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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구랑 Mar 02. 2023

거리의 관찰자들

마케팅 아이디어 트렌드

책만 죽자고 패는 사람이 있다. 먼지 쌓인 책은 무서운 속도로 쏟아지는 데이터나 정보를 따라잡지 못한다. 여기 쓸모있는 공부법 두 가지를 전한다. 먼저 당신곁의 사람이다. 한국광고단체연합회 김낙회선배께선 고객을 대하는 마음을 골프장의 캐디에게 배웠다고 했다. 네명이나 되는 아마추어 골퍼의 들쭉날쭉한 거리에 맞춰 골프채를 바꿔주고, 산비탈로 숨어든 공을 귀신같이 찾아주고, 상대의 성격에 맞춰 응대해서 몸과 마음을 모두 움직여 전체를 관리하고 통제하니 사람에 따라 설법을 펼친 부처님 이상이라고 했다. 대한육상연맹회장 임대기선배는 경청의 대가로 듣지 않으면서도 듣는 귀를 가졌다. 흘러다니는 후배들의 고충이나 애로를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가 넌즈시 해결책을 전해주셨다. 물론 평소에 준비된 사람에게 한해서였다. 삼성라이언즈 유정근선배는 올라갈수록 실무자의 자세로 일할 것을 주문했다. 늙은 생강의 매운 맛을 보여주려면 현장의 감각이 필수라고 했다. 모든 것은 반사된 빛이다. 따라하다가 일가를 이루는 법이다. 배울 것 많은 상사와 동료는 비지니스맨의 복이다. 또 하나의 경로가 있다. 당신이 나서는 길거리다. 우리는 모두 생활자다. 누구든 삼시 세끼 밥을 먹고 하루에 한번 잔다. 두 번 자는 사람은 없다. 마케팅은 그런 평범한 생활인의 일상을 다룬다. 문제는 바라보는 사람의 비범한 눈이다. 지난 겨울, 91세의 장모님은 몸이 작아지고 있었다. 안사람은 따뜻한 밥을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모님과 함께 한라산 중턱의 한 펜션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안사람은 ‘이거드세요 저거드세요’하며 자신을 낳고 키운 엄마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만들어 대접했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도두봉에 있는 온천에 두번갔고 난 바로 옆 애견카페에서 다섯살 달구와 함께 기다렸다. 두 사람은 따뜻한 추억을 남기려 서로 애썼다. 벌써 이십년전 돌아가신 엄마에게 소리지르며 달려든 기억이 떠올라서 망연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치말아야 할 것이 있다. 효가 그렇다. 나고야로 떠난 것은 그 곳의 대학에 다니는 둘째 딸의 근황 때문이다. 오사까는 신간센으로, 금각사는 205번 버스로, 은각사는 204번으로 , 기온은 203번 버스로 갔다. 딸의 남자친구 정찬영(21)군은 스마트폰을 수시로 작동시켰다. 그의 창구는 카카오가 아니라 네이버라인이였다. 일본에선 네이버라인이 더 빠르고 음질도 깨끗하다고 했다. 여행객에게 인터넷은 생존의 필수다. 인터넷 중독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모든 것은 결국 쓰는 사람의 문제다. 디지털도 그렇다. 챗GPT도 Midjourney도 마찬가지다. 다낭은 골프여행이었다. 다낭은 중국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아 적절한 수용인원이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엔 하루 5천명의 중국인과 3천명의 한국인이 거리에 쏟아지고 뒤섞여 난리법썩이었다. 여행을 도와준 김명원(50)사장은 박항서감독과 한류콘텐츠의 인기가 폭발적이여서 한국사람이 여전히 환영받는다고 했다. 일행이 들른 판방동 한국인 거리 고향이발관은 귀마사지가 전문이다. 주인은 강릉의 한 은행 지점장을 마치고 6년전 이곳에 왔다. 남들을 따라해선 밥벌이가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울로 돌아가는 관광객들을 위한 마사지를 생각했다. 발을 씻기고 얼굴을 면도한뒤 오이팩을 해준다. 그 다음이 유명한 귀속청소다. 여러가지 형태와 길이의 면봉을 동원해서 귀지를 파고 이삼십분동안 귓볼주변까지 매끈하게 다듬는다. 처음의 걱정과 달리 잠이 올 정도로 편안했다. 마지막으로 얼굴과 머리를 삼푸하고 머리를 말리면 끝난다. 그렇게 구십분이 지나고 만오천원을 지불하면 상대의 말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갈 쾌적한 손과 발의 컨디션이 회복된다. 마사지사의 능숙하고 절제된 동작은 7~8년 동안 숙련한 결과다. 하지만 문전성시의 비결이 또있다. 실수는 용인해도 태만은 용서않는 주인의 철칙이다. 마사지사가 졸거나 게으름을 피워 고객의 불만이 들리면 그 자리에서 해고한다. 언제나 정신이 전략을 선행한다. 정리해보자. 마케터의 선생은 사람이고 훈련장은 길거리다. 어마무시한 마케팅 사례는 그만 들먹이고 당신 주변을 살펴라. 거리를 관찰해라. 지금 당신 곁으로 돈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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