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정도 집밥은 드시죠?

나물 좋아하세요?

by 화수분

여러분 나물 좋아하세요?

저는 나물마니아입니다.

그래서 봄이 오면 눈알이 번듯 거리고 손끝이 간질간질합니다.


오늘처럼 각시비가 오는 날은 나물들이 얼마나 좋아할까요.

마치 제 몸이 자라는 듯 뿌듯하고, 제 마음도 몽글몽글 덩달아 흐뭇해진다고요.

춘삼월에 시작된 저의 나물 캐기 놀음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때맞춰 초근초근 내려주는 봄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봄비님!


지난주에 정선생님의 꽃밭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제가 심어 둔 꽃과 나무, 나물들이 살고 있어요.

때때로 찾아가서 꽃도 보고 풀도 뽑고 나물도 뜯어옵니다.


이 맘 때가 되면 그 밭이 그리워져요.

봄날씨가 완연해지면 그 밭에 가서 제일 먼저 목단꽃 봉오리가 몇 개 맺혔나 세어본답니다.

올해는 다섯 개, 죽어 가던 어린 묘목이 거기서 살아나 매년 꽃을 피워주니 대견하고 오져요!


목단과 함께 옥매화, 작약, 몇 종류의 수국, 백화등, 미스김 라일락, 병꽃, 은목서, 장미, 남천들이 올봄에도 잘 살아났네요.

저는 자랑할 것도 없이 하찮고 소박하고 살뜰한 이 꽃밭을 사랑합니다.


정선생님의 꽃밭에는 나물농사도 엄청 잘됩니다.

예전에 사시던 할머니가 작은 텃밭으로 쓰시던 곳이라 흙이 아주 좋아서 그런가 봅니다.

달래는 저절로 나서 해마다 꽃밭을 침범하고 제게 "심봤다!"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삼잎국화도 소복하게 올라왔네요.

삼잎국화는 쌈채소로 먹고, 삶아서 나물로도 먹고, 자라나면 노랑꽃을 피우지요.

엄나무순, 방풍나물, 황새냉이, 꽃마리, 광대나물......


지난 일요일 오전 셋째 언니가 저를 호출했습니다.

세우(細雨)가 잠깐 지나가고 커피나 한잔 마실까 하는 참에

"텃밭사냥을 올 것이냐?"는 언니의 전화에 곧바로 OK!


40분 운전을 해서 이웃지역에 사는 언니네 넓은 텃밭에 다녀왔습니다.

언니랑 둘이 이리저리 어슬렁 거리며 여러 가지 나물을 따 담느라 점심때를 훌쩍 넘겨 배가 고파졌습니다.

형부가 우리를 기다렸다가, 처재 좋아한다고 맛집 쌈밥을 사주셨어요.

주린 배도 든든하고, 나물 보따리도 푸짐하고, 돌아오는 길, 자동차 바퀴가 붕붕 날아서 집에 온 것 같아요.


노랑 보자기를 주방 바닥에 깔고 나물을 다듬어요.

언제나 그 자세로, 바구니 몇 개를 늘어놓고 수북하게 쏟아놓은 나물을 손질합니다.

엄나무순, 돌미나리, 초석잠, 쑥부쟁이, 질경이, 야생갓, 햇부추, 구기자잎, 취나물, 도라지싹......


나물을 다듬고, 씻고, 삶고, 무치고 하다 보면 몇 시간이 금세 지나갑니다.

로컬푸드 매장에 가면 나물 많은데 왜 이러고 있을까요?

혼밥이 일상인 아주머니가 무슨 먹거리 장만을 이렇게나 지성으로 하는가 생각해 볼까요?

그냥 이렇게 하는 것이 저는 좋습니다.

좋아요!

만족해요!

뿌듯해요!


일요일 저녁,

요즘 우리 집에 머무는 손님과 예쁘게 노는 동생 둘과 저와 넷이서 봄나물 파티를 했습니다.

온갖 채소나물쌈, 나물무침, 제육볶음, 장아찌, 나물 전, 막걸리, 소맥 이렇게 먹었어요.


여러분들도 요즘 이 정도 봄나물 집밥은 드시는 것 맞죠?!


***정선생님은 저의 장구선생님입니다. 저는 9년차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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