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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 날개를 달자 Nov 14. 2022

서로가 잘 안다고, 부부를 행복으로 이끌지 않아

남편의 본심 (윤용인)

올해로 결혼 22년 차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결혼 3년 차까지는 시간이 늦게 가는 것 같았는데 5년 차가 넘어서면서부터 결혼생활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육아 전쟁도 사라졌고, 아이들의 칭얼거림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엄마 아빠 두 분이서 다니셔도 괜찮다는 말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생활의 중심이 우리 부부에게로 옮겨졌다. 아이가 어릴 때엔 이 시간이 언제 흘러갈까 싶었는데, 아이가 성인이 되고 보니 그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은 느낌. 그렇게 2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내 남편의 본심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주위를 보건대 나는, 아니 우리 부부는 다른 부부들에 비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두 아들 녀석과 남편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주말이면 운동을 같이 하는 사이였고, 가끔 엄마인 나는 그들을 이해 못 할 때도 있지만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놔두곤 한다. 이렇게 전체적인 사이는 무척 좋지만 생각해 본다. 아이들을 뺀 우리 둘의 마음은 과연. 남들이 보는 것만큼 사이가 좋을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본심을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다. 간혹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내와 남편의 대립이 나오면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서로의 진심이 은근히 흘러나올 때가 있지만 대 놓고 본심을 이야기하지는 않는 걸 보면 부부가 어쩜 가깝고도 너무 먼~~~ 사이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있는데 울 신랑이 한 마디 한다. “내 본심이 뭔지 알아맞혀 봐.” 빙글빙글 웃고 있는 남편에게 “몰~~~~~라.” 이렇게 말하고는 책을 읽었다. 남편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부는 알 수 없지만 부부라서 그럴까? 대충의 감은 온다. 남편이 힘들다거나 쉬고 싶은 것, 그리고 집안 행사가 있을 때 어떻게 하자고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그렇게 하는 것. 여기서 한 마디만 더 하면 싸움이 된다는 것. 그 포인트를 정확하게 집어내는 능력(?)이 생기면서 큰소리 낸 적은 없다. 또한 시어른과 살게 되면서 포기해야 할 것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포기했고, 내려놓아야 할 것에 대해서도 내려놓았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편한 상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나 여자. 성별이 다를 뿐 마음 안에 본심을 숨겨두고 모두 내뱉으며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본심을 모두 이야기하는 순간 싸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본심이란 그런 것 같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본심이 아니라는 것. 사람의 본심을 모두 알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다 안다는 것이 부부를 행복으로 이끌지도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조금의 본심은 갖고 있어야 부부에게 긴장의 끈이 팽팽해지지 않을까? 이 책에서 아주 공감 가는 이야기가 있다. 100명의 자식에게 어머니는 100명의 어머니였다. 자식의 입에서 표현되는 자기 어머니는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었고 인생의 결과 질감도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자식들 입에서 나오는 아버지는 똑같이 늙어갔고, 똑같이 괴팍했고, 똑같이 이기적이었으며, 똑같이 권위적이었고 똑같이 멀고 원망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100명의 자식들이 말하는 아버지는 단 한 명일뿐이었고, “내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들’이라는 전체로 존재할 뿐이었다. (73~74) 내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 아니 아버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많은 아버지들이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대화를 한다고 한다. 대화란 쌍방이 주고받는 것인데 아버지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만 듣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유난히 관대하고 성격 좋은 남편은 아내인 나에게는 곧잘 투정을 부린다. 심지어 가끔은 ‘욱’ 하며 화를 낸다. 지난번에는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심하게 짜증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아무래도 당신 몸에 좋은 약을 먹어야 할까 봐.” 그랬더니 남편은 깜짝 놀라 반문한다.

“왜? 아직은 몸 괜찮은데?”

“아무래도 당신 갱년기 인가 봐. 약 먹고 몸보신해야 짜증이 줄 것 같아서.”

그랬더니 남편이 미친 듯이 웃는다. 그리고는 한마디 한다.

“이젠 가능하면 짜증 부리지 않을게.”

남편의 짜증을 유머로 혹은 웃음으로 맞받아칠 여유가 생겼다. 함께한 시간이 길다는 건 그래서 좋은 것 같다. 본심을 모두 까발린다고 좋은 것도 아니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본심을 숨기는 것도 좋지 않다. 내 남편과 내 아내가 어떤 취향의 사람이냐에 따라 본심을 숨길 수도, 밝힐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살펴보자. 내 아내와 남편은 어떤 사람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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