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등 뻐꾸기의 소야곡
정확히 네 번 끊어서 운다.
홀, 딱, 벗, 고!
요즘 밤마다 잠에서 깨면 저 새 울음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 아파트 앞, 숲에서 밤새 짝을 찾는지 당당하게 울어재끼는 새소리.
예전에 내가 골프를 칠 때, 함께 골프장에 간 언니들이 알려주었다.
골프장 숲 속에서 지금 우는 새가 "홀, 딱, 벗, 고!" 그렇게 우는 것 같지?
그래서 저 새 이름이 "홀딱새"라고.
깔깔 웃고 지나간 뒤 나도 또 누구에게 홀딱새를 알려주기도 했었다.
그 뒤로, 등산을 가면 저 새소리가 귀에 쏙 들어왔다.
난 꽃과 나무, 풀이름은 제법 아는데 도무지 새 이름은 잘 알지 못하겠다.
울음소리가 나도 새를 제대로 볼 수가 없으니 이름과 모습이 매칭이 안된다.
눈앞에서 존재를 딱 보여주는 꽃과 나무와 달리, 새소리는 귀로만 들려주는 신비감이라니!
특이한 울음의 주인공이 검은 등 뻐꾸기란 걸 검색을 통해 알아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홀딱새에 관해서 궁금했었나 보다.
사진으로 그 새의 모습도 찬찬히 보았다.
도서관에서 오래된 시집 몇 권을 빌려보다가 복효근 시인의 시집에서 또 이 새에 관한 시를 만났다.
재미있는 시를 옮겨본다.
검은 등 뻐꾸기의 전언
ㅡ 복효근
5월 봄밤에 검은 등 뻐꾸기가 웁니다.
그놈은 어쩌자고 울음소리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그렇습니다.
다투고는 며칠 말도 않고 지내다가
반쯤은 미안하기도 하고
반쯤은 의무감에서 남편의 위상이나 찾겠다고.
처지기 시작하는 아내의 가슴께는 건드려보지도 않고.
윗도리는 벗지도 않은 채 마악 아내에게 다가가려니.
집 뒤 대 숲에서 검은 등 뻐꾸기 웁니다.
나무라듯 웁니다.
하려거든 하는 것처럼 하라는 듯.
온몸으로 맨몸으로 첫날밤 그러했듯이.
처음처럼, 마지막일 것처럼 그렇게 하라는 듯.
홀딱 벗고, 홀딱 벗고.
막 여물기 시작하는 초록빛깔로 울어댑니다.
-시집『마늘촛불』(애지, 2009)
홀딱새, 검은 등 뻐꾸기가 짝을 만나면 저 소리를 내지 않으려나?
뻐꾸기는 알을 낳으면 탁란을 하는 얌체새라는데......
탁란의 이유가 둥지를 짓지 못하고, 다리가 짧아서 알을 품기 어려운 신체구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그렇게 진화해 온 결과일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지금, 아침 이 시간에 뻐꾹, 뻐꾹 하고 새 우는 소리가 또 들린다.
얘는 그냥 뻐꾸기 인가보다.
봄에 우리나라에 와서 여름을 나고 떠나는 철새, 뻐꾸기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기도 요즘이 한 철이다. 깊은 숲에까지 안 가도 거실에 앉아 새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호사려니.
봄의 색, 연두에서 이제 막 여름의 초록으로 번져가는 거실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다가 삼라만상의 조화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끊임없이 이어가는 생명영속의 숙제를 묵묵히 수행하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리스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