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아침을 : 일본 소도시 미에 여행
비가 올 듯 흐릿한 금요일 오후. 오래간만에 짬이 난 그 애가 어디라도 가자고 말을 전해왔다. 늘 곧 저녁 무렵이 될 것 같은 시간에 떠나자고 하는 점이 불만스럽긴 하지만, 전부터 가보자고 마음에 찍어두었던 곳을 행선지로 정하고 무작정 떠났다. 태평양 바다가 보이는 그곳으로. 국도를 타고 3시간 남짓 걸리는 진주(pear)의 도시로.
미에현의 '현'은 행정구역상 한국의 충청남도 같은 '도'의 개념이다. 미에현은 이세신궁, 이세에비(이세새우) 그리고 해녀를 대표로 하는 도시인데, 특히 이세신궁은 일본의 수많은 신궁중 서열 1위로 추대되는 곳으로 일본인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으로 불린다. 미에현에서 가장유명한 지역은 이세세우로 유명한 이세, 그리고 닭고기 구이가 유명한 마츠자카다. 첫날밤이자 마지막날 밤은 마츠자카역 인근의 작은 비즈니스호텔로 정했다. 물론 그 애가 마음대로 정한 것인데, 나도 특별한 의견이 없기 때문에 불만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급히 떠난 여행에는 부족한 것이 한두 개씩은 늘 생기는 법. (생각해 보면 완벽하게 준비하고, 계획대로 흘러간 여행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기는 하다) 편안하게 입을만한 옷이 있을까 싶어 대형 쇼핑몰에 들렀다. 마침 적당한 실내복으로 적당한 것이 보여 얼른 손에 들었다. 상하의 세트에 3만 원. 이보다 더 적당할 수는 없다 싶어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를 향했다. 그 애는 자기 것은 필요 없다고 투덜거렸지만 개의치 않고 두 세트를 샀다. 집에서 목덜미가 해지고, 이제는 누레진 흰 티셔츠를 그만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쳤다. 비즈니스호텔인데도 유카타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퍽 마음에 들었다. 일본에서 '호텔'이라고 명시된 일본의 숙박업소는 대부분 실내복 개념의 유카타가 제공되는데, 특히 대욕장(온천)이 있는 경우라면 유카타를 갖추고 있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