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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데 콩 난다’는 말처럼 뿌린만큼 거두는 게 세상사 순리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유력 정치가가 스캔들을 일으켰다고 하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해야겠지만 감점을 주는 것이 상식이다. 상황이 심각하다면 지지 의사를 철회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치가가 지지자였다면 어떻게 할까? 사정이 달라진다. 그 사람의 문제가 내 문제가 된다. 자신의 잘못으로 결론이 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면죄부를 꾸민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며 변명을 앞세우거나 평소 앙심을 품었던 기자 탓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는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 과거의 신념이나 태도를 포기하지 않는 불합리한 심리다. 사람들이 재미없는 영화나 잘못된 투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편의 못된 손버릇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매맞는 아내에게 위로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고맙다는 말이 아니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역정이다. 심지어 아주 자상한 사람인데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며 뒤집어 쓰기도 한다. 휴거가 벌어지면 하늘로 승천해서 구원받을 것이라고 굳게 믿았던 신자들이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자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성전으로 다시 달려갔다.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합리화하며 자신을 지켰다.
안타깝게도 당신의 손에 24시간 따라붙는 스마트폰도 그런 부작용에 한몫을 하고 있다. 디지털 알고리즘은 당신이 보던 것, 듣던 것, 믿던 것들을 여기저기에서 끌어모아 미끼로 던져준다. 옭거니 하며 그걸 덥썩 물어버리면 편향성적인 고정관념으로 굳어질 것이다. 과거에 머무르면 미래를 망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늘 긴장과 변화를 주문했다. 더 큰 미래 때문이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고 했다. 7시에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해서 수영장이나 학원으로 향했다. 실적이 관심사라면 못 할 일이다. 그가 집요하게 파고든 것은 인재과 먹거리였다. 한사람이 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슈퍼급 인재를 모셔오라고 했다. 그들의 뒷다리를 잡지 못하도록 뒤따르는 자들에게도 충분한 월급과 보너스를 주라고 했다. 미래로 가는 길목의 방해꾼을 걱정한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결함이 생겨 불량품이 발견되었을 때 그는 단호했다. 산처럼 쌓아놓고 불태워 버렸다. 당장의 이익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를 위한 경각심으로 삼은 탓이다. 제일기획 재직 당시 직접 겪은 일이다. 모 팀에서 실력만 보겠다는 컨셉트로 상의를 벗은 사원들을 등장시켜 사원모집 신문광고를 만들어 집행했다. 이건희 회장의 눈에 띈 모양이다. 담당 임원들이 호출됐다. 리더다운 품격을 지키라는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지시는 달랐다. 광고를 만든 실무자들을 광고 선진국으로 보내 공부시키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일년후쯤 회사에 복귀했다.
정치가든 사업가든 과거의 작은 성공을 흘러간 노래삼아 공식화하며 고집하는 분들에게 전한다. 나침반의 바늘 끝은 언제나 바들바들 떨며 북극점을 지향한다. 리더의 시선도 늘 미래를 향해야 한다. 과거를 무시하거나 건너뛰자는 말이 아니다. 과거는 시사점이고 교훈이다. 동시에 건너야 할 강이고 파괴해야 할 우상이다. 그대로 따르지 말고 새롭게 이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