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작가의 <꽈배기의 맛>을 읽으면서 하고 싶어 진 것들에 대해 써본다.
1. 튼튼한 볼보 자동차 갖기
디자인이 별로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왠지 더 튼튼하게 느껴진다. 요즘 부쩍 남편이 사고 싶은 자동차에 대해 자주 말한다. 벤츠 어떤 차인데, 도로가에 보일 때마다 말한다. 나는 너무 권위적인 느낌이라 별로라고 했더니, 좋은 차는 승차감이 다르다나 뭐라나. 가끔은 - 누구라도 태워야 하는 날이면 - 작아서 불편하긴 해도 귀여운 맛이 넘쳐흐르는 지금 가진 차가 여전히 좋아서 새 차를 사고 싶지는 않은 상태. 그래도 바꿔야 한다면 '벤츠보다는 볼보가 더 좋을 것 같아'라고 아직 말하지 못하고 이렇게 쓰기만 쓴다.
2. 영화 <봄날은 간다>와 <냉정과 열정사이> 보기
냉정과 열정사이는 절대로 본 적이 없고 봄날은 간다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소설가이자 산문가인 최민석 작가는 좋아하는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즐긴다고 말하며, 이 두 영화를 언급한다. 집에 아무도 업성 사람의 소리가 고플 때, 그 안에서 흐르는 소리들은 듣기 위해서라고.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나는 그의 안목을 믿고 있고(사실은 책 속에서 작가가 추천하는 영화, 책은 모두 믿는 편이다. 제 이름을 건 책에 썼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니까 - 물론 나는 어지간하면 만족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제목만 들어본 오래된 영화들이므로 언젠가 한 번은 보고 싶은데 마침 기회가 온 것 같아 이번에야말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집에 시청각실을 만들 요량이다. 처음에는 멀티미디어실이라고 이름불일까 하다가 왠지 세기말느낌이 나는 이름이 좋아 보여 그리 바꾸었다. 시청각실에는 1인용 리클리이너소파(생활용품점에서 찜해두었던 전기 없이 조절할 수 있는 아날로그식(?) 가죽소파가 있다)와 다인용 소파도 둔다. 공간이 좁으면 큰 소파는 양보해 하나만 두고(이것까지 양보하지 않는 이유는.. 남편의 로망이라 그렇다) 그냥 좌식으로 테이블만 두는 편도 괜찮을 것이다. 시청각실이니만큼 빔프로젝터도 설치한다. 스크린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쪽 벽면은 적당한 페인 지나 벽지를 골라 한쪽벽면 공간을 만든다.
그의 로망 중에서는 스피커, 요즘말로 사운드바도 포함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지금 집에 있는 싸구려 빔프로젝터는 가격대비 나쁘지는 않지만, 구동소리가 매우 시끄럽고, 정작 영상 속 대사는 잘 들리지 않고, 매번 설치할 때마다 번거로워 살뜰히 쓰지 못했었다.
시청각실을 마련하면 그곳에서 그 애는 주로 스포츠를 보고 나는 주로 영화를 보게 되지 않을까. 온전히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 쏙 들어가 쉴 수 있는 곳이면 좋을 것 같다. 닌텐도도 설치해서 운동할만한 공간으로도 사용하고, 가끔 손님이 찾아오면 이곳은 게스트룸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봄날은 간다와 냉정과 열정사이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시청각실에게 혼자 아늑하게 볼 예정이다. 마침 생각난 영화 ≪중경삼림≫도 리스트에 저장해 두자. 셋 모두 분명히 몇 번이고 보고 싶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Ps. 제주에 놀러 가 알게 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여태 페이스북친구로 남아있는데(그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페이스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의 글을 가끔 보게 된다) 그의 담벼락에 자주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중경삼림이라 내내 궁금하긴 했었다.
3. ≪백 년의 고독≫ 읽기. 아니 마시기. 아니 읽기.
책 속에서는 잠깐 언급되었는데 어쩐지 제목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역시 언젠가 한 번은 들어본 제목이었다. 콜롬비다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으로, 노벨상수상작이라는데 그렇다면 역시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실패해도 나쁠 것은 없다. 어떤 책들은 조금 읽어봤다는 것만으로도 한참을 으쓱 댈 수 있으니까. 물론 으쓱대기 위해 읽기를 결심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 살면서 증류식 소주(일본에서는 소츄라고 부른다.)의 세계에 발을 디디고, 종류별로 맛보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보리소주를 좋아하는 편이다. 갑자기 소주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꽤 인기 있다고 알려진 것이 바로 '햐쿠넨노고도쿠(百年の孤独)' 즉, '백 년의 고독'이기 때문이다. 1985년, '백 년의 고독'을 만든 양조장 구로키혼텐(黒木本店)이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고, 마침 유명 소설인 ≪백 년의 고독≫이 일본에서 출간된 해이기도 해서 동명의 술을 만들었다고.
술가게에 들를 때도 몇 번이나 눈에 띄어 한 병 사둘까 고민만 하며 아직 집에 두지 못했는데, 이렇게 된 김에 백 년의 고독과 함께 백 년의 고독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