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일 오후 12시 25분 - 12시 49분
가을이 어디쯤 왔나
열흘 전, 마키노고원 자락에 높게 뻗은 메타세쿼이아는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콘서트홀을 둘러싼 사철나무는 명성에 맞게 초록을 내뿜는다
길가에 무성히 큰 벚나무는 윗쪽 절반쯤 붉어졌다
카모가와 근처 작은 벚나무는 거의 붉어지고 잎이 조금식 흩날린다
내심 초록잎보다는 짧게 흩날리던 꽃잎이 그리워 4월의 이 길을 상상한다.
은행나무는 아직이다.
큰 길을 두고 건너편 은행나무는 벌써 노랗게 변했지만, 집앞은 여전하다. 3층 우리집에서는 은행나무 꼭대기가 닿아있어 자주 살핀다. 지난 봄, 처음으로 작게 돋아나는 은행잎들을 보았고, 다 커진다음 초록이 짙어져갔다. 10월이 되자 오자 다시 봄이라도 온 것처럼 연두빛으로 물들었다. 동요속에서 자란 나는 가을의 은행나무란 단번에 곱고 노란 잎으로 단장하는 것으로 여겼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저 먼저 샛노래진 것도, 벌써 황토색으로 물들어 기가 죽은 것도 가지각색이다.
아기 손바닥같은 단풍나무는 절정을 기다린다
가을안에서도 유난히 곱고 천천히 예쁘게 물들어간다
가을 빛과 어우러져 얼마나 반짝일지 나도 한껏 들뜬다
비가 온다
엄마는 가을에 비가 오면 내일부터 추워지겠네 말하곤 했다
이제 곧 추워지려나 생각하다가도 아직 물들지 못한 나무들을 보며 안심한다
생각보다 긴 가을이 기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