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아침을 : 도르프(Dorf)
교토식 커피는 찬 물로 추출하는 특성상 소비기한이 비교적 길고, 카페인이 함유량이 높아지는데, 그에 반에 맛은 부드러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교토식 커피를 실제로 맛볼 수 있는 카페는 교토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마시게 되는 차가운 더치커피는 물론이고, 따뜻하게 서빙되는 더치커피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도르프의 매력 중 하나다.
동유럽별장과 퍽 잘 어울리는 찻잔을 살피며 노트와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손글씨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익숙하지만, 이런 찻잔과 노트북은 어쩐지 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이 기회에 손으로 무어라도 적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끄적끄적 아침일기를 쓰며 내 글씨는 왜 이렇게 못생긴 걸까. 좀 더 예쁘게는 안되나. 하고 생각한다. 뭐든 단련하지 않으면 녹슬기 마련. 악기를 다루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연습을 쉬면 '굳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손글씨의 세계에도 어김없이 통하는 말인 것 같다. 오랜만에 쓰면 어김없이 티가 난다.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며칠만 꾸준히 쓰다 보면 어느새 볼만한 글씨로 돌아와 있을 테니 걱정할 것은 없다. 게다가 글자를 예쁘게 쓰는 것이 내 일은 아니니까. 종이 위에, 흰 화면 위에 쌓인 글들이 어디로 가서 어떤 쓸모가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한동안 만이라도 이렇게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 두 눈으로 보다 보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11시가 되니 소란해지기 시작했다. 햇살도 슬슬 달아오른다. 멋진 정원이 보이는 유리테라스가 도르프의 자랑이긴 하지만, 부디 여름 대낮의 창가자리는 피하길 바란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을 때는 휘핑크림이 잔뜩 올려진 비엔나커피와(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참을 수없는 비주얼이라 궁금해진다) 애프터눈티 세트를 두고서, 근사하고 한껏 느긋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는 상상 해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