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 산업이 막 온라인 흐름을 타기 시작하던 때였다.
취직은 어렵지 않았다.
웹 디자이너로서 나의 첫 직장은 의류 도매 매장이었다.
기반이 제대로 갖춰진 회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엔 모든 걸 혼자 해야 했다.
새 옷이 들어오면 내가 직접 사진을 찍고, 편집하고, 온라인에 업로드했다.
사진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낀 나는 쉬는 날이면 또다시 학원으로 향했다.
혼자서 그렇게 반년을 버텼고, 인력이 부족해 직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것도 중요했지만, 더 넓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직장은 가전제품 회사였다.
규모도 크고 체계도 잘 잡힌, 전형적인 중견 기업이었다.
실력도, 경력도 성장하고 있었기에 이제야 조금 안정을 찾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삶은 안주하는 순간 도태된다는 것을, 그땐 미처 몰랐다.
패션을 전공한 덕에 미적 감각에는 자신이 있었다.
나의 위치가 올라가며, 일을 함께하는 직원들도 생겼다.
대부분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들이었다.
처음엔 그들과 손발이 잘 맞아 프로젝트도 순조로웠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 세 명의 급여를 합친 액수가 내 월급이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는,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사라질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그 친구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같은 디자인을 해도, 컴퓨터로 그림만 4년 그리며 훈련받은 친구들의 포트폴리오는 차원이 달랐다.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눈에 보이니 마음이 무거웠다.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내 자리를 언젠가 내어주게 된다면, 나는 또 어디로 가야 하지?’
토끼 같은 아이 둘은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또다시 무엇을 해야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남들처럼 안정적인 수입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끝이 없어 보였다.
또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나 혼자 걸어가야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방법을 찾는 게 마음을 덜 복잡하게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다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코딩을 조금 알면 일이 훨씬 수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코딩을 공부하기로 했다.
한 번이 어려웠지, 두 번째는 덜 두려웠다.
그렇게 또다시 다른 과목의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고, 그렇게 코딩 공부가 시작됐다.
그런데 코딩은 정말 외계어 같은 수준을 넘었다.
웹디자인을 배울 때처럼 버티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나는 활동적인 사람인데, 하루 10시간 넘게 가만히 앉아 컴퓨터 앞에 있는 건 너무 힘들었다.
패션 사업을 할 때처럼, 움직이며 일할 때 나는 더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웹디자이너를 하더라도 의류를 만지며 움직일 때가 훨씬 내 스타일에 맞는 업무였다.
다시 고민했다.
움직임이 있는 일, 지겹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일.
그 세 가지의 교집합을 찾았다.
찾은 답은 '미용자격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