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뮤즈

아침과 책과 나

by 에트바스

지난 몇 개월 동안은 부지런히 책을 가까이하려고 애썼다. 막상 읽으면 좋다는 것을 알지만, 쉽고 재미있는 것에 금세 빠져드는 나약한 인간이다.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춰두지 않으면 한 글자도 읽지 않은 채로 몇 개월이 훌쩍 흘러가 있을 테니까.


혼자 먹는 아침식사에는 책만 한 친구도 없다. 밥친구인 셈이다. 어쨌거나 포크나 젓가락이나 숟가락이라도 손에 쥐어야 뭔가 먹을 수 있으니 가끔가다 터치만 하면 되는 전자책만 한 밥친구가 또 없다. 태블릿 컴퓨터가 가끔은 제멋대로 페이지를 넘기는 말썽을 부리기는 하지만, 함께한 지 햇수로 7년 차나 되었으니 현역으로서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대견한 마음도 종종 든다.


슬렁슬렁 읽으며 식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노트를 꺼내 읽기 시작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꽤나 쑥스럽고, 실제로 많은 책을 읽지도 않기 때문에 그렇게 소개하는 일도 없지만, 그래도 책에 대해 한번은 쓰고 싶었다. 나름대로는 억지로라도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 일단 재미있다. 어떤 사람이나 행위를 오랫동안 곁에 두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재미 아닐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어떤 영양가 좋은 책이라도 재미있어야 읽게 되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둘째. 독서는 유용한 활동이다. 안 읽는 것보다 낫다의 수준을 넘어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것이 정신과 육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 두 친구를 끊임없이 돌보며 살아가는 것이 산다는 것의 거의 전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운동과 같은 움직이 육체를 돌볼 수 있는 수단이라면, 독서는 정신을 돌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당장 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하기 시작하면 몸도 마음도 좋아지기 시작한다. 일상생활이 더 가뿐해진다.


책은 타인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어서 들여다보라고 손짓한다. 이런 마음도, 이런 시선도,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내가 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그건 내 세상이 조금씩 자란다는 뜻이다. 내게 맞닿아 있는 세계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비슷한 의미로 여행도 훌륭한 정신 돌봄의 수단이 되지만, 일단 가성비로는 책이 한수 위다.


셋째. 책은 그 자체로 유용한 지식의 보고다. 짧고 강력하고 때로는 나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무엇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보고 싶다. 책만큼 믿을만하면서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콘텐츠는 아직 보지 못했다. 덜 좋은 책은 있어도 나쁜 책은 없다고 믿는 중이다. 아무리 졸작이라도 책을 써봤거나, 쓰려고 애써본 사람이라거나,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 것이다. 글자들이 글이 모여 300쪽 내외의 책이 완성되는 과정은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뚝딱해 낼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책은 나의 뮤즈라는 것. 역시 예술가에게나 붙을 법한 단어이기 때문에 설명하기 쑥스럽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글쓰기를 중요한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전업작가도 아닌 주제이긴 해도 이런저런 말들에 휩쓸리곤 한다. 집필 중에는 독서를 피하는 작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슬쩍 걱정하던 날도 있었다. 한강작가의 인터뷰를 보고는 그런 걱정은 싹 사그라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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