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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 날개를 달자 Nov 29. 2022

축하는 쉬워도 축복은 어렵다

생애의 발견 (김찬호)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한때는 험난하고 힘든 이 세상, 왜 태어나 이 고생인지 원망도 해보았고, 그럼에도 살아있어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때엔 감사함을 느낀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도, 인생이라는 것도, 늘 굴곡이 존재한다. 최상의 포물선을 그릴 때도 있지만, 최저의 포물선을 그릴 때도 있다. 그런 포물선들이 수시로 변화하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닐까? 태어나 지금까지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사건과 사고가 많았지만 그래도 이 세상이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좌절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 존재한 성공이 있었기에 삶을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꼭 성공이 아니어도 나에게 기쁨이 되는 존재들이 곁에 있기에 오늘 하루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는 유년부터 삼십 대까지의 이야기를 2장에는 연애와 싱글 인생 그리고 결혼, 부부관계와 외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3장에서는 양육과 노화라고 해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중년의 남성과 여성, 노년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것 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주제다. 마음껏 뛰어놀던 유년시절을 거쳐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지났고,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십 대가 되어 진로 때문에 고민을 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속절없이 삼십 대를 맞이했을 때엔 조금씩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함께 맛봤으니까. 남들 다 한다는 연애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했다면 결혼으로 인생의 참맛(?)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부부 관계라는 것... 마냥 좋을 것 같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부부관계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게 만든다. 나의 본색이 드러나고 남편의 본색이 드러난 후에야(물론 본색이 드러나 싸우기도 하고, 냉온탕을 수시로 오가게 되지만) 알몸이 된 너와 나의 성격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떤 부부는 더욱 돈독해지만 어떤 부분은 외도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 같다. 결혼이라는 눈에 보이는 외형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고는 진짜 생활이 되는 결혼에서는 나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축하는 쉬워도 축복은 어렵다는 말... 완전 이해가 된다. 


나이가 들면서 ‘본색’은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젊은 날 서로에 대한 신선하게 유지했던 호기심이 퇴색해가면서 고리타분한 타성에 길들여진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부부보다는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지는데,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에서는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각자의 역할에 전력투구하다 보면 배우자가 사이를 잇는 통로가 희미해진다. (182) 책을 읽으면서 내 생애 주기를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있고,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미래엔 50~60대도 젊은 축에 낄지 모르겠다. 점점 수명은 길어지고, 길어진 삶만큼 생각도 깊어져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함이 아쉽다. 지금 노인들의 삶이 구차스러운 지경에 떨어진 것은 단순히 물질적 궁핍 때문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자아를 지탱해주는 문화를 상실한 탓이다. 문화는 긴 세월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축적된다. 문화적인 창의력과 수용능력은 꾸준한 학습과 연마를 필요로 한다. 지금의 노인들은 그러한 시간과 잉여를 허락받지 못한 채 황혼을 맞이했다. (299) 그 어느 때보다 오래 사는 지금. 그 시간만큼의 어떤 교육도, 문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과의 소통도, 같이 나이 먹어가는 친구 간의 소통도, 그들끼리의 문화도. 나이를 먹었다는 게 재앙이 되지 않도록 노인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는 사실 알았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면 공부는 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싶었고, 나이를 먹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나이를 먹어도, 인생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지금도 우린 계속해서 마음공부를 해야 하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는 것을. 어른이라는 이름의 자유와 맞먹게 책임과 무게가 따른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세상에 공짜로 나에게 오는 건 없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부부간에도, 내 주변의 친구와 지인 간에도 모두 관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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