라는 몬세라트 생각을 하면서...  난 죽기 전에 금강산에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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