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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문은 안녕하십니까?

카드 없이 다니기도 불편해요

by 화수분

순간적으로 진땀이 났다.

입으로는 중얼중얼 뭔 소리든 외워본다.

손이 메말라서 그런가 어쩐가......


얼핏 그럴싸한 구실이 생각나서 좀 크게도 말해보았다.

"썬크림을 많이 발라서 그런가?"

외출 전 썬크림을 넉넉히 바른 게 퍼뜩 생각이 나서.


계산대의 직원은 아주 젊지는 않은 여직원이다.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내 뒤에는 한 사람이 계산을 기다리고 있는데......

휴! 열사람, 스무 사람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


편의점 앞,

차에서 내리면서 지갑은 챙기지 않고 핸드폰과 차키만 달랑달랑 들고

가볍게 두어 가지를 사고 폰에 저장된 카드로 계산을 하려다 진땀 빼고 서있는 나다.


티셔츠 앞자락에다 오른손 검지를 정성껏 닦은 후

겨우 지문을 짚어서 계산을 마쳤다.

"어머니들은 꼭 카드를 한 장씩 가지고 다니면 좋겠어요.

시간이 너무 걸려요."

직원의 예쁘지 않은 말을 듣고 나서 나도 한소리 날렸다!

"정말 그렇겠네요!"


2년 전인가.

우리 형제가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이야기다.

공항 출입국 심사대에서 긴장 속에 눈을 똑바로 뜨고 무서운 공항직원 앞에서 고개만 끄덕끄덕 하다가,

양손 지문을 찍고 여권을 돌려주면 "땡큐" 하면서 한숨을 돌리고,

유리문을 통과해서 다시 만난 형제들!


셋째 언니만 안 나온다.

유난히 살갗이 얇아 피부트러블이 많은 데다 텃밭일 한다고 요새 손을 더 썼던가 보다.

공항 직원이 출동하고 데려가고 데려오고 겨우 만났더니 얼싸덜싸 서로 어깨를 감싼다.




지문도 아껴야 만사형통인 시대인가.

특히 주부들의 지문은 안녕하지 못할 때가 많다.

모임 중에 내가 이런 화제를 꺼내보면 이구동성 에피소드가 줄을 잇는다.

흙일로 한세월 사셨던 어머니들의 지문은 온전했을까?

손일 하시는 분들, 장갑 꼭 끼고 일하면서 당신의 손을 아껴주세요.


엊그제 주민센터에서 지문 검색 때

"천천히 하세요."

하고 친절하게 기다려주신 직원분 고마웠어요!

예쁘지도 않고 손톱도 못 기르는 내손


**제목사진/네이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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