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발상 직장인
방학 동안에도 학생들은 동분서주다. 여행도 가야하고 용돈 벌이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취업에 가점이 되는 포트폴리오 관리 때문이다. 사실 이건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의 장에 내몰린 직장인들도 그렇다. 언제 승진 누락의 오명이 자신의 이력에 얼룩이 되어 등이 떠밀리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이들에게 대비책을 전한다.
먼저 학생들의 준비물이다. 준수한 학점에 언어 실력이 있고 몇 개의 공모전에 입상했다는 이력은 취업의 보증 수표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쟁자들도 그런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요지는 그게 아니다. 기업이 새내기에게 바라는 것은 당장 그들의 지갑에 꽃히는 현찰같은 것이 아니다. 일을 주면 뭔가만들어 내리라는 확신이다. 그러니 자잘한 성공의 흔적이 아니라 당신의 미래가치, 잠재력을 드러내야 한다. 전투력과 맷집이 묻어나는 족적이 필요하다. 몇번의 실패에도 낙담않고 줄기차게 도전한 경력이 그런 데이터다.
다니엘 세데키(Daniel Seddiqui)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 경제학과 졸업 후 취업을 위해 3년간 2000통의 이력서를 쓰고 40번의 면접을 봤지만 계속해서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자신만의 길을 발견했다. 미국 전역을 다니며 그 지역의 대표 직업들을 체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구호센터 자원봉사자와 옥수수 농사꾼, 보일러 제조자와 영양사, 정원사와 보험 중개인 그 어떤 것도 가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과 전 세계의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의 도전과 행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50개의 일자리에 도전하며 쌓은 세상 경험이 그의 이력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게 또 다른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대학과 각종 콘퍼런스에서 ‘역경을 이겨 내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는 주제로 강연 활동을 이어갔다. 또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계절 학기에 실시하는 학생 취업 과정에 포함되었다. 당신도 당신의 잠재력을 알려 줄 자신만의 스토리(Selfstory)를 준비해라. 여기엔 적극성과 유연함과 개방성이 가미되야 한다.
두번째는 직장인의 대비책이다. 조직의 한 구성원이 리더의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력이 있다. 양보와 희생의 자세다. 공자님 말씀이 아니다. 차분히 따져보자. 당신을 지켜보는 리더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생각한다. 모두의 성과가 자신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의 성과에 반하는 개인의 성과는 의미가 없다. 리더는 전체의 성과에 기여하는 개인을 아낀다. 조직이 당신의 로열티를 따지는 것도, 똑똑한데 이기적인 조직원을 끊어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밑밥으로 교육과 승진과 연봉을 따지며 까탈부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된서리를 맞아 이직을 전전하는 인생을 많이 보았다. 리더의 자격은 헌신을 통해 전체를 한방향으로 몰아가는 마중물같은 것이다. 이쯤하면 요즘 세상에 도전과 헌신의 이력이라니 고리타분하다는 분도 계시겠다. 세상이 변해도 시대불문의 가치도 있다. 미심쩍으면 십수년전 유럽 무대로 건너가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고 이제 골이면 골, 매너면 매너로 응답하는 손홍민의 성장기를 뒤져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