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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기 Oct 22. 2024

월클 뉴 코리안이 되려면

매일 아침 주요 언론사의 뉴스 헤드라인을 본다. 거의 습관처럼 굳어진 일상이다. 전에는 모든 뉴스에 관심을 두고 기사까지 두루 훑었는데, 이젠 헤드라인을 보다가 특별히 관심 가는 뉴스 만 두세 개 열어본다. 정치 쪽 뉴스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지고 요즘은 주로 사람 사는 이야기에 마우스를 클릭하게 된다.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유수의 일간지 헤드라인에서 '뉴 코리안'이라는 용어에 꽂혀 기사 내용을 자세히 본 적이 있었다. 헤드라인을 따라 들어가니 논설주간이 쓴 칼럼이었다. '뉴 코리안'은 파리 올림픽에서 활약하고 있던 1020 젊은이들의 당차고 쿨하고 때로는 맹랑하기까지 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용어였다. 예로 든 것은 '실력으로 발언권 쟁취', '선배에게 호통치고 대신 나서', '패자 품격 감동 준 스무 살'이었다. 나는 '뉴 코리안'이라는 용어가 훨씬 더 심오한 의미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봤었는데, 사실 내 생각과는 방향이 달랐다. 다소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1020 젊은 세대의 행동특성을 긍정적 관점에서 부각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뉴 코리안'은 올림픽 때문에 접하게 된 용어이지만, 오랫동안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젊은이들의 부정적인 면만 보고 불만을 가지고 있던 꼰대 부류에 가깝다. 얼마 전까지 근무하던 곳에서도 많은 젊은 입주민들과 상대하면서 처움에는 일종의 부정적 선입견이 작용되었었다. 그 부정적인 선입견이라는 것은, 건방지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이라는 것, 그리고 이득이 없거나 비합리적이면 꿈쩍도 안 하는 특성이다. 이년 동안 근무 중에 젊은이들을 지켜보면서, 부정적 선입견에 많은 반전이 있었다. 자기의 의견은 명확하게 표현하면서도, 배려심을 가지고 있고 감사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뉴 코리안'이라는 말, 나는 세대를 아우르는 시사적 용어이길 바랐다. 그런데 칼럼을 쓰신 분은 시사적 의미보다는 1020 젊은 세대에게서 나타나는 새로운 행동특성에만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사용했다. 이 용어가 시사적 의미를 띠려면, 기본적으로 '코리안'이 중심이고 새로운 행동특성이 가미된 개념의 '뉴'라는 말이 합성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나는 '뉴 코리안'이란 용어가 단지 젊은 세대에 국한된 것이 아닌, 한국인 모두가 새롭게 지향해 나가야 할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터넷 공간 어디에든 '뉴 코리안'을 정의해 놓은 곳은 없었다. 다만 작고한 이 어령 교수가 '젊은이여 한국을 이야기하자'라고 하면서 '신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은 있었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칼럼 '신 한국인 당신은 바람을 보았는가?'와 KBS 방영 칼럼 '한국인이여, 한국을 이야기하자'를 묶어서 발간한 것이다. 여기서 이 어령 교수는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와 민족적 정체성의 우수성을 언급하면서, 군사독재라는 억압된 상황에서 좌절에 빠져있던 한국의 젊은이에게 자신감을 갖게 만들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이 어령 교수가 언급한 한국인은 역사적 고난을 함께 헤쳐 나온 한민족의 개념에 가깝다. 그러나 한국인은 국가적 개념의 용어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한국 사람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유지해 왔던 한민족이라는 개념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다른 민족이지만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까지 포함된 한국인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악의 출산율로 이민 정책을 대안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한국인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표상인 스웨덴, 다문화의 천국 캐나다가 총기와 마약 밀거래, 살인사건의 증가 등 최악의 범죄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인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특성도 이런 변화된 상황까지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대갈등의 원인 중에 하나는, 과거의 것을 모두 부정하고 새로운 것이 전부인 양 몰입하는 분위기라고 보고 있다. 아무리 세계가 연결되고 외부 문화가 유입된다고 해도 한국인 만의 변하지 말아야 할 고유의 정체성이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상태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발전이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려해 볼 것은,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일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공동체주의 문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이기적으로 변질된 개인주의가 횡행하는 사회분위기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예일 것이다.


전후 어려운 시기에 가족과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치며, 눈부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공동체주의와 관계주의 문화에서 생겨난 배려와 헌신, 열정과 근면 성실, 예의와 공공 매너, 경쟁과 성과지향 같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샘 리처드 교수가 '가치'를 주제로 강의하는 유튜브를 관심 있게 본 적이 있었는데, 한국인이 제1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 '물질적 풍요'라고 하는 것을 보고 잠시 불편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한국 학생이 그 이유를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변하는 것을 보면서, 아마도 경쟁과 성과지향형 문화의 폐해이긴 하지만 가족 중심의 공동체주의 문화에서 유발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Culture로 대변되는 한류 열풍은 세계적 추세가 되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도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기운들이 잠깐 일어났다 꺼져버리는 미풍으로 그치지 않게 하려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전환적 사고가 뒤따라야 한다.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한국인 만의 고유한 행동특성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여러 문화가 한국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더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지켜온 한국인의 특성을 바탕으로, 국가의 문화적 위상에 걸맞은 바람직한 '뉴 코리안'의 특성을 구축해 나가는 것에 집중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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