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coming soon!

나의 미국 인문기행 /서경식

by 운고


철이 없는 건지 무모한 건지.


회갑이자 퇴직, 일상의 대 변혁이 두렵기도 했지만 유목민으로 살아갈 생각에 많이 설레기도 했다. 많이 준비했고 여러 상황에 대비했다. 그러나 직장과 가족이라는 안락함에 길들여진 정착민에게는 유목민으로 살아보겠다는 포부 자체가 불구덩이에 뛰어들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완벽한 설계도라 믿었는데 주춤주춤 주저주저 대문을 박차고 나갈 수가 없다. 이 나이를 살고서도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참으로 철도 없고 무모하다.


퇴직 신고식으로 나의 버킷 NO.1 어학연수를 가고 싶었다. 오래전 딸의 중국 어학연수를 지켜보면서 어찌나 부럽던지, 나의 삶에도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속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싶었다. 그 바람을 퇴직 첫 성으로 실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퇴직으로 시간과 비용은 확보되었으나 어학연수를 감행할 능력치가 안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현관문 문고리를 열어젖힐 수가 없었다.


그때 힘이 되었던 한 마디, "엄마, 그냥 가! 가면 길이 열릴 거야."


딸이 부추겼고 나는 부하내동, 결국 필리핀으로 날아가서 3개월 어학연수를 실현했다. 부족한 실력을 채워담느라 발까지 땀은 차올랐지만 배움과 힐링이 함께하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교단에 서서 내가 수도 없이 내뱉었던 말이다. "해, 해 봐!", "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는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쏟아부으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인색했지 싶다. 소망했던 일을 해내고 보니 자신감 뿜뿜, 대견한 나 자신을 위해 뭔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용 솟았다. 철들지 말자, 무모해지자, 타협하지 말자.


버킷 NO.2 미국 대륙횡단 여행


이번에도 딸의 공감과 지원이 컸다. 어학연수가 37년 직장인의 삶을 마감하는 자축 선물이었다면 미국은 60년을 살아내며 일궈낸 자식 농사, 그 풍성한 결실을 음미하고자 회갑기념 이벤트로 기획했다.


"엄마 회갑인 거 알지?"

"알지, 준비하고 있긴 한데, 혹시 원하시는 게 있을까요?"

"미국횡단여행 하고 싶어!"

"..."


반문도 없었다. 침묵, 오랜 침묵이 이어졌다. 사위, 딸, 아들, 모두 직장에 매인 몸들이니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대화 주고받으며 웃고 끝나도 재밌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끝났다고 생각했던 횡단여행이 어느 순간 수면 위로 올라오더니 비용을 계산하고 항공권을 준비하는, 일사천리 일처리가 이루어졌다. '어머니 회갑 여행'이라는 명목이 회사를 긴 시간 비우는데 면죄부가 되어주는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나의 회갑기념 미국여행을 진짜로 가게 되었다. It's so amazing!


폭탄만 던지고 태평세월, 항공권이 내 손에 주어지기까지 내가 한 일은 미국 읽기.

10여 권의 책으로 미국을 만났다. 미국의 역사, 인디언의 서사 등등. 눈으로 확인하고 한 권씩 내가 밟은 미국을 풀어보리라.


책 속의 미국을 품고 나서는 출정식, 내일이면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하늘 위를 날고 있을 것이다. 맘먹기까지가 힘들었지 작정하고 나니 일사천리, 아이들이 세심하게 준비했다. 이들과 함께 걷는 길이 얼마나 든든할지 가슴에 차오르는 온기를 만끽하리라. 한편으론 온 가족이 떠나는 여행인지라 오만가지 뉴스들이 양산되는 LA의 총, 전쟁, 사고 등이 크게 다가온다. 혼자 나서는 길은 가볍고 간단한데 온 가족을 대동하니 가볍지가 않다. 그러나 세상은 나의 편, 우리의 길을 안전하게 이끌어 주리라는 믿음으로 길에 나선다.


거칠고 무모하게 미국땅을 누벼보자.

미국, 트럼프, 그리고 LA, I'm coming soon!





미국을 준비하며 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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