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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바스 Feb 22. 2022

봄과 여름사이에서 마주한 교토



1. 

초록이 무성해져 가는 계절들 속에 가만히 앉는다. 그럴 때면 어디선가 익숙하지 않은 말소리가 들린다. 아. 한국이 아니지. 까만 밤 잠자리에 누워 있을 때도, 카페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볼 때도, 공원에서 뛰노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볼 때도, 그리고 가끔은 꿈에서도 낯선 말들이 다가온다. 그럴 때면 여전히 몸도 마음도 흠칫하게 되곤 했다. 저녁나절마다 창밖으로 들리는 목탁소리, 거리마다 작게 차려진 신당과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앞에 서서 기도하는 사람들도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다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라더니 마냥 똑같지만은 않은 세상. 


2.

교토가 고즈넉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우리가 잘 모르는 그들의 섬세한 계획에 홀딱 넘어갔다는 증거다. 채도 높은 색들은 교토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도시미관을 위한 규칙 때문이다. 맥도널드도, 스타벅스도 제 색을 빼앗긴다. 차도 한가운데 중앙선마저도 어둡고 탁하게 물든 것만 같은 도시. 그래서 필름 사진이 잘 어울리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봄과 여름 사이 무성하게 자라는 초록잎들 앞에서는 섬세한 계획 같은 건 모조리 사라지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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