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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트바스 Jul 21. 2022

웰컴백!

오늘의 bgm : 임창정, 그때 또다시 


1.

한국에 머무는 동안 교토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의외로 큰 바게트를 잘라 만든 프렌치토스트였다. 지난봄, 카모가와 강변을 달리는 것을 몇 번이나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긴 봄이 내린 교토는 향기도 바람도 최고였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이건 정말 그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바람이 아니라 오래된 빵집의 달달한 프렌치토스트였다. 교토에 도착한 지 나흘 만에 익숙하던 그집을 다시 찾았다. 


그나마 알던 일본어들은 끝내 까먹지 않아 혼자 조금 대견해하는 중이었다. 사실 교토사람들은 여전히 친절하고, 거리는 깨끗하며, 이 곳의 쓴 커피도 그대로다. 컴백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한국에 간 것이 컴백인가 이곳에 온 것이 컴백인가 하고 말이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내 마음은 이곳이 집이다. 한국에는 내 집이 없으므로. 살아본 적도, 살아보리라 상상해본 적도 없던 곳에서의 날들이 또, 다시 시작된다. 


2.

하릴없는 날들이 찾아올 것 같은 두려움은 어느새 깊이 가라앉았다. 덕분에 이곳은 화평을 외 치치 않아도 되는 곳이라고 기억될지도 모른다. 한때는 그랬다. 지독하게 소리치며 균형 잡지 않으면 온 몸과 마음이 부서져버릴 것 같은 날들 말이다. 돈을 공부하는 사람은 어쨌든 돈을 만나게 되고, 사랑을 말하는 사람은 사랑에 빠져 산다. 작게 소리치는 나에게는 고요한 물결만이 일기를. 대단히 큰 기쁨과 쓰러질 것만 같은 고통 대신 천천히 걸어 나갈 수 있는 작은 언덕만이 허락되기를. 


3. 

집은 여전했다. 둘 곳 없는 옷들과 주방기기들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았다. 집에 돌아가면 진짜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하고 싶다! 고 말했는데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4.

- 우리 여행 잊은 거 아니지?

- ?

- 일본 일주하는 거 말이야

- 그럼.

- (내년 봄에 가고 싶다...!)


5. 

발리를 끝으로 이국으로의 여행은 (이미 일본은 '이국'의 범주가 아니다) 끝이 났다. 그 애에게 한국에서 유행하는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소개했다. 게다가 방콕의 빌라가 무척 저렴하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됐다. 


- 우리도 태국으로 가버릴까? 노마드처럼!

- 좋지! 

- 돈이 얼마나 드려나.

- 좀 아껴 쓰면 여기 생활비에서 반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6.

최근에 새로 알게 된 것.

뭐든 원하는 대로만 되지는 않는다는 것. 전에는 몰랐다. 원하기만 하면 뭐든 다 되는 줄로 알았다. 그게 기본값인 줄 알았다. 그래서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했다. 그 마음이 고통스러웠다. 이제야 깨닫는다. 전부 성취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 안 되는 일도 있다. 좋은 일이 하나 있으면 안 좋은 일도 하나쯤은 여유롭게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7.

글쓰기는 둔감한 사람의 감각을 단련시키고, 예민한 사람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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