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치와 시작점이 뒤에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어느덧 결혼한 지 13년 정도가 넘어가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겠으나, 그때 당시에도 주변 친구들이 양가 부모님께 지원을 받아서 바로 자가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지원받았던 집이 서울 소형 아파트일 수도 경기도 중형 아파트일 수도 있다.
그때는 그게 부러웠을 수도 있다. 내심 속으로 "와... 저 친구와 나는 시작부터 출발지가 다르네." 하면서 말이다. 그때 우리는 서로 알게 된다. 나는 "저 친구가 나 보다 빠르게 시작한다."는 것과 그 친구는 "내가 저 친구보다 더 빠르게 시작한다."는 것을 말이다.
여기서부터 정말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조금 빠른 출발선에서 출발한 친구는 "이미 집은 있으니, 월급으로 생활만 하면 되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고 조금 느린 출발선의 나는 "집도 사야 하니, 월급으로 어떻게든 집도 빨리 사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 3년 동안은 정말 힘이 들고 괴롭다. 월급을 다 쓸 수 있는 집과 월급을 최소화해야만 하는 집의 생활은 차이가 없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5년 정도가 되면서 어느덧 그 차이가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자신감이 생기고 그동안 해왔던 지식과 경험에 새로운 재테크 방식을 업데이트해 가면서 검소한 생활과 투자가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니 7년 차에 역전이 발생하고 10년 차가 되니 많은 갭이 생기가 되었다.
이건 실로 엄청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저 앞 출발선에서 출발은 했지만 여유 있게 등속 3이라는 속도로 달리는 자와 저 뒤 출발선에서 출발은 했지만 1 2 4라는 속도로 가속하면서 만나는 시점은 잠시 같은 위치일 수 있으나 가속력에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자산 차이는 1차 함수가 아닌 지수함수로 벌어질 것이다.
이 상황을 보고 앞에서 시작한 자가 그 시점부터 가속하려고 가속을 시작한다 해도 이미 가속력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 한 번도 투자를 해보지 않았다면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리 것이다. 왜? 엉덩이가 무겁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거나 적으면 분석, 결정, 실행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요즘 2030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 집값이 많이 올라서 라는 이유가 많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헝그리 정신으로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에 인생이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처음 군에 입대했을 때, 굉장히 괴롭지만 조금씩 생활이 나아지면서 편해지는 것 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던 이병부터 병장까지 그 기나긴 기간이 이병 때는 아무것도 못하다가 일병이 되면서 이것이 허용이 되고 상병이 되면서 저것도 허용이 되고 병장이 되면서 웬만한 게 다 허용이 되는 그런 재미 말이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군 생활의 재미처럼 자산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만큼 생활 수준도 조금씩 좋아지면서 재미가 붙게 된다.
나의 위치와 시작점이 주변 사람들 대비 뒤에 있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고 좋은 기회이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